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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인하트 May 29. 2019

14. 재택근무, 집에 가족이 산다

재택근무 현실과 이상의 차이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과 하지 않은 사람들은 삶과 일의 조화를 전혀 다른 관점에서 바라봅니다. 직장에서는 동료와 직장 상사의 눈치를 보면서 일을 한다면, 집에서는 아이들과 아내의 눈치를 보면서 일을 해야 합니다. 가족들이 재택근무자를 마치 집에 없는 사람인 듯 취급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재택근무를 처음 하는 사람들은 가족들이 사무실에 있다고 생각해 주길 바라고, 가족들은 집안에서 가정사를 돌봐주길 바랍니다. 이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재택근무자들은 사무실로 출근하기 시작합니다. 


재택근무자 옆에 가족이 있다


   재택근무를 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은 환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의 책상을 사무실처럼 꾸며 놓고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상상합니다. 주위에 동료들이 없으므로 크게 웃고 떠들며 통화하고, 업무에 집중하는 상황을 가정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다릅니다. 항상 가족들은 재택근무자 옆에 있습니다. 특히 미취학 아동이 있는 집은 일을 하는 것인지 애를 보는 것인지를 모를 정도입니다. 


   아이들이 없는 싱글이라고 상황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싱글들도 조그만 방이나 침대에서 외롭게 일을 합니다. 넓은 거실이 있는 집을 사회 초년생이 거주할 리는 없습니다. 



   재택근무는 이상과 현실의 차이가 극명하게 갈립니다. 필자가 다니는 회사도 이런 초반의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다시 사무실 근무를 시작한 직원들이 넘쳐납니다. 아무런 준비 없이 재택근무를 시작해서 생긴 문제가 아니라 모든 재택근무자가 겪는 상황입니다. 재택근무자가 유연한 근무 환경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재택근무는 집에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들 곁에서 언제 어디서나 일을 하는 것이다. 유연한 재택근무 환경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 봅시다. 

재택근무는 집에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가족들 곁에서 일을 하는 환경이다. 



재택근무자 옆에 가족이 있다 - 배우자

   점심시간 무렵에 집사람이 마트 좀 가자고 할 때 재택근무자들은 두 가지 상반된 반응을 합니다. 경험이 적은 재택근무자는 나는 집에 있지만 회사에 있는 것으로 알아 달라며 거절합니다. 그는 집사람에게 커피와 음료수 그리고 맛있는 점심도 부탁했습니다. 집사람이 좋아하지 않는 재택근무는 의미가 없습니다. 경험이 많은 재택근무자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장도 같이 보고 점심도 간단하게 외식으로 해결합니다. 집사람은 남편이 집에 일도 하고 집안일도 도와주니 좋습니다.  



   재택근무를 하는 초기에는 배우자가 귀찮기도 하고, 동네 친구들과 하던 브런치 모임도 나가지 못합니다. 재택근무는 직원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합니다. 


   맞벌이 부부도 마찬가지입니다. 배우자가 재택근무를 하는 날에는 집안 청소와 저녁을 해주기를 바랍니다. 업무를 빨리 마치고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안을 어지르기만 한다면, 재택근무를 좋아할 리가 만무합니다. 



재택근무자 옆에 가족이 있다 - 아이들

   아이들은 엄마나 아빠의 재택근무를 가장 반깁니다. 경험이 적은 재택근무자들은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을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고, 집에 온 아이들에게 조용히 시키려고 합니다. 아이들이 아빠가 집에 있거나 없거나 똑같은 일상이라면 더 이상 좋아하지 않습니다. 경험이 많은 재택근무자는 아이들을 유치원이나 초등학교를 같이 갑니다. 방과 후에는 아이들과 같이 배드민턴도 치면서 보냅니다. 아이들이 집에서 TV를 볼 때는 이어폰을 끼고 일을 합니다. 재택근무자와 아이들과 친해져야 합니다. 





IT 기술이 유연한 재택 환경을 만든다. 

   재택근무자에게 가족은 방해하는 사람이 아니라 도움을 주는 사람입니다. 재택근무자는 평균 30분 일찍 일을 시작하고 한 시간 정도 늦게 업무를 종료합니다. 재택근무에 적응하기 전에는 업무 집중도가 사무실에 비해 낮지만, 적응한 후에는 훨씬 높아집니다. 기업이 재택을 하는 목표가 재택근무자를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책상에 붙잡아 두기 위한 것이 아니라 업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것입니다. 재택근무자의 만족과 행복도가 높아지면 업무 집중도가 자연히 올라갑니다.


    기업은 재택근무 환경이 경직되지 않고 직원이 스스로 업무 시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합니다. 아이가 아프면 병원도 데려가거나, 집안 청소를 하거나, 마트를 가는 것을 재택근무자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합니다. 집에 혼자 있다고 외로운 싱글들은 근처 카페나 공원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지원되어야 합니다. 즉, 재택근무자가 책상 앞에 없다고 일을 하지 않는다고 타박할 것이 아니라 언제나 직원에게 연락이 가능하고 모바일에서 업무가 가능해야 합니다. 


재택근무는 모바일에서 일을 할 수 있을 때
모두가 만족하는 유연한 재택근무가 가능하다. 


   재택근무는 언제 어디서나 직원이 원하는 때와 장소에서 일을 할 수 있는 IT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싱글들은 카페나 공원에서 일을 하기도 하고, 어린아이가 있는 아빠는 키즈카페나 놀이터에서도 모바일로 일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재택근무를 단순히 집에 일하는 것으로 착각할 때 직원들은 관리자와 동료들의 눈치를 보다가 집보다 나은 사무실을 선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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