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하루 수만 명의 방문객과 충분한 광고 수익을 올리는 블로그는 많지 않습니다. 지금 시작하는 블로그가 짧은 기간에 파워블로그가 되는 일은 없습니다. 블로그를 하고 싶은 사람은 많아도 막상 시작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또한, 사람들은 블로그의 콘텐츠를 고민하지 않고, 키워드 구성과 디자인만 신경 씁니다. 블로그가 기업의 중요한 마케팅 수단이 되면서 블로그의 본질은 사라지고 껍질만 남았습니다. 블로그에 대한 책들은 가장 중요한 콘텐츠는 항상 준비되어 있다고 가정합니다. 블로그의 본질은 껍데기가 아니라 글입니다. 블로그는 사람들은 전문적이고 유익한 글을 찾아와서 단골이 되는 것입니다. 키워드나 껍데기에 낚인 사람들이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습니다.
IT 분야의 전문 블로그를 운영하거나 하려는 엔지니어들이 블로그의 본질을 등한 시 하고 껍데기에 집중하지 않도록 노하우를 공유합니다. 필자는 허클베리핀과 함께 지난 십수 년간 통합 커뮤니케이션 (UC, Unified Communication) 전문 블로그인 넥스퍼트를 운영하였습니다.
2007년 전후로 스터디 그룹을 결성한 여섯 사람들이 CCIE Voice를 획득하였습니다. 스터디 그룹을 해체한 후에도 서로의 지식을 공유하고자 하였지만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했습니다. 이 당시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솔루션을 다루는 파워 블로그들이 많이 있었지만, 네트워크 솔루션을 다루는 블로거들조차 거의 없었습니다. 허클베리핀은 네트워크 업계에 파워 블로그를 만들기 위해 티스토리에 넥스퍼트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넥스퍼트는 네트워크 엑스퍼트 (Network Expert)의 줄임말입니다. CCIE Voice 스타디 그룹 멤버들이 하나 둘 합류하면서 통합 커뮤니케이션 분야에 특화된 블로그로 성장하였습니다.
넥스퍼트 블로그는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가 되었습니다. 팀원들이 각자의 자신 있는 분야에 대한 글을 쓰면서 다양한 주제를 다루었습니다. 팀블로그의 장점은 각자 글을 포스팅하는 부담이 적다는 것이고, 하나의 주제를 여러 사람이 고민할 수 있습니다. 단점으로는 글을 포스팅을 강요하게 되었습니다. 솔민 아빠님은 지식을 오프라인에서 나눌 수 있는 나눔 강좌를 개설하였고, UC와 CCIE Voice 포럼도 만들었습니다. 팀블로그를 통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메꾸어 줄 수 있는 것과 글은 강요한다고 써지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결국 팀원들의 역할은 달라도 각자의 장기가 결합하면서 팀블로그가 활성화되었습니다. 솔민 아빠님과 민형애비님이 해외로 이민을 갔습니다.
넥스퍼트 블로그는 UC 분야라는 매우 협소한 영역의 기술을 다룹니다. 기술이 관심 있는 대상이 너무 적다 보니 블로그의 방문객이 쉽게 늘지 않았습니다. 처음 블로그를 시작한 2007년 11월 한 달 동안 15개의 글을 포스팅했지만, 한 달 동안 방문객은 2,100여 명 정도로 하루 평균 70명이었습니다. 하루 방문객이 100명을 넘는 날은 팀원들이 맥주 한잔을 할 정도로 기분 좋은 날이었습니다.
다음 해인 2008년은 팀원들과 본격적으로 글을 쓰면서 방문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월평균 6,000명 정도로 하루 평균 200명이었습니다. 팀원들은 좌절하지 않고 꾸준히 블로그를 유지하였습니다. 5년의 시간이 흐른 2012년은 약 300개의 글을 포스팅하였고, 하루 평균 방문객은 300명 정도였습니다. 10년의 시간이 흐른 2019년은 약 700개의 글이 포스팅하였고, 하루 평균 방문객은 500명 정도입니다. UC라는 한정된 분야를 다루는 블로그는 이렇게 성장하기 어렵습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위주로 십 년 넘게 유지한 블로그 중에서 이 정도 성적은 좋은 것이 아닙니다. 넥스퍼트 블로그도 콘텐츠를 다양화해서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려고 하였지만, 필자의 전문성을 벗어난 글을 쓰지 못했습니다. 방문객의 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공유하는 콘텐츠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전문 분야를 다루는 블로그는 빠르게 성장하지 않는 그들만의 리그입니다.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재미를 느끼지 못하면 쉽게 지칩니다.
지난 십수 년간 하루 방문객 500명의 넥스퍼트 블로그를 유지하면서 얻은 것도 많습니다. 전문 분야 블로그이므로 업계의 관계자들이 자주 방문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인지도가 상승했습니다. 필자가 넥스퍼트 블로그를 운영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작가라는 불러주기도 합니다. 가끔 이직을 권유하는 헤드헌터들도 있었습니다. 업계가 협소할수록 인터넷에서 검색될 수 있는 확률은 증가합니다. 좋은 내용을 다룰수록 시간이 흐르면 인정을 받습니다. 블로그가 반드시 많은 방문객을 대상으로 할 필요는 없습니다. 블로그가 특정 분야의 기술에 대한 궁금증을 채워주는 것만으로 시간이 흐르면 업계의 인정을 받습니다.
