중학수학을 알아보러 온 거라 맞긴 하는데 뭔가 씁쓸하다. 초등 5학년이라고 답했는데 6학년도 아니고 '예비중'이라는 단어가 먼저 나오다니. 어쩌면 그 꼬리표가 이름만큼이나 앞으로 더 자주 불릴지도 모르겠다. '빨리빨리'의 민족인 대한민국의 성향은 아이들 교육에도 버젓이 나타나는구나. '선행', 예습'이라는 단어가 다른 나라에도 있긴 할까? 가끔씩은 이렇게 학년과 무관하게 공부할 거면 왜 학년을 정해서 아이들이 교실에서 엎드려 자게 만드는지 의문이 든다.
엄마표로 그동안 집공부를 했던 아이가 어느새 초등수학 과정을 다 끝냈다. '끝냈다'라는 표현보다 구입한 교재를 '다 풀어 보았다'가 맞는 표현일 테지만, 나도 아이도 지겨워서 더 이상은 하고 싶지 않아 여기서 끝내기로 했다. 중학수학은 이런저런 이유로 학원을 다니기로 합의를 보고 알아보는 중인데, 어딜 가나 학년을 묻고는 '예비중'반을 거론한다. 내 얼굴에 초등과정을 끝냈다는 게 보이는 건지, 아니면 모든 초등5학년은 초등과정이 끝난 건지 생각할수록 신기하다.
교재를 끝냈긴 했지만, 오답도 꽤 있고 혹시나 구멍이 있어 채울 수도 있으니 정확한 상담을 위해 가져간 아이 교재는 꺼내보지도 못하고 중학수학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저희는 매주 테스트를 봐요. 통과 못하면 집에 안 보냅니다."
"그날 해야 할 분량을 오답풀이까지 해야 집에 갈 수 있어요."
집에 안 보내주는 게 자랑거리인양 여기도 저기도 죄다 아이를 데리고 있고 싶어 한다. 그 정도로 책임감 있게 꼼꼼히 가르친다는 의도겠지만, 붙잡혀 앉아있을 초등학생을 상상하니 마음이 편치 않다. 남은 분량을 집에 가서 해오면 안 되냐는 질문에 숙제는 따로 있다며 선을 긋는다. 수학 선생님이라서 인지 정확하게 딱.
동네에서 유명하다는 학원들을 투어하고 나면 빠른 결정이 될 거라는 예상과 달리 고민과 걱정만 늘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고, 수학 하나를 보내도 일주일에 3~4일(시험기간에는 주말에도 가더라.)은 거기서 살던데 남들은 대체 학원을 몇 개씩 어떻게 보내는지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대한민국 학생들이 안타까웠다.
나는 제2의 대치동으로 유명한 학군지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그래서 학원을 위한 과외가 익숙했고, 테스트를 보고 학원 입학여부를 정하는 게 당연했다. 주변에 있는 친구들이 다들 특목고, 대입수시를 준비하며 밤낮없이 공부하길래 중학교부터는 모두 그렇게 공부하는 줄 알았다. 그런 동네에서 근무한 경험은 학원 원장님에겐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있는 스펙이 되시는지 자랑스럽게 이력을 뽐내신다. 거기서 맞장구를 쳐주면 안 되었는데, 고향얘기에 너무 반가운 나머지 내가 그 동네에서 학교를 다녀서 잘 안다고 대답을 해 버렸다. 원장님은 동향사람을 만나 반가우셨는지, 아니면 자신의 심경을 알아줄 거라 생각했는지 갑자기 원장님의 모드를 벗어던지시고는 나에게 하소연을 하기 시작하신다. 요즘 아이들이 공부를 너무 안 한다, 부모들이 공부의 중요성을 몰라서 이런 사태가 만들어진 거다, 이 동네는 특히 더 그런다, 안타까운 마음에 아이들 공부를 열심히 시키면 다들 못 버티고 나간다, 이래서 어디 대학다운 대학에나 가겠냐 등등 그동안 정말 쌓인 게 많으셨는지 봇물 터지듯 이야기를 하시고는 또 생각나셨다며 상담 후, 직접 전화를 하셔서는 1시간이 넘게 우리 학원을 안 다녀도 좋으니 학습에 대해서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알고 있으라며 2차 강의를 시작하셨다.
