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와 공급이 만드는 가격 차이의 UX
12월 30일, 프리퀀시 시장에 다시 들어갔다.
이번엔 판매자가 아니라, 이벤트를 완성하러 왔다.
그리고 시장은, 이전과 달라져 있었다.
본문을 읽기 전, 1편을 읽고와야 글이 좀 더 맛있습니다. :)
프리퀀시 스티커가 계속 모였다.
시장 초반에는 미션 스티커 하나에 1,500원, 일반 800원 정도 받을 수 있었다.
나름대로 괜찮은 현금화 방식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인기있는 증정품은 소진됐다.
물건과 스티커는 중고 시장에 계속 풀렸다.
계산이 바뀌었다.
팔기보다 완성품을 가지는게 낫겠다고. 다시 시장에 참여했다.
12월 30일, 이벤트가 하루 남은 시점에 중고 거래 플랫폼을 다시 열었다.
거래 글을 보니 변화가 보였다.
- 스티커의 교환비율
시장 초반엔 미션 스티커 1개에 일반 스티커 2개를 교환하는 비율이 암묵적 기준이었다.
그런데 막바지에는 1:4까지 올라갔다. 미션 1개를 받으려고 일반 4개를 내놓는 사람들이 생겼다.
- 가격 변동성
가격으로도 확인됐다. 시장 초반에는 미션 1,500원, 일반 800원 정도였다.
12월 30일 기준으로는 미션 1,000-2,000원, 일반 200-300원이었다.
일반 스티커는 1/3 가격으로 내려온 셈이고, 미션은 가격 변동폭이 컸다.
스티커를 팔아치우고 싶은 사람은 싸게 내놓고, 버틸 수 있는 사람은 이전보다 비싸게 팔고 있었다.
교환 비율과 가격, 두 가지 모두 같은 것을 말하고 있었다.
"미션 스티커의 상대적 가치는 오히려 올라갔다."
시장이 닫히기 하루 전, 시장에 남아있는 사람들의 심리는 비슷해 보였다.
'여기서 포기하면 지금까지 모은 게 사라진다.'
미션 스티커를 구입하거나, 교환하자는 글이 주로 보였다.
프리퀀시 완성에는 미션 스티커 3개가 필수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일반 스티커를 사려는 글은 거의 없었다.
미션 스티커의 공급이 줄어든 이유를 생각해보면,
미션을 모은 사람들은 바로 증정품으로 교환했을 가능성이 높다.
더 이상 시장에 있을 이유가 없다. 공급자들이 떠나면서 미션 스티커의 수요가 올라간다.
현 시점의 시장은 거래 시장이 아니라 완성 대 포기의 심리 게임이었다.
남아 있는 사람들은 이미 상당 부분 스티커를 모은 사람들이다. 지금 빠지면 손실이 확정된다.
이벤트가 끝나는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미션 스티커가 1-2개 부족한 사람은 가격을 올려서라도 사고 싶어한다.
하지만 파는 사람은 줄어든다. 미션 가격이 유지되거나 오히려 오른 이유다.
한 가지 흥미를 끌었던 것. 일반은 300원 내외, 미션은 2,000원까지.
수요와 공급의 문제에서 시작했지만, 세부적인 이유를 더 생각해 보았다.
미션 음료를 보니 공통점이 있었다.
코코 말차는 초록이었고, 프라푸치노는 빨강과 파랑 층이 있었다.
핑크 캐모마일 폴레저는 분홍, 토피 넛 라떼는 크림 탑이 올라가 있었다.
색상 혹은 맛에서 개성이 있는 음료들이었다. (그리고 모두 단 맛이다)
하지만 평소 사람들이 마시는 건 미션 음료와 반대 타입이다.
스타벅스 2024년 판매 순위를 보면,
1위는 카페 아메리카노. 2위는 카페 라떼. 4위는 디카페인 카페 아메리카노.
상위권에 있는 인기 커피는 달지 않고, 기본에 가깝다.
보통 사람들이 선호하는 건 달지 않은 형태의 음료라 볼 수 있다.
이벤트 기간이라고 해서 사람들의 습관이 갑자기 바뀌지 않는다.
여전히 아메리카노를 주문한다. 그래서 일반 스티커는 12/31까지도 많을 수 밖에 없다.
시장에 공급이 넘쳐난다. 200원까지 떨어진 이유다.
미션 음료는 다르다. 색깔이 있고 달다. 사람들이 보통 선호하는 음료와 거리가 있다.
미션 음료를 마시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다. 그래서 미션 스티커는 (일반에 비해)소량만 발생한다.
시장에 공급이 부족하다. 12/31에도 가격 파워를 유지하는 이유다.
글을 쓰다보니 떠오른 질문이 있다. 왜 미션 음료는 색깔이 화려하고 달까?
마케팅을 할 땐 사진(영상)으로 한다. 아메리카노 3잔은 평범해 보인다.
하지만 초록 말차, 빨강/파랑 프라푸치노, 분홍색 음료는 사람들의 눈을 확 끈다. SNS에 올리기도 좋다.
시각적으로 강렬한 음료는 <스타벅스에서 이벤트 해요>라는 신호가 된다.
일상의 아메리카노와는 다르다는 메시지. 특별한 느낌을 제공해야 하니까.
결국 미션 음료가 달고 화려한 음료일 수밖에 없었던 건 이벤트 구조의 필연 아닐까?
그리고 난 미션을 여전히 비선호할 것이다
12월 31일.
프리퀀시 완성본으로 무료 음료 쿠폰 3장을 받았다.
1편에서는 "미션 스티커는 안 샀다"고 했었다.
2편에서는 계산이 바뀌었고, 결국 목표를 달성했다.
관찰하다 참여했고, 참여하면서 다시 관찰했다. 좋은 배움이었다.
추신. 수업료는 900원이었다.
미션 스티커 1장 값.
『일상의 UX 실험실』은
세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관찰하고 기록을 남기는 공간입니다.
사람과 제품, 시스템이 만드는 경험을 다각도로 탐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