넥스퍼트 블로그가 얻은 것은 방문객 수가 아니라
UC 업계 인지도
엔지니어가 전문 분야를 다루는 블로그를 할 때 명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전문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한정되어 있으므로 방문객 수를 늘리는 방법을 연구할 필요는 없습니다. 바로 콘텐츠입니다. 블로그의 주인장이 가진 전문성을 잘 정리해서 공유하는 것입니다. 껍데기만 있고 콘텐츠가 없는 블로그는 뜨내기만을 상대합니다만, 껍데기가 부족해도 콘텐츠가 탄탄한 블로그는 단골 방문객을 상대합니다. 블로그의 주인장에게 어떤 방문객이 더 효과적일지는 자명합니다. 껍데기가 아닌 자신의 콘텐츠를 살리는 엔지니어들의 블로그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를 명심해야 합니다.
블로그를 시작할 때는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주제를 선택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방문객의 수를 늘리기 위한 주제를 선택합니다. 뉴스나 맛집 소개로 도배된 블로그가 수만 명이 방문합니다. 좋은 주제는 그만큼 경쟁이 치열합니다. 엔지니어들은 자신이 자신 있는 전문 분야를 선택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방문객이 늘지 않으면 두 가지를 선택합니다. 블로그를 중단하거나 사람들이 좋아하는 주제를 선택합니다. 블로그를 중단하는 것은 지금까지 들인 노력을 버리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주제를 선택하는 것은 잠깐 방문객이 늘 뿐 단골을 만들지 못합니다.
엔지니어는 자신의 전문 분야를 중심으로 블로그를 만듭니다. 사람들이 관심이 많은 분야일수록 경쟁이 치열합니다. 사람들이 전혀 관심을 갖지 않을 것 같은 분야라도 자신이 잘 아는 것을 선택합니다. 세상은 넓고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습니다. 블로그는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검색을 통해 만나면서 소통하고 친해집니다. 엔지니어의 블로그는 많은 사람이 아닌 업계의 사람들과 정보를 공유하는 것입니다. 업계의 사람들이나 업계로 들어 오려는 사람들을 위해 명확한 주제를 바탕으로 글을 써야 합니다. 일관된 주제로 정기적인 포스팅을 할수록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찾습니다.
왜 엔지니어는 블로그를 하는 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전문 분야의 블로그들은 소수의 방문객들이 오고 가는 그들만의 리그입니다. 혹시 누군가 내 글을 읽고 실망할까 봐 열심히 퇴고해서 글을 포스팅하지만, 사람들이 정말로 읽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취미, 맛집, 연예인, 정치에 대한 글을 쓰기도 하지만, 비슷한 글들이 너무 많아서 쉽게 글은 검색되지 않습니다. 스스로에게 가끔 자문하게 됩니다.
나는 왜 블로깅을 하는가?
전문 분야 블로그로 쉽게 유명해지지도 인지도가 올라가지도 않습니다. 인지도가 없으니 광고로 돈을 벌 수도 없습니다. 유명 블로거들 대부분은 오프라인에서 이미 유명하거나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합니다. 전문 분야를 대상으로 하는 블로그는 최소한 십 년 정도 열심히 해야 업계의 관계자들이 알아줍니다. 백명도 찾지 않는 블로그에 매일 글을 포스팅하는 엔지니어는 스스로에게 명확한 답을 주어야 합니다.
필자의 넥스퍼트 블로그는 명확한 이유를 가지고 있습니다. 넥스퍼트 팀블로그는 한국 UC 업계를 대표하는 최고의 블로그가 되고자 합니다. UC 업계의 엔지니어나 초보자들이 쉽게 지식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사람들에게 업계의 방향을 제시합니다. 넥스퍼트 블로그가 십수 년이 지나도 목표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명확한 목적이 있으므로 쉬지 않고 지속적으로 유지됩니다.
첫째로 블로그의 글은 아마추어가 쓰는 글입니다. 블로그에는 읽기 편한 글이 아니라 내용이 충실하고 전문적인 글이 올라갑니다. 전문 기자들과 작가들은 밥벌이는 글쓰기이지만, 엔지니어들은 취미로 합니다. 엔지니어의 글은 아마추어의 글이므로 완성도보다는 내용에 충실합니다. 완성도를 고민하면 포스팅을 할수가 없습니다. 엔지니어의 글은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전문적인 내용을 쉽게 풀어씁니다. 엔지니어들이 쓰는 글은 기승전결의 소설이 아니라 결결결결의 설명문입니다. 글을 읽는 사람들은 관련 분야의 엔지니어이지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인이 아닙니다. 전문 분야 블로그의 글은 좋은 정보를 담는 것입니다. 그리고, 블로그의 글은 언제든지 추가, 변경, 삭제가 가능합니다. 글쓰기 능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니 성급하게 완성도를 높이려 고민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필자는 블로깅을 십수 년을 하다 보니 책 한 권을 쓸 정도의 글빨은 되었습니다.
둘째로 혼자가 아닌 함께하는 팀블로그를 추천합니다. 전문 분야 블로그가 오래 유지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외롭기 때문입니다. 방문객도 많지 않고 댓글도 적지만, 서로가 댓글을 달아주고 의견을 제시해 주면 됩니다. 또한, 일주일에 글 하나 정도 포스팅해도 거의 매일 포스팅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팀원들과 포스팅한 주제에 대해 깊게 논의를 할 수 있으므로 내용을 추가하거나 변경하여 완성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셋째로 전문 분야 블로그는 단거리가 아니라 마라톤입니다. 몇 년 하다가 그만두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적어도 십수 년을 꾸준히 포스팅하시면 새로운 길이 보입니다. 십 년 넘게 포스팅하면 당연히 글쓰기 능력도 향상되고 많은 콘텐츠를 모아서 책을 낼 수 도 있습니다. 마라톤은 처음부터 달리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