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쓰는 독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lia Mar 20. 2024

글은 영혼을 담는다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가슴에 품고 싶은 책이 생겼어요. 여러분도 그런 책이 있으시죠? 요상스럽게 꼭 해야만 할 것 같은 강한 느낌으로 슬초브런치 프로젝트를 신청하게 되었고, 읽기와 쓰기를 좋아하는 분들을 만났어요. 그분들과 글쓰기에 관한 책을 함께 읽고, 서로 추천도 하고, 감상을 나누기도 하는 삶을 살고 있네요. 불과 몇 달 전에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변화예요. 아, 가슴에 품고 싶은 책이 뭐냐면요,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예요.






은유 작가님은 오래전부터 저의 페이스북 친구예요. 물론 은유 작가님은 저를 모르시지만요. 책보다는 짧지만 페이스북에 올리시는 피드를 읽으며 필체를 자주 느낄 수 있었고, 종종 사진도 올려 주시니 웃는 모습도 친숙한 분이세요.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페이스북 사진 속의 웃는 얼굴로 다정다감하게 말을 걸어주시는 것 같아 책장을 부러 천천히 넘기곤 했습니다. 책이 빨리 끝나버릴까 봐 아쉬워하며 읽은 두 번째 글쓰기 책이었어요(첫 번째 책은 이은경 선생님의 "오후의 글쓰기"였고요).  




은유 작가님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약자들의 고통, 애환을 세상에 드러내 뜨거운 가슴으로 읽히게 하는 르포작가세요. 페이스북에도 강연, 북토크, 책방 방문기뿐만 아니라 OOO 노동자들과 인터뷰했다는 이야기도 종종 올라오거든요. 부드럽지만 강인한 힘을 지닌 작가님의 문장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지나쳤을 척박하고 모순된 노동의 현장이, 추운 겨울 동안 언 땅을 비집고 빼꼼히 머리를 내미는 새싹처럼 세상에 나옵니다. 작가님의 글을 읽으며 '이러한 글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화를 내거나 불평하지 않으면서, 아픔을 고발하는 이야기를 이렇게 따뜻하고 진솔한 언어로 건넬 수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작가님을 무척 만나보고 싶고, 친해지고 싶어 졌고요.


진부한 이야기지만,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를 읽으면서 '글은 곧 글을 쓰는 그 사람'이라는 것이 더 명확해졌어요. 은유 작가님은 글쓰기가 나쁜 언어를 좋은 언어로 바꾸어내는 일이라고 합니다. 때론 분노에 찬 글을 써야 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분노를 위한 분노가 아니라, 사랑이라는 감정을 원천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그 솔직한 분노를 담아내는 거라고요. 어찌 보면 르포작가로서 가장 매서운 필체로 글을 휘갈겨야 할 것 같지만, 부드럽고 온화함이 뾰족하고 차가운 것을 이긴다는 것을 보여주시는 것 같아요. 글쓰기에 관해 이야기하는 이 책도 글쓰기에 대한 애정,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을 향한 응원과 사랑이, 마치 잘 익어 꽉 들어찬 석류 알맹이처럼 가득 담겨 있어요.


따뜻하기만 하다면 한 번의 감동으로 끝났을 텐데, 그 몇 곱절 이상의 배움이 남았습니다. 은유 작가님은 이야기 꼭지마다 어울리는 다른 작가의 좋은 문장, 구절을 소개해 주시며 작가의 어떤 언어가 좋았는지 이야기해 주세요. 그리고 작가님이 직접 쓰신 기억에 남는 문단, 학인들의 글 중 인상적인 단락을 예시로 보여주시며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지 친절한 로드맵도 펼쳐 보여 주세요. 그리고 글을 어찌 풀어야 할지 막막할 때는 삶 속에 잠시 묵혀두었다가 입에 착 달라붙는 묵은지로 승화시키는 방법도 보여주시고요. 붕어빵집인 줄 알았던 호떡집 아저씨랑 대화를 나누고 돌파구를 찾으셨다고. '성착취 피해 아동, 청소년'에 관한 무거운 주제의 글을 누구에게나 와닿는 글로 마무리했던 작가님의 글이 기억에 남습니다.




좋은 글을 읽으면 그 글을 쓰는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것 같아요. 사랑이라는 단어가 다소 강렬하지만, 이 나이가 되어 보니 사랑은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우리 곁에 머물러 있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은유 작가님의 따뜻한 영혼이 느껴졌어요. 존경하는 마음이 깊어졌고, 예찬하는 마음이 자랐어요.


그러고 보니 이제 알겠어요. 왜 우리 동기 작가님들이 이렇게 좋은지요. 처음에는 매일 단톡방에서 같이 웃고 울며 서로 존재감을 확인하니 그렇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더군요. 우린 모두 글을 통해 만나는 사이였다는 것을, 서로의 글을 읽으며 영혼을 느끼고 있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어요. 글에서 느껴지는 작가님들은 각자의 삶 속에서 얼마나 바지런한지요. 스쳐 지나가는 단상을 놓치지 않고 아기 궁뎅이를 바라보던 애정 어린 눈으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소중한 이를 위해 즐거움을 찾고, 나를 내어주고, 아픔을 보듬어 주기도 하고요. 또 얼마나 이지적이고, 익살스럽기도 하신지요. 내가 아는 것을 전하고 실천하며 세상이 더 아름다워지도록 오늘도 머리를 싸매고 글을 쓰시거든요. 얼굴도 아직 잘 모르고, 어디에 계신지도 다 모르지만, 글을 읽으며 감탄하고 공감하니 친밀감이 쌓여 갑니다. '이런 글을 쓰시는 분이라면 분명 따뜻한 "사람"이야'라고요. 어릴 적 다니던 학교도 아니요, 몸 담고 있는 직장도 아닌 곳에서 이렇게 소중한 인연(緣)을 만나다니 신기할 뿐입니다. 감히 바라건대, 동기 작가님들이 쓰신 글을 평생 읽고 싶습니다. 앞으로 우리가 걷는 길에 돌부리가 있을 수도 있고, 깊은 웅덩이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글을 도움판 삼아 멈추지 않고 함께 걸었으면 좋겠어요. 오늘도 어디선가 멈추지 않고 글을 쓰시는 작가님들, 마음 깊이 응원합니다! 당신 글의 애독자가 상시 대기하고 있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쓰십시오. 글 없는 저도 힘내어 보겠습니다! :)  




대문사진: Pixabay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악몽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