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스타벅스는 거래소를 만들지 않았다

프리퀀시로 본 의도하지 않은 시장의 UX

by LINEA


스타벅스 스티커에 왜 가격이 매겨질까?
미션 1개가 일반 2개와 교환되는 이유는?
완성본이 18,000원에 거래되는 시장은 어떻게 생긴 걸까?



스타벅스 프리퀀시


스타벅스가 매년 11월 말부터 12월까지 하는 스티커 모으기 이벤트다.

음료 하나 사면 스티커 1장. 17개 모으면 담요·가습기·다이어리·캘린더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스티커 17개 중 3개는 '미션 음료'라는 걸 마셔야 한다.

일반 스티커: 아무 음료나 사면 1장

미션 스티커: 특정 음료(진저 브레드 라떼, 돌체 콜드 브루 등)를 사면 1장


IMG_2309.jpg


집 근처에 있는 스타벅스를 자주 가다 보니, 프리퀀시 일반 스티커가 쌓였다.

미션 스티커를 주는 음료를 마시고 싶진 않아서, 스티커를 구하러 당근마켓에 접속해 보았다.


- 미션 1개(저)에 일반 2개 교환(님)이요

- 완성본 18,000원 판매합니다.
- 담요와 양말 포함 3만 원


스티커뿐 아니라 완성본, 증정품까지도 거래하고 있었다.

문득 깨달았다. "이 정도면 프리퀀시는 하나의 시장이다."


스타벅스 앱 안의 시장


프리퀀시는 스타벅스 앱을 사용해야 참여 가능한 이벤트다.

즉, 이 시장은 스타벅스 고객(내부자) 대상의 시장인 것이다.


[ 앱 사용자만 참여 가능 → 스타벅스(충성) 고객 → 이벤트 이해도 높음 → 거래판 질서 유지 ]


그래서 시장이 원활하게 돌아간다. 참여자의 질이 이미 정제된 상태에서 시작되니까.

앱은 시장의 입장권이자, 동시에 거래 인프라다.


앱이 없으면:

이벤트 자체를 모른다 (앱 공지/배너/푸시로만 알림)

스티커를 적립할 수 없다 (계산할 때 놓치면 적립 불가)

스티커 적립 규칙도 모른다

증정품 재고 수량도 못 본다


그리고 거래가 더 원활하게 이뤄지는 이유는 스티커가 디지털 적립이기 때문이다.

내가 모은 스티커를 다른 사람 앱으로 보내는 일이 가능하니,

자연스럽게 당근마켓에서 서로의 필요에 따라 거래가 이뤄진다.


[ 당근에서 거래 연결 → 판매자가 앱에서 선물 버튼 → 구매자 앱으로 스티커 들어옴 ]



프리퀀시 시장을 이루는 요소


프리퀀시 시장은 구조적으로 세 단계(3개 시장)로 나뉜다.

1) 스티커가 생성되는 단계
2) 생성된 스티커가 거래되는 단계
3) 스티커로 바꾼 증정품이 다시 팔리는 단계


① 1차 시장: 스티커 생성

음료를 마시고 적립하면 스티커가 생긴다. 음료에 따라오는 부록 같은 것이다. -

- 음료 구매로 자동 생성되는 일반 스티커

- 특정 음료를 마셔야만 생기는 미션 스티커


② 2차 시장: 스티커 거래


2-1.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가하는 스티커 개수

- 첫날 에스프레소를 다량 구입해 증정품을 바꾼 후 새로 모으는 사람

- 회사에서 단체로 커피 구매, 주변 사람들이 모아주는 경우 등으로 스티커 추가 획득한 사람

- 먹다 보니 스티커가 모인 사람 등


2-2. 중고거래 시장에서 판매/교환

- 증정품만 갖고 싶은 사람

- 증정품을 팔아 현금을 갖고 싶은 사람

- 증정품 관심 없고 스티커만 팔고 싶은 사람 등


그리고 특이한 점은, 미션 1개 : 일반 2개 같은 암묵적 비율이다.


IMG_2296.PNG

이유는 다음과 같다.

미션 음료는 대체로 비싸고, 일부러 마셔야 생긴다 → 희소성 높음

일반 음료는 평소대로 마시면 생긴다 → 희소성 낮음

그래서 자연스럽게 비율이 형성된다.


