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을 망설였다.
얼마 만에 치마를 입는 걸까.
머릿속에선 자꾸 계산이 돌았다.
지금 내 나이,
아이 둘을 키우는 엄마,
‘아줌마’라는 말의 무게.
어쩐지
치마의 찰랑거림이
이젠 나와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누구도 뭐라 하지 않았는데,
나는 마치
세상이 정해놓은 규칙이라도 되는 것처럼
나에게 선을 그어버렸다.
그 치마는
무릎 아래로 내려와선 안 됐다.
폭도 너무 좁으면 안 됐다.
그렇지 않으면
어울리지 않을 거라,
누군가 날 이상하게 볼 거라
괜히 겁이 났다.
그런데도
자꾸 눈길이 갔다.
그 치마는
어릴 적의 나처럼 가벼웠고,
예전엔 나도
그런 옷이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티셔츠에 툭 걸쳐 입고,
운동화에도,
굽 없는 부츠에도
잘 어울리는 그런 치마.
정장엔 맞지 않고,
어딘지 자유로운 느낌이 있는 옷.
사실은,
그게 나였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며칠을 고민했다.
가게 앞을 여러 번 지나쳤고,
결국 들어가서 입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매번,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나왔다.
마음은 이미 기울어 있었는데,
그게 나에게 허락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할인 마감일이 다가왔다.
더는 미룰 수 없던 그날,
나는 조용히 결제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강의가 있는 오늘,
그 치마를 꺼내 입었다.
거울 앞에 섰을 때
처음엔 낯설었다.
어색했고,
괜히 혼자 웃음이 났다.
하지만 금세
익숙해졌다.
그건 새로운 옷이 아니라,
예전의 나를 다시 꺼내 입는 일이었으니까.
나는
그 치마가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걸
다시, 기억해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