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인하트 Sep 14. 2018

2. 사람을 쥐어짜는 생산성 향상은 없다 (하)

주 52시간 근무 시대의 일하는 방식 (2)


기업이 운영 효율성 개선이 중요한 이유  

파란색 실선은 마이클 포터 교수의 생산성 경계(Productivity Frontier)를 표시합니다. 생산성 경계는 한 산업 분야의 생산성의 총합을 의미합니다. 현재 이용한 기술 및 장비와 경영 기법 등을 통해 도달할 수 있는 생산성의 최고치를 가정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기술과 경영기법들이 등장하므로 저 실선은 위쪽으로 이동합니다.   


마이클 포터 교수의 생산성 경계


파란색 실선은 산업 분야의 생산성 경계를 나타내므로 실선 근처에 있는 기업은 운영 효율성(Operational Effectiveness)이 최적화되어 있는 기업입니다. 생산, 제조, 유통에 이르기까지 최신 기술과 설비를 받아들이고 낭비 요소를 제거한 기업들입니다. 이런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저비용에 고품질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일본 기업들이 대표적인 운영효율 개선을 통한 최적화의 사례입니다. 산업이 성장하거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관련 기업들은 운영 효율성을 개선하면서 생산성 경계로 이동합니다. 따라서, 새로운 분야라 할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운영 효율성이 최적화된 기업들이 경쟁을 하는 구도가 만들어지고, 운영 효율성을 갖추지 못한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경쟁에서 도태되게 됩니다.    


마이클 포터 교수의 "전략이란 무엇인가"라는 글에 따르면, 운영 효율성을 개선하여 최적화하는 것은 기업의 필수 활동입니다.  오래된 기술과 낮은 기술력으로 만든 고비용 저품질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기업이 최신 기술과 높은 기술력으로 만든 저비용 고품질의 제품이나 서비스와 경쟁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같은 시장이라도 다양한 제품군과 시장 세그멘테이션이 이루어지므로 운영 효율성만으로 경쟁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운영 효율성을 갖추어 생산성을 향상하는 것은 기업의 본능이자 생존 메커니즘임은 당연합니다. 이 바탕 위에 전략적 포지셔닝을 통해 경쟁하는 것입니다. 전략적 포지셔닝의 효과가 크면 비효율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는 고가의 제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의 운영 효율성이 최적화되지 않는 이유

세계 시장에서 수많은 기업들과 경쟁하는 기업들은 아래 그림의 녹색 동그라미 근처입니다. 삼성 전자나 LG전자같은 기업들은 생산과 제조 분야에서 최신 기술을 받아들이고 낭비요소를 제거하고 다양한 경영 기법을 적용했습니다.  적어도 경쟁기업과 비슷한 수준의 운영 효율성을 개선하였기에 비슷한 수준의 저비용 고품질 제품을 생산해 냅니다. 이를 바탕으로 기업 전략에 따라 메가 히트 제품을 만들기도 하고 실패한 제품을 만들기도 하면서 경쟁합니다.   


많은 한국 기업들의 운영 효율성 상황


대기업도 예외가 아니지만 주로 국내 기업들 간에 한국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기업들은 파란색 동그라미 근처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이론상으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생산성 경계로 이동해야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값싼 노동력과 오너 중심의 경영으로 비슷비슷한 상황에서 운영 효율성의 개선이 매우 느리게 진행되었습니다. 쌍팔년도도 아니고 말도 안 되는 가정이라 일축할 수 있지만,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는 필자는 한국 기업의 비효율성을 피부로 느낍니다. 제설차로 해결할 일을 수많은 사람을 움직여 해결하는 것을 여러 번 목격했습니다. 다시 말해, 자본을 투자하여 운영 효율성을 개선해야 할 것을 자본을 아끼기 위해 사람들의 시간과 노력을 소모합니다.


파란색 동그라미의 기업들은 사람을 갈아 넣거나 쥐어짜는 방식에 익숙해져 있기에 주 52시간 근무제나 중국 기업의 적극적인 한국 진출에 당황해합니다. 전략의 승패 여부를 떠나 비용 절감만을 외치며 운영 효율성 개선을 등한 시 하였기 때문에 저비용 고품질의 제품을 만들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획기적인 운영 효율성 개선을 통한 생산성 향상은 자본 투자가 필수적이지만, 기업들이 값싼 노동력을 통해 해결해 왔으므로 전략이 제대로 동작할 리가 없습니다. 직원들에게  걷지 말고 뛰어다니라거나 점심시간을 단축시켜 일을 시킨다는 발상은 같은 연장선 상에 있습니다.



외국인의 시선으로 본 이해할 수 없는 사례들

필자가 잘 아는 분야인 사무환경의 비효율에 대해 몇 가지 사례를 들어 보겠습니다. 외국 기업과 한국 기업의 차이가 얼마나 큰 지를 비교합니다. 기업의 본능인 운영 효율성 개선을 포기하고 비용 절감을 강조한 대가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를 예로 들 것입니다. 필자도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고 외국인 동료와 이야기하면서 크게 잘못된 것을 인지한 것이므로 외국인 동료의 시선으로 정리해 봅니다.