좋은 마음으로 도움을 주시려고 해 주시는 것이기에 네, 네 하며 감사의 인사를 하고 통화를 마쳤지만 사실 난 원장님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 게 대부분이었다. 사교육으로 선행을 하면서 그 사교육을 위한 사교육을 또 하고 그걸 서로 쉬쉬거리며 경쟁하기 바쁜 삶. 그들이 결국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학을 들어가고, 좋은 직장과 직업을 얻었지만 그들의 삶이 그동안의 노력을 행복이나 성취감으로 채워지기는 쉽지 않다는 걸 안다. 오히려 대학 후 목표를 읽고 방황하거나 꿈의 직업을 갖고 사명 감 없이 기계처럼 돈을 좇아 사는 모습을 옆에서 자주, 흔하게 봤다.(사실 더 극에 치닫는 일들도 많았다.) 돈을 버는 것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돈을 좋아하지만, 돈에 쫓기고 싶지는 않다. 내가 생각한 돈의 가치와는 너무 극명한 차이가 있었다. 유형은 다르지만 결과적으로 같은 모습인 그들을 보며 느낀 점이 많기에 나는 아이들에게 늘 얘기한다. 너희가 행복할 수 있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았으면 좋겠다고. 나중에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기 위해 지금 공부를 하는 것이라고.
결국 지난 몇 주간의 학원 상담 투어는 돌고 돌다 집공부로 마무리되며 무산되었다. 최근에 시작한 '성적을 부탁해 : 티처스'라는 TV프로그램을 보면서 학원 투어로 생긴 불안과 걱정을 많이 덜어낸 것도 한 몫했다. 2화에 나온 주인공과 그의 부모를 보며 많은 생각을 했고, 남편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우리는 부모를 위해 공부하는 '척'을 열심히 하는 아이로 키우지 말고 자신의 강점, 약점을 파악해서 성공하는 경험을 만들어 주자며 결론을 냈다. 앞으로 있을 중간/기말고사에 너무 연연하지 말자. 우리가 롤모델이 되어 공부하는 자세, 태도를 보여주기만 하면 티처스에 나온 수학 11점 맞은 학생처럼 아이는 노력하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것이다. 그리고 분명 '스스로 해내는 성공'을 맛볼 것이다. 그 성공이 인생에서 계속해서 성장하고 발전할 발판이자 원동력이 될 것이니 우리는 나무가 아닌 숲을 보여주는 부모가 되자며 교과서적인 말만 늘어뜨리곤 자아도취에 빠져 잠이 든다. 눈뜨면 언제 그랬냐는 듯 아이랑 문제집 잡고 실랑이하다 단원평가 반타작 맞아왔다고 버럭 화낼 거면서.
노력에 열정을 더하는 것. 그것이 바로 기대치 이상을 달성하는 가장 빠른 길이. -마이크로 리트
사진: Unsplash의Agence Olloweb
TIP. 수학학원 이렇게 알아봤어요~! (주관적 기준)
1. 무학년제반인가요?
- 학원도 공부방처럼 아이들이 편한 시간에 와서 본인 진도만큼 문제를 푸는 곳이 있다. 선생님이 1:1로 오답이나 개념을 설명해주시는 장점은 있지만, 분위기가 어수선 하거나 수학이 힘든 혹은 잘하는 친구 위주가 될 염려가 되어 패쓰.
2. 강의식 수업인가요?
- 1번과 비슷한 맥락이다. 강의를 하고 문제를 숙제로 풀어와 오답을 선생님과 체크하는 방식은 아이의 이해능력과 상관없이 진도를 나갈 수 있으므로 주기적인 테스트나 부모의 확인가능여부를 체크할 것.
3. 수학교육 전공하셨죠?
- 수학은 개념을 정확하게 아는 것이 중요하다. 왜 삼각형의 넓이가 밑변x높이÷2 인지 알고 푸는거랑 그냥 외워서 푸는건 다르다. 개념과 원리를 알려면 전공자에게 배워야한다. 학원 원장님의 전공이 아닌, 우리 아이를 가르치는 선생님의 전공을 확인할 것!!
4. 학년별 반이 몇개인가요?
- 수학은 기본,응용(유형), 심화 등 같은 학기안에서도 레벨이 나뉜다. 다양한 반 구성은 아이에게 좀 더 맞는 수준의 수업을 할 수 있고, 낮은 반에서 높은 반으로 오 올라가려는 노력과 성취감을 경험할 수 있다.
5. 오답은 어떻게 해결하나요?
- 오답노트를 쓰는 곳과 쓰지 않는 곳이 있다. 이 부분은 아이의 성향과 부모의 생각으로 선택해야한다. 직감적으로 푸는 아이의 첫 학원으로 오답노트를 꼼꼼히 하는 곳은 분명 안맞을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