2-3. 거래자의 두 가지 유형


이 시장이 궁금해져서 프리퀀시 스티커를 다수 매입하는 분께 질문을 했다.

IMG_2311.jpg


- 판매(네이버) 형: 스티커 대량 매수 → 완성본 여러 개 제작 → 증정품 리셀 목적

당근에서 "프리퀀시 삽니다, 개당 1,000원" 같은 고정 단가로 대량 매수한다.

이들이 시장의 바닥(가격 하한선)을 만든다. 스티커의 가격이 판매형 유저들에 의해 조정된다.


- 소비자형: 본인용, 주변 선물용
1:2 교환, 2개 구입, 1개만 팔아요 등 여러 가지 형태로 거래한다.

가격도 들쭉날쭉하다. 판매자와 구매자의 희망 가격이 달라서 더 재미있다.


TMI: 12월 초 기준

구매자는 일반 600-800원/ 미션 1000원-1200원

판매자는 일반 900-1200원 / 미션 1300-1500원 정도를 원한다


③ 3차 시장: 증정품 리셀

2025년에는 담요, 가습기 다이어리, 캘린더를 제공한다.


IMG_2303-side.PNG


이미지를 보면, 무엇이 인기를 끄는 제품인지 알 수 있다. (이것 또한 앱에서만 확인 가능하다)


올해는 담요가 가장 인기가 많다.

블로그에서 담요 사용자 후기를 보면 만족도도 높다. 가지고 싶은 사람들이 많아진다.

스티커를 완성해도 매일 아침 7시에 예약 전쟁을 해야 하다 보니, 강제로 희소성이 부여된다.


IMG_2300.PNG
IMG_2301.PNG
IMG_2299.PNG
12월 초 기준 당근에서 거래되는 증정품 가격


희소성이 있는 만큼, 증정품을 판매하려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이들이 바로 2차 시장의 판매형 거래자들이자 3차 시장의 주요 공급자다.


이들은 당근에서 스티커를 대량으로 사서 완성본을 여러 개(5개, 10개, 때로는 20개 이상) 만들고,

인기 증정품을 받아서 되판다. 담요는 2만 원 후반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TMI: 아직 다이어리의 가격이 높은 이유는 아직 다이어리 판매자가 얼마 없기 때문일 것이다.

담요가 소진된 이후에는 당근마켓에 다이어리 물량이 더 풀려서 가격이 내려가지 않을까?

(다이어리의 경우 2026년 사용품이므로 시간이 지나갈수록 가격경쟁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기도 하고)



귀찮음이 반영된 가격


그리고 또 다른 판매품이 있다면, 프리퀀시 완성본이다.


IMG_2298.jpg


담요 판매가가 2만 원 후반-3만 원쯤 된다. 그런데 완성본은 1만 원 후반대에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증정품과 완성본의 가격은 약 1만 원 차이가 난다. 이 차이는 사람들이 느끼는 귀찮음의 가치일 것이다.


직접 모으기 귀찮음 → 완성본 18,000원

매장 찾아가기 귀찮음 → 택배 포함 3만 원

아침 7시 예약 전쟁 귀찮음 → 담요 중고가 유지

미션 음료 억지로 마시기 싫음 → 미션 교환 비율 상승


이 시장은 공급과 수요만큼 귀찮음 곡선을 따라 움직인다.



프리퀀시 스티커의 리스크


만기 1: 2025년 12월 31일

12월 31일 지남 = 스티커 가치 0원 = 전체 가격 구조를 뒤흔드는 핵심

11월 말: 스티커 값어치 있음 → 12월 중순: 아직 가격 방어 중 → 12월 마지막 주: 전체 던지기 장


만기가 가까워질수록 스티커 보유자는 걱정이 든다. "이거 못 팔면 디지털 조각인데?"

그래서 12월 29일, 30일쯤 되면 당근에서 스티커 5개 2,000원 같은 글이 종종 보인다.


이건 만기 리스크가 가격에 반영되는 사례 중 하나다.

만기가 있는 자산은 시간이 지날수록 급격하게 가치가 떨어진다.


