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해 웃기로 했다.

by 선이

병원 가는 날이었다. 매번 똑같은 질문이 기다린다. 일주일간 어떻게 지내셨나요. 잠은 잘 잤나요.
그저 일상을 묻는 평범한 질문인데, 나는 늘 그 대답을 준비하느라 마음이 무거워진다.
이번에도 “아니오”였다. 잠은 더 못 잤고, 일은 여전히 집중이 안 됐고, 나는 또 ‘괜찮지 않음’을 꺼내놔야 했다.
의사는 내 히스토리를 조곤조곤 정리하며 나아지고 있는 지점을 짚어줬지만, 이상하게도 위로는커녕 더 서러웠다.
나는 지금도 너무 멀었다. 이 상태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무서웠다.


그래서 병원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집으로 향했다.
운전대조차 무거워서, 그저 멍하니 집에 돌아와 쉬고 있던 남편 옆에 털썩 누워 엉엉 울었다.
“나 이제 쓸모없는 것 같아…”
아이들 학원비도, 내가 나였을 때의 능력도, 아무것도 없다고.
그렇게 울고 나니 조금 후련했지만, 마음 어딘가는 여전히 쓸쓸했다.

그런 내 모습을 본 남편이 조용히 말했다.
“나가자. 바람 좀 쐬자.”

무슨 힘이 났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끌려나갔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교외의 브런치 카페.
조명으로 만든 커다란 종이 트리 아래서 사람들은 사진을 찍고, 웃고 있었다.
그 풍경 안에 내가 서 있었다.
놀랍게도, 나도 웃고 있었다.

사진을 찍고, SNS에 올리고, 커피잔을 들고 남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아이들 얘기도, 집 얘기도 아닌, 정말 우리 둘만의 대화.
예전 데이트하던 시절처럼, 그렇게 몇 년 만에 '우리'로 돌아가는 시간을 보냈다.
가장 놀라운 건, 그런 내 모습이 어색하지 않았다는 거다.
그 순간이 좋았고, 그 기분이 진짜 나를 꺼내준 것 같았다.

‘나는 이렇게도 웃을 수 있는 사람이었구나.’
‘내가 괜찮아지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만은 아니었구나.’

오늘, 나는 울기도 했지만 웃을 줄도 알았다.
다시 한 번, 나를 위해 웃기로 했다.
오늘은 아이도, 일도 아닌, 나부터 돌보는 데이트를 했다.
다시 말해주고 싶다.

“오늘은 나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