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ing 과의 전쟁

엄마표영어 때려치우고 싶다.

by 선이

진작 했어야 했다. 방학 날 매일 써야 하는 일기처럼 내일을 기약하며 미루고 있었다. 그렇게 한 단계가 지나고, 한 권이 끝나고 아이는 예비중등이 되었다.

국민학교 시절에 입에 달고 살았던 그 과목, 기억하는 사람 있을 것이다. "듣.읽.쓰.말." 국어의 4가지 영어를 짧게 줄여서 쓰는 말이겠거니 하며 생각 없이 남들 따라 얘기했는데 알고 보니 심오한 뜻이 담겨 있었다.

듣고, 읽고, 쓰고, 말하기 의 순서로 언어를 배워야 한다.


영유아기에 영어노출이라며 열심히 영상을 보여주고, CD를 틀어주고, 책을 들려주었다. 아이가 어느 정도 영어노래를 따라 하고 책에 관심을 갖게 되면 cat, dog, pig 하며 관심 주제부터 단어를 시작으로 읽는 방법을 알려주었고 이제 각자의 수준에 맞게 지문을 읽고 요약해서 글을 쓰거나 문제를 푼다.

지금 1호는 그 단계에 왔다. 내용을 요약해서 쓰는 단계.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일기, 설명, 주장 등의 다양한 형식으로 글로 표현하는 시점이다.


중등을 앞둔 1호에게 writing은 필수였다. 중등 영어 관련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학습 목표가 있는데 내용을 대략적으로 다 비슷하다.

1) 기초 영문법: 완전한 문장으로 영작하며 영작문 기초 실력을 다질 수 있습니다.

2) 간단한 문장 쓰기 :4 문장으로 시작해서 8 문장, 3 문단, 4 문단, 5 문단까지 점차적으로 확장해 나갑니다.

3) 서술형 쓰기 대비 :자신의 생각을 체계적으로 말하고 쓸 수 있고 오피니언 라이팅 기법을 활용한 영작문을 통해 학교 서술형 문제나 수행평가를 대비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번에 2028 대입개편안에서 논. 서술 평가를 늘려 사고력 문제해결력을 높인다는 발표가 있었기에 학교내신도 서술형 강화 항목이 있으므로 영어는 서술형 공부도 필수가 되었다.


문제는, 내가 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기껏 해봐야 학창 시절에 시험대비한답시고 본문 따라 쓰고 직독직해 해본 경험인데 그것도 30년 가까이 되어간다. 성인이 되어서는 일상대화가 목표라 speaking 위주이기 때문에 writing은 더더욱이 쓸 기회가 없었다. 그런 영알못에게 "주어진 조건에 맞추어 형식에 맞게 글을 쓰게끔 지도하라" 라니!! 이건 뭐 "너 라면 끓여봤지? 그럼 시아버님 생신상을 좀 차려보겠니?"와 같은 수준 아닌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더 이상 미룰래야 미룰 수 없다. 다른 단계와의 차이가 나게끔 만드는 것은 엄마표 영어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도 한다. 열심히 강의를 찾아 듣고, 초중등 영어 로드맵에 관한 책을 찾아 읽는다. 줄을 치고, 정리하며 마치 토익을 한 달 앞둔 수험생처럼 영어 쓰기 지도에 올인을 하기 시작했다.

대략적인 로드맵이 그려지면서 조금씩 모르겠는 부분이 생겼다. 예를 들면 리딩과 라이팅의 수준 차이라던지, 처음 글쓰기를 할 때 어디까지 봐줘야 하는지, 어느 부분을 집중해서 봐주어야 하는지 구체적인 티칭법이 필요했다.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지 고민에 빠졌다. 10년 넘게 연락을 안 했지만 인친으로 되어있는 영어교사들에게 SOS를 칠 것인가, 나는 늘 책과 강의서 봐왔지만 누구보다 바쁜 전문가들에게 염치 불고하고 DM을 보낼 것인가, 요즘 내가 푹 빠져있는 브런치 모임에 영어강사가 있던데 그분들에게 민망하게 개인톡을 보낼 것인가. 나는 소심하고 부끄럼 많은 내향적인 사람이지만, 엄마는 적극적이고 창피함 따윈 없는 열정 넘치는 사람이니까 고민했던 방법을 모두 동원하기로 했다. 모두가 답변해 줄 거라 기대를 하지 않지만, 누군가는 나의 절실함을 알고 손을 내밀어 주겠지. 그나마 직접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게 아니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다양한 루트로 상담해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다행히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셔서 전체적인 가이드라인과 지도방법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세상엔 마음씨 좋은 사람들이 너무 많다, 저에게 힘들게 배운 본인들의 재능을 기부해 주신 분들 복 받으실 거예요. 감사합니다.) 라이팅에도 순서가 있음을 알게 되었고, 다른 영역보다 늦게 시작한 만큼 차근차근 부지런히 지도를 해볼까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포인트도 알게 되었다. 엄마도 같이 해야 한다는 것. 아무리 AI가 발달하고 chatGPT가 나날이 성장한다지만, 아직은 함께 하며 격려하고 도움을 주는 엄마표를 이길 순 없다. 이성과 감성의 조화가 아이를 지치기 않게 하리라. 자, 이제 엄마의 힘이 무엇인지 보여줄 타이밍이다. Writing과 전쟁이다.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어디 겨뤄보자.


가자! 영어 공책 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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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글쓰기 지도 강의

https://youtu.be/lX5V_2T2AOA?feature=shared

https://youtu.be/M1pV8Yorz48?feature=shared

https://youtu.be/qDN6iNFyBH8?feature=shared

https://youtu.be/Cnp9k2sQHic?feature=sha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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