만기 2: 아침 7시 예약

매일 아침 7시 = 담요와 파우치 선택권 만기

7시에 일어나서 앱을 켜야 한다. 늦으면 담요랑 파우치는 이미 동났고, 다이어리나 캘린더만 남아있다.

시간 리스크 때문에 완성본 시장이 더 커진다. 매일 7시 알람 맞춰놓고 사는 것보다 증정품을 사는 게 나을 수도 있으니까.



앱의 재고 막대: 실시간 심리 그래프


스타벅스 앱에서는 증정품 재고 현황이 보인다.


그래프 하나로 사람들 마음이 흔들린다.


[담요 소진 임박] → 이거 내일이면 없겠는데? → 당근마켓 중고거래에 수요 발생

[파우치 품절] → 담요도, 파우치도 없네? 그럼 굳이 지금 안 해도 되겠네? → 스티커 거래 감소

[다이어리 넉넉] → 천천히 해도 되겠다 → 가격 안정 → 26년이 가까울수록 가치 저하


가격은 재고 막대에 따라 조정된다.

"제품이 사라질 것 같다" → 가격 상승 / "제품 수량이 여유 있다" → 가격 하락


스티커 시장, 미션 교환 비율, 완성본 가격 모두 이 재고 현황에 이어지는 거래자의 반응이다.

재고 그래프는 시각적 효과 외에 시장 전체의 심리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프리퀀시 2차 루프


올해는 다르다. 스티커를 다 모았다고 끝이 아니다.

"5개 더 모으면 파우치/양말 추가로 드려요"가 있기 때문이다.

2차 당근 덕분에 사람들이 프리퀀시를 좀 더 열심히 모으지 않았을까?



프리퀀시는 일종의 게임


사람들이 왜 이 시장에 참여할까?

증정품이 필요해서? 물론 그것도 맞다. 근데 또 다른 이유들도 있을 것이다.


수집 욕구: 17개 채우는 재미

교환의 즐거움: 당근에서 만나서 살게요/팔게요 하기

SNS 인증: 올해도 완성!

시즌 분위기: 겨울, 연말, 크리스마스 감성

작은 승리감: 나 올해도 해냈어 :)


프리퀀시로 빚어진 광경은, 경제 + 게임 + 사회적 상호작용이 섞인 실험실이다.


재밌는 건 이 시장엔 공식 규칙이 없다.

스타벅스는 그냥 "음료 사면 스티커 줄게요" 했을 뿐인데,

사람들이 알아서 거래판을 만들고, 교환 비율을 정하고, 완성본 시장을 열었다.



가격하락의 신호

이 글을 쓰려고 시작한 시점엔 미션 스티커의 구매가격은 1200원 선이었다.

며칠 후 다시 확인한 금액은 600원까지 내려온 상태다.


IMG_2571.jpg


가격에 영향을 주는 두 가지 요소가 모두 작용했기 때문이다.

[공급증가] 이벤트로 더 많이 발행된 스티커

[수요감소] 인기 증정품 담요와 파우치는 매진, 양말도 거의 소진


IMG_2401.jpg



결론


미션 스티커를 살까 해서 당근마켓에 들어갔다가,
거래가 오가는 모습이 흥미로워서 1주일 동안 시장을 관찰했다.
증정품 소진 속도, 스티커 수량, 참여자 성향에 따라 시장은 계속 움직였다.


재밌는 건, 이 모든 일이 결국 디지털 스티커 하나에서 시작됐다는 점이다.
앱 안에만 존재하고, 12월 31일이면 사라지는, 실물도 아닌 작은 조각 하나.

스티커 조각에 가격이 붙고, 교환 비율이 생기고, 사람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거래가 오갔다.


스타벅스가 만든 것은 마케팅 이벤트였지만, 사람들은 자발적인 시장을 만들었다.


2025년 겨울, 귀찮음과 시간, 재고와 마음이 거래되는 시장의 기록이다.



P.S. 미션 스티커는 결국 안 샀다.

대신 내 스티커를 팔아서 커피값을 벌었다.

증정품은 못 받았지만, 참여자이자 관찰자였으니까 충분하다.





『일상의 UX 실험실』은

세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관찰하고 기록을 남기는 공간입니다.

사람과 제품, 시스템이 만드는 경험을 다각도로 탐구합니다.

keyword
수요일 연재
이전 03화선물은 센스가 아니라 기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