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우먼 장도연이 본인 유튜브에서 이런 얘길 한 적이 있다.
선배 신동엽이 조언을 해줬다며.
“성공하고 싶니?
세 가지만 꾸준히 해.
신문 읽기, 일기 쓰기, 독서하기.”
특별히 ‘성공’하고 싶은 건 아니다.
하지만 나에게 성공이란
어쩌면 ‘나 자신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에 가깝다.
그래서 그 세 가지 중,
일기 쓰기로부터 다시 시작해 보기로 했다.
요즘 나는
자주 무기력했고
자주 흘러갔다.
그런의미에서
무언가를 ‘기록한다’는 행위가
다시 나를 붙잡아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동안의 나는
일기를 썼다 안 썼다를 반복했다.
마치 일기란 원래 그러는 거라고,
언제든 시작해도 괜찮다고
나 자신을 위로하며
몇 페이지씩 텅 빈 해가 많았다.
제대로 일 년을 채워 쓴 건
최근 몇 년을 돌아봐도 딱 한 해뿐이었다.
그런데도,
12월이 되면 마음이 달라진다.
이맘때가 되면
괜히 뭔가를 새로 시작하고 싶어진다.
스스로를 다시 정리하고 싶어지고
이제 좀 더 나에게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슬며시 올라온다.
그런 마음으로 문구점에 갔다.
선반 위에 수십 권의 다이어리가 있었다.
무채색 가죽 표지부터
알록달록 귀여운 캐릭터까지
하나하나 넘겨보며 망설였다.
이번에는 꼭 ‘나’라는 사람을 기록하고 싶었다.
엄마도, 아내도, 선생님도 아닌
그냥 ‘나’로 살아가는 하루하루를.
그러다 노란색 다이어리가 눈에 들어왔다.
표지엔 파인애플 그림이 그려져 있고 캐릭터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I’m fine.”
(사실은 I’m 파인애플.)
웃음이 났다.
귀여운데, 왠지
지금의 내 마음과도 어울렸다.
괜찮다고 말하고 싶은
어설픈 긍정,
그걸 애써 유지해 보려는 다짐.
2026.
숫자만 봐도 뭔가
유치원 교사 시절처럼
알록달록한 기운이 느껴진다.
왁자지껄, 바쁘고 정신없지만
그 속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던 시절처럼.
이번에는 잘 써보고 싶다.
기록을 통해
흘러가는 내가 아니라
남아 있는 나를 만날 수 있기를.
집에 돌아와
다이어리를 책상 위에 펼쳤다.
새하얀 첫 페이지.
그 위에 아주 작게 한 문장을 썼다.
2026년, 나를 잘 살펴볼 것.
그리고 다이어리를 덮으며 생각했다.
이 다이어리를 고른 건
성공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나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