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중순, 2주 전 다시 시작된 감기로 몸이 무너지는 느낌이다. 하루를 겨우 버티고 나면 급방전된 휴대전화처럼 툭 꺼지듯 잠에 빠진다. 잠깐씩, 기절하듯이. 연구소를 만들고 논문 컨설팅 두 건이 첫 프로젝트로 거의 동시에 들어왔다. 평소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를 쓰다 보니 결국 탈이 난 모양이다. 그래도 컨설팅 한 건은 ZOOM 진행이라 몸에는 그나마 다행이다.
며칠 버티다 오늘은 다시 내과에 갔다. 진료차트를 언듯 봤다. 순간 나도 모르게 짜증이 올라왔다. 첫 방문일이 12월 말이었다는 것, 두 달이 넘도록 같은 증상으로 병원을 드나들었는데 또다시 제자리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내가 뭘 잘못했지?’ 생각보다 먼저 올라온 감정은 자책이 아니라 원망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이 헐랭이 돌팔이 의사 같으니— 하는 생각까지 스쳤다.
처방약은 아침, 점심, 저녁 봉지마다 알약이 여섯 개나 들어 있었다. 그 많은 약 중 어느 것도 제 역할을 못하는 것 같아 더 억울했다. 곧 설 연휴다. 며칠쯤 동면하듯 쉬어볼 생각이다. 그러면 조금은 깨끗이 나을 수 있을까.
그래도 아픈 것만 빼면, 행복한 나날이다. 매일 집밥을 먹고, 최근에는 <브레이킹 배드> 정주행도 마쳤다. 1월에는 3박 4일 일본 여행도 다녀왔다. 몇 년 만의 해외여행이라 조금 떨렸지만, 잘 쉬고 잘 먹고, 관광과 테마 쇼핑까지 충분히 즐겼다.
1월 마무리는 어쩌다 보니 지점 1등이었다. 2월 첫 월요일. 스피치는 하고 싶지 않아 참석하지 않았다. 그런데 행사 시작 10분 전에 동영상을 바로 찍어 보내 달라는 부탁이 와서 결국 하는 수 없이 영상을 촬영해 보냈다. 나중에 현장 사진을 받았는데... 너무 크게 나와서 놀라울 따름이었다.
건축 글은 다음 주가 계획했던 연재의 마지막이다. 2월 안에는 연구소에서 나올 책의 출판 편집 작업도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다.
몸은 약해졌지만, 일상은 여전하다.
지금까지,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