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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인하트 Sep 10. 2018

1. 사람을 쥐어짜는 생산성 향상은 없다 (상)

주 52시간 근무 시대의 일하는 방식 (1)

주 52시간 일해야 한다는 것에 기업이 당황해하는 이유 

   2018년 7월 1일부터 300인 이상 기업에서는 무조건 주 52시간 근무가 시작되었습니다. 신문 기사나 칼럼을 보면, 마치 하루 24시간 주 7일을 일을 하던 시대에서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하는 시대로 갑자기 도착한 느낌입니다. 실제로는 주당 68시간 일하다가 주 52시간 근무로 줄어든 것입니다. 이것도 따지고 보면 주 5일 근무제를 하는 기업은 바뀐 것이 별로 없습니다. 


   과거나 지금이나 하루 8시간 주 5일을 근무를 기준으로 주당 40시간의 근무와 평일 연장근무  12시간까지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차이점이라면 지금은 평일 연장 근무와 휴일 연장 근무를 합쳐서 12시간 가능하도록 하였고, 과거에는 휴일 연장 근무 16시간을 더 할 수 있을 뿐입니다. 300인 이상 기업은 이미 주 5일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업무 성격에 따라 주 5일 근무제 시행도 어렸웠고 52시간 업무가 준수하기 어려운 업종들은 예외가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운송업과 보건업은 특례 유지 업종이 되었고, 말 많았던  서비스업, 보험, 광고업, 방송업 등의 21개 업종은 1년을 유예받았습니다.


   하지만, 기업들이 당황해하는 이유는 돈을 더 주고 일을 시켜야 하기 때문이 아니라 이 법을 반드시 지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그냥 넘어갔던 것들이 지금은 지키지 않으면 법적 처벌이 따르기 때문입니다. 

법은 지키는 것이다


지금까지 사람을 갈아 넣어 생산성을 올려왔다. 

   우리나라의 노동 생산성은 OECD 국가들 중에서 낮은 국가입니다.  노동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은 자본을 투입하거나 단위 노동 투입량을 늘리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값싼 노동력이 공급되는 구조였기에 자본을 투입할 필요가 없이 단순히 투입량을 늘려왔습니다.  값싼 노동력이 왜 문제인지는 군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군대는 무료 노동력이 거의 무한 공급되는 곳이라 자본을 투입할 필요성을 전혀 못 느끼는 곳입니다. 제설차량 한 대면될 일을 대대 병력이 달려들어서 제설을 합니다. 자본 투입은 생각지도 못하고 오직 군인의 숫자로만 생산성을 판단합니다.   


값싼 노동력이 공급되면 벌어지는 일


   일반 기업에서는 생산성을 늘리기 위해 어떤 방법을 선택할까요? 가장 쉬운 방법인 투입량을 늘리려고 하지만 군대와 달리 값싸더라도 비용이 발생합니다. 기업들은 직원 당 노동 시간을 늘려서 해결합니다.  월급을 주었으니 최대한 노동력을 활용하는 겁니다.  


야근 요정이 된다.


   월화수목금금금, 야근 요정이 되어도 일인당 노동 시간은 한계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법적으로는 68시간이었지만, 생산직을 제외한 사무직은 근로 시간을 계산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이제 투입량을 늘리면서 비용을 줄이는 두 번째 방법은 똑같은 업무를 하는 더 값싼 계약직과 비정규직을  늘리는 것이었습니다. 

비정규직 늘리기


   우리나라 기업들은 노동 생산성을 올리는 단순한 방법인 투입량을 늘리기 위해 일인당 노동시간과  값싼 비정규직과 계약직을 늘려왔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유도하고 있고, 노동시간은 주 52시간으로 단축했습니다. 노동 생산성을 올리기 위해 사람과 영혼을 갈아 넣는 것은 OECD 국가가 할 일은 아닙니다.



제설차를 사야 하듯 자본을 투입해야 한다.   

   노동 생산성을 올리는 다른 방법은 단위 투입량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자본을 투입하는 것입니다. 사람을 계속 뽑아서 같은 노동의 투입량을 늘릴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군대에서도 삽질을 포기하고 제설차를 도입할 정도로 자본 투입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누구나 아는 당연한 이야기가 우리나라 기업에서는 작동하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값싼 노동력으로 인해 자본 투입의 효과가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생산성을 위해 제설차 구매를 이야기하면, 대대 병력이 두 시간이면 될 일을 왜 자본을 투입하여 값비싼 제설차를 사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내지 못합니다. 자본 투입 대비 효과가 미미해지기 때문입니다. 사람 값이 쌀수록 절대 자본 투입을 통한 생산성 향상은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영혼을 갈아 넣지 말고 돈을 갈아 넣자 

   이제 시간당 최저 임금 비용이 꾸준히 상승하고 주 52시간 근무제 정착되면, 자연스럽게 생산성 향상을 위한 실질적인 고민이 시작될 것입니다. 그리고, 자본 투입이 과거보다 한결 수월해질 것입니다.  


 

   자본을 투입하여 글로벌 기업들처럼 일하는 방식을 바꾸어야 생산성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일하면서 노동력만 늘리는 방식으로는 기업의 운영 효율성을 증가시킬 수 없습니다.  


   제설이라는 목표를 위해 제설차의 도입을 위한 자본을 투입하여 제설하는 방식을 바꾸었습니다. 경쟁에서 살아남는 기업이라는 목표를 위해 자본을 투입하여 일하는 방식을 바꾸어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합니다. 이제 사람과 영혼을 갈아 넣어 일하는 방식은 중국과 인도가 가장 잘하는 방식입니다. 


정리

   운영 효율성이라는 토대 위에 생산성 향상과 경쟁우위를 논해야 합니다. 주 52시간 근무제와 최저 임금 1만 원은 한국기업의 체질을 개선하는 기회입니다. 이제는 눈삽을 들고 눈을 치울 것이 아니라 자본을 투입하여 제설차를 살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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