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은 왜 타인의 불편이 될까 - 향수라는 경험

감각, 그중에서도 향기의 UX

by LINEA
갑자기 코 끝을 찌르는 향기가 난다.
아, 그분이 오셨구나.



종종 가는 카페가 있다.

특정 시간대에, 카페 안의 특정 위치를 지나갈 때 나는 향수 냄새가 있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분이 오셨음을 알리는 향이다.


가끔은 옆자리에 앉는 날도 있었다. 그런 날은 집중이 어려웠다.

화면을 보고 있어도, 커피를 마시고 있어도, 그 향기가 코에 계속 맴돌았다.


묵직하고 정제된 느낌의 향. 비싼 향수 같았다.

매일 뿌리고 다닐 정도면, 좋아서 뿌리는 향일 거다.

그런데 왜 나는 이렇게 괴로울까? 괴로움의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 보기로 했다.


image.png 머리가 점점 아파옵니다...


향수의 구조를 간단히 나눠보면, 가벼운 향과 무거운 향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가벼운 향은 쉽게 퍼지고, 먼저 사라진다.

반대로 무거운 향은 공기 중으로 넓게 퍼지기보다 옷이나 피부에 오래 남아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공기 중에 퍼져 있던 향은 줄어들고, 멀리서는 거의 느껴지지 않게 된다.

그래서 향수를 뿌린 사람과의 거리에 따라, 향수의 강도를 다르게 경험한다.

(때문에, 도입부에 등장한 그 분의 존재감도 거리에 따라 달라진다)


또 다른 원인은, 밀폐된 공간에서 축적되는 농도의 영향이다.

공기 순환이 잘 되는 야외와, 환기가 어려운 실내에서의 후각 반응에는 차이가 있다. 특히 카페나 지하철처럼 향이 잘 빠져나가지 않는 곳에서는, 향이 진하게 코에 닿는다. 일정 수준을 넘으면 불쾌감이나 두통이 생기기도 한다. 좋은 향도, 농도를 넘으면 불필요한 자극이 된다.


그런데, 향수를 뿌린 당사자는 이 사실을 모르는 걸까?

향수를 사용하는 사람은 점점 향에 익숙해진다. 그러다 보면, 향을 잘 맡기 위해 향수를 뿌리는 횟수가 늘어난다. 향은 점점 진해지지만, 사람은 둔감해진다. 같은 냄새를 오래 맡다 보면, 코가 향을 더 이상 새롭게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개인차도 더해진다. 냄새를 느끼는 방식이 사람마다 다르다. 같은 향을 맡아도 어떤 사람에게는 향기롭고 다른 사람에게는 불쾌하게 느껴질 수 있다. 대표적으로 머스크 계열의 향이 그렇다. 누군가에게는 은은한 베이스 노트*지만, 강하고 무겁게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다.


*향의 토대로, 향수의 지속성에 영향을 주는 부분


기억도 영향을 주는 요소다. 향은 다른 감각에 비해 중간 과정 없이, 기억과 감정으로 빠르게 연결된다.

그래서 냄새는 떠올리기 이전에 몸이 먼저 반응한다. 반복해서 겪은 순간이나, 특정 상황과 함께 맡은 냄새일수록 더 강하게 남는다. 개개인의 경험에 따라 향은 달리 해석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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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향은 개인의 선택으로 시작하지만,

거리와 공간에 따라서 타인의 감각 안으로 들어온다.


이때부터 향은 더 이상 개인의 취향에 머물지 않고, 여러 사람이 함께 겪는 경험이 된다.





『일상의 UX 실험실』은

세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관찰하고 기록을 남기는 공간입니다.

사람과 제품, 시스템이 만드는 ‘좋은 경험’을 다각도로 탐구합니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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