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는 SNS인가? - 118명 대상의 라이킷 리서치

브런치 플랫폼 분석 시리즈 - 1부

by LINEA

[들어가기 전]

이 글은 개인적 관찰과 소규모 실험(N=118)에 기반한 분석입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라면 그 의견도 맞습니다. :)




[1] 문제 인식: 브런치는 쓰기만 하는 곳일까?


문득 '나는 브런치에선 쓰기만 하고 읽지는 않네?'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보통 브런치에 접속하는 건, 연재일에 글을 올릴 때이다.

궁금한 내용이 있으면 구글링을 한다. 더 깊이 알고 싶은 주제는 책을 읽는다.


검색 결과에 브런치 글이 보여 들어간 적은 있어도, 브런치에 들어와서 글을 찾아 읽은 경험은 흔치 않다.


처음엔 개인적인 이유라고 여겼다.

나만 그런건가 싶어 몇 가지 키워드로 검색해보니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을 발견했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읽을 사람은 없다" 같은 의견도 보였다.


조금 더 이 생각을 파헤쳐봐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쓰기 플랫폼인데 '작가'만 있고 '독자'는 충분치 않아 보이는 현상.

플랫폼 문제일까? 독자가 변했을까?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을까?



[2] 가설 발견 : 브런치는 SNS인가?


리서치를 시작했다. 그러던 중 눈에 들어온 한 가지 표현,

브런치는 SNS다.


2018~2019년 즈음, 내가 경험한 브런치는 이랬다.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러도, 읽으러도 왔다. 커리어 고민, 업계 인사이트, 전문적인 에세이 등.

당시 내겐 브런치 = 깊이 있는 글을 읽는 곳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플랫폼 지형의 변화가 생겼다. 긴 글 대신 영상이나 이미지가 대세로 떠올랐다.

유튜브는 지식이나 재미를 앞세운 영상 콘텐츠, 인스타그램은 감각적 느낌을 내세웠다.

다양한 플랫폼이 생겨났고, 사용자는 자기 취향에 맞는 곳으로 떠났다.


그에 비해 브런치는 글 중심 플랫폼이고, 이런 변화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았을 것이다.

점점 더 '읽으러 오는 사람'은 줄어들고, '쓰고 싶은 사람'이 생산자이자 소비자로 남는 구조로 바뀐다.


지금 브런치에 있는 사람들은 아마도 이런 이유로 활동하고 있지 않을까.

셀프 브랜딩이 필요한 사람, 내 이야기를 써야만 하는 창구가 필요한 사람.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은 제작 부담이 크고, 호스팅 블로그를 만들긴 번거롭지만, 여전히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은 사람들.


사용자들이 생산자이자 독자라면, 지금의 '브런치는 SNS다'란 말이 이상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SNS를 정의하는 특징들:

알고리즘보다 관계망이 노출을 결정

콘텐츠 소비보다 상호작용이 우선

깊게 읽기보다 빠르게 반응

검색보다 알림으로 접속

글의 가치보다 누가 썼는지가 중요함


브런치에 대입해보니, 라이킷(좋아요), 이웃(팔로우), 알림 중심 UX, 메인 노출 알고리즘. 모두 SNS의 핵심 요소였다.


브런치는 '긴 글 쓰는 SNS'일 가능성이 보였다. 하지만 가설일 뿐이었다. 검증이 필요했다.



[3] 검증 : 118개의 무작위 라이킷 리서치


실험 설계

가벼운 테스트를 해보기로 했다. 궁금한 건 못참지

실험일에 새로 글을 올린 사람 중 무작위로 118명을 선택했다.

글에 라이킷을 남긴 후, 반응을 관찰했다. 반나절 정도 시간을 잡고 진행했다. 대부분의 반응은 3시간 내로 왔다.


측정한 항목

상호 라이킷: 내가 라이킷을 남긴 후 상대방이 내 글에 라이킷을 남기는 행위

팔로우 전환: 상대방이 나를 팔로우하는 행위


실험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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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호작용 대상: 118명

- 총 반응: 13명 (11%) : 라이킷/팔로우 동시 수행인원이 1명이라, 중복 제거 값

- 라이킷: 10명 (대부분 1개)*

- 팔로우: 4명

- 라이킷+팔로우 동시: 1명


(* 특이 패턴: 보통 라이킷은 최신 글 1개만 누르는데, 한 명은 비연속적인 글에 복수의 라이킷을 남겼다)


검색 광고의 클릭률과 정확히 매칭되진 않지만, 비용 없이 라이킷 신호만으로 11% 정도의 반응이 나왔다.

브런치가 글의 완성도보다 '나에게 반응한' 신호에 반응하는 관계형 네트워크에 가까울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실험 후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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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모 1: 제일 위에 있는 글만 본다 ]


사람들은 내가 라이킷을 남긴 글의 주제와 상관없이, 페이지에서 가장 상단에 있는 최근 글에 라이킷을 남겼다. 브런치 UX는 타인의 계정에 가면 최신 글이 제일 위에 뜬다. 알림을 받고 들어와서 제일 먼저 보이는 글에 반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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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모 2: 네트워크가 활발한 사람들이 반응한다 ]


팔로우를 한 사람들의 프로필에는 특징이 있었다. 팔로잉 수가 팔로워 수보다 많았다. 글의 성격은 전문적이거나 일상적이거나, 특별한 패턴 없이 다양했다.


이들은 라이킷을 '콘텐츠에 대한 감상'이 아닌 '네트워크 확장을 위한 명함'으로 활용하고 있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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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모 3: 예외, 혹은 가능성 ]


118명 중 단 한 명만이 일반적인 패턴과 다른 행동을 했다.

1회의 라이킷에 대해 과거의 글들을 훑으며 복수의 라이킷을 눌렀다.

예외적 케이스를 통해, 라이킷이 콘텐츠의 심층 소비로 이어지는 확률이 1% 미만임을 경험했다.

대다수의 유저는 입구(최신 글)에서만 잠시 머무른 후 떠났다.


소결론: 관계를 맺는 신호(라이킷)와 콘텐츠(글 내용 읽기)는 별개의 영역이라 볼 수 있다.



[4] 1부의 결론


"브런치는 SNS적 성격을 가진다."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118명에게 무작위로 라이킷을 남기고 반응을 관찰했다. 결과는 가설을 뒷받침했다.


- 약 11%가 반응했고, 대부분 최신 글 1개에만 라이킷을 남겼다.

- 팔로우한 사람들은 팔로잉 수가 팔로워 수보다 많은 케이스였다.


브런치의 실제 역할:

글을 매개로 관계를 유지

글 쓰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확인

상호 반응을 교환

셀프 브랜딩의 요소


도입부에서 시작한,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았다.


브런치는 '읽는 곳'이 아니다.
정보 탐색 공간이 아니라 존재 표시 공간이고, 글쓰기 공간이면서 작가 정체성을 유지시키는 곳이다.


그렇다면 왜 브런치는 이렇게 되어 있을까?

사용자들의 선택일까, 아니면 플랫폼 구조가 만들어낸 결과일까?


2부에서는 브런치의 내부 구조와 UX를 분석한다.

이 플랫폼이 사용자를 'SNS처럼' 행동하게 만드는 방식을 살펴보려고 한다.






『일상의 UX 실험실』은

세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관찰하고 기록을 남기는 공간입니다.

사람과 제품, 시스템이 만드는 경험을 다각도로 탐구합니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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