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쓰는 독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이 Mar 12. 2024

나의 악몽

<타이탄의 도구들>, 팀페리스

 <타이탄의 도구들>의 저자 팀 페리스는 스스로를 노트 수집가라 부른다. 매 순간을 기록하고, 그로부터 깨달은 바를 지식과 경험으로 두고두고 꺼내 쓴다고 한다. 그 노트 중에서 가장 지혜롭고, 가장 부유하고, 가장 건강하다고 평가받은 인물을 만나 그들이 더 큰 결과를 얻기 위해 매일 실천하고 있는 것들을 정리한 것이 이 책이라 밝혔다. 그의 말대로 이 책은 많은 타이탄(자신의 분야에서 최정상에 오른 사람)의 전략과 습관 등을 담아내는데, 그것들이 정말 사소하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것들이라서 책을 읽으면서 바로 실행해 보게 만들었다.

그중 '강력한 행동을 끌어내는 Q&A'에서 질문에 답을 서술하라고 되어있어 그의 말대로 '그냥 생각나는 대로 쏟아내는 것'을 해 보려 한다. 참고로, 답을 적은 후에는 절대 그 답을 편집하지 말라고 되어있으므로 나는 그의 말대로 행해야 하므로 글의 문맥이 맞지 않을 수 있다. (절대 핑계 아님!)



  

 Q> 당신의 악몽, 즉 당신이 지금 생각하고 있는 일을 행동에 옮길 때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정의하라. 당신에게 꼭 필요한 큰 변화를 추구했을 때 따를 것 같은 의심과 두려움, '만약'의 상황은 무엇인가? 매우 구체적으로 떠올려본다. 삶이 끝장나는가? 1~10까지 평가한다면? 이런 일들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가?

A> 나의 변화를 위해 지금 생각하고 있는 일은, 저자가 했던 그리고 타이탄 대부분이라는 배거 본더(긴 시간을 들여 더 깊이 관찰하며 세상을 걷는 여행자)가 되어보는 것이다. 행동에 옮길 때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은 무엇일까? 우선 집이 엉망이 될 것이다. 집안일을 며칠 하던 남편이 힘들고 짜증이 나서 매일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르며 정리하라고 수십 번 얘기하는 장면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엄마가 없어 불안해하는 1호는 아빠의 눈치를 보며 공부와 집안일을 하면서도 혼자 남몰래 눈물을 훔치며 지내다 끝내는 장염 등 속앓이를 하게 되어 병원신세를 지고 있을 것이다. 자유의 몸이 된 2호는 TV와 핸드폰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군것질만 하다 결국 소아비만 미디어 중독자가 되어 있을게 뻔하다. 내가 지켜온 단란한 가정은 온데간데없이, 각자의 삶을 사는 동거인이 되어 버린 세 부자는 결국 한마디의 대화나 1초의 관심 없이 지내게 되고, 결국 남편은 집을 잠만 자는 곳으로 여기게 되고, 그로 인해 1호는 우울증을, 2호는 흔히 말하는 문제아의 삶을 살게 되지 않을까 싶다. 나 대신 우리 집을 정리하고, 밥을 차리는 건 친정엄마의 몫이 될 것이고 평소에도 약을 달고 사는 우리 엄마는 체력이 바닥나 쓰러져 동생이 엄마를 간호하며 나에게 전화해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이냐며 빨리 돌아오라고 욕을 해댈 것이다. 나에게 꼭 필요한 큰 변화를 추구했을 때 따를 것 같은 이런 의심과 두려움, '만약'의 상황은 삶이 끝장나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러한 최악의 현실을 마주했을 때 나는 삶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마음과 정신이 힘들어져 나 또한 병원 신세를 지고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엄마의 부재로 한 가정이 풍비박산되는 것이 나의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런 일들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은 반(50%)에는 조금 미치지 못하겠지만,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었을 때 거기서 탈출하는 데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우선 1호의 정신과 치료는 적어도 2~3년이 걸릴 것이다. 이는 현재 내가 우울증 약을 먹으며 의사에게 들은 평균적인 치료 시간이기에 한창 감수성이 풍부하고 정체성 혼란을 겪을 시기인 1호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겠다. 남편을 가정으로 돌아오게 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진 않을 것 같다. 그가 나에게 생긴 원망을 지우게 하기 위해 내가 많은 노력을 해야 하겠지만, 본질의 성품이 착한 사람이기에 가족 중 가장 빠른 시간에 제자리로 돌아와 나를 도와줄 거라 믿는다. 2호는 우리 부부가 안정을 찾고 관심을 가져주면 1호의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키는 시간정도가 지나면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싶다. 이사를 가고, 함께 운동을 하고, 가족이 함께 심리치료도 받으며 미디어를 멀리 하게끔 도와줄 것이다.

이런 시기를 거치면 3년 이내 (내가 생각하는 가장 빠르게 회복하는 시간)에 예전 상태로 돌아가진 못해도 비슷하게는 흉내 내고 있지 않을까 싶다. 이 방법이 아닌 최악의 상황에서도 나의 상황을 통제하는 힘을 발휘해 새로운 길을 열 방법은 처음 시작인 배거 본더의 삶을 가족이 함께 해 보는 것 외엔 없다고 생각이 든다. 이로 인해 긍정적인 성과가 있다면 견문을 넓히고 자존감을 고취시켜 긍정적이고 용기 있는 삶을 살 수 있게 된다는 점일 것이다. 1~10까지로 평가할 때 이러한 성과는 10에 해당하겠지만 가족의 희생이 있어야 하기에 완벽한 만점을 줄 순 없다.



 

이렇게 두려움을 내려놓기 위해 최악의 상황을 상상해 보며 '리허설'을 해 보는 것이 나에게 조금씩 주입이 되어 진짜 상황이 닥쳤을 때 훌륭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한다. 불안과 두려운 걱정에서 자유로워짐으로써 스트레스가 심해질 때를 대비해 미리 강해지자는 것이다. 그러고 나면 높은 리스크를 감수할 용기를 얻는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위 질문에 답을 하면서 진짜 최악의 상황이 되었을 때 현명하게 대처가 될지 의문스럽다. 답을 쓰며 불안과 두려움이 더 구체적으로 그려지면서 나의 변화를 위한 행동에 대한 용기가 아닌 포기를 선택하게 된다. 아직까지 나는, 나보다 가족이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걸 느낄 수 있는 순간이기도 하다. 리스크를 감수할 깜냥은 없어 타이탄이 되지는 못하겠지만 화목한 가정을 만드는 '원더우먼' 정도로 목표를 변경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그것도 어떤 점에서는 타이탄일수도 있으니.


매거진의 이전글 노후에 신랑덕보고 살기 위해 한 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