회의용 프로젝터를 통합 관리하는 회사
한국의 글로벌 기업 중 하나인 한 회사가 미국에 현지 본사를 미국 캘리포니아에 세웠습니다. 화려한 외관과 규모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4층에서 회의를 하기 위해 방문한 외국인 동료는 깜짞 놀랐습니다. 1층 프런트에서 프로젝터를 보관하고 있다가 회의가 있을 때마다 빌려와서 회의를 하는 것입니다. 중 대 규모 회의실에 프로젝터를 설치하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직원의 노동력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건물은 외관은 화려하게 최신 설비를 갖추었지만, 내부의 직원들의 업무방식은 한국식으로 사람을 투입하여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운영 효율성을 개선하여 회사 전체의 비용 절감을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각 부분에서 비용절감을 통해 운영 효율성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당연한 것들이 외국인 동료의 시선에는 매우 불합리한 상황이었습니다.     


2시간의 주간 회의를 위해 일주일에 한 번 모이는 점장들
거점 도시로 모이는 시간 2시간, 회의하는 시간 2 시간, 다시 사무실로 복귀하는 시간 2 시간. 결국 점장들에게 월요일은 회의만 하는 날입니다. 한국 기업의 평범한 일상으로 운영 비효율이라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합니다. 자본 투자의 여력에 따라 영상회의 솔루션을 도입하거나 값싼 클라우드 서비스를 도입할 수 있습니다. 정말 비용 압박이 심하다면 무료 클라우드 솔루션을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운영 효율성 개선을 시도하지 않고 직원의 시간을 무작정 사용합니다. 외국인의 시선에 월 3만이 없어 미팅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기업은 이해가 불가능합니다.


외국 바이어에게 미팅 클라우드 서비스를 부탁하는 한국 직원들
한국 기업의 해외 영업 부서와 해외 바이어는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음성 통화보다는 영상 통화나 웹 미팅을 선호합니다.  해외 바이어들은 MS 스카이프, 구글 행아웃, 시스코 웹엑스를 이용하거나 회사의 영상회의 설루션을 이용합니다. 한국 기업들은 보안을 이유로 주요 미팅 클라우드 서비스 사용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직원들은 해외 바이어가 자신의 클라우드 서비스로 초대해 줄 것을 부탁하고 난 뒤에 회사가 아닌 커피숍이나 다른 곳으로 이동하여 회의에 참석할 뿐만 아니라 브로셔나 제품 소개 자료조차 공유하지 못합니다. 외국인의 시선에 전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재택근무나 원격근무가 불가능한 직원들
외국 기업들은 사무실 임대 비용을 절감하고, 출퇴근 시간 3시간을 아끼기 위해 재택근무를 장려합니다. 일주일에 절반 정도는 회사에서 절반 정도는 집에서 일을 하도록 합니다. 외국 기업은 업무 성과를 위주로 판단하므로 성실성을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출퇴근 시간을 지하철과 버스에 시달리지 말고 편한 시간에 나와서 일하는 유연 근무제도 일상화되어 있습니다. 보안 문제는 거론의 가치조차 없습니다. 외국 기업들도 보안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외국인의 시선에 사무실에 빽빽이 들어앉아 있는 직원들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낡은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변경하지 못하는 기업
한국 기업들은 운영 효율성 개선을 위해 낡은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바꾸고 싶어도 바꾸지 못합니다. 모바일과 클라우드 서비스가 전 세계를 휩쓸면서 직원과 팀의 생산성 향상에 목을 메어도 한국 기업들은 상관없는 일입니다. 회사의 IT 게이트키퍼 컴퍼니가 제공해주는 솔루션을 의무적으로 비싼 돈을 내고 써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외국인은 많지 않습니다. 한국에는 수많은 IT 기업이 있지만, 대기업의 IT 자회사 중 이름 대면 알 수 있는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가 없는 이유입니다. 그들은 잘 만들 능력도 만들 필요도 없기 때문입니다. 무조건 사주기 때문에


이 외에도 많겠지만 생략합니다. 직장인들 중에 위의 사례가 지어낸 이야기라 말할 수 있는 없을 것입니다.



정리  

지금까지 한국 기업들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운영 효율성 개선을 등한시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필자는 제조와 유통 등의 전문가가 아니므로 사무환경 분야만을 예로 들었습니다. 


마이클 포터 교수는 운영 효율성은 전략이 아니지만, 기업의 필수 활동으로 정의했습니다. 경영 전략의 아버지인 그가 한국에 있었다면, 운영 효율성의 전략의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했을지도 모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1. 사람을 쥐어짜는 생산성 향상은 없다 (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