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신년사에서 SK 최태원 회장은 공유 인프라라는 개념을 선언하였습니다. SK의 공유 인프라는 SK 그룹이 가진 유형 및 무형의 자산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의미입니다. 3600개의 SK 주유소를 주유와 세차만 하는 공간이 아니라 택배 배달이나 카풀 장소로 활용한다거나 SK 텔레콤의 유통망을 핸드폰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외부에 개방하여 사회적 가치를 실현한다는 원대한 계획입니다.
SK는 공유 인프라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SK 본사 빌딩을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열린 사무공간으로 바꾸는 공유 오피스 프로젝트도 진행 중입니다. SK 계열사들은 본사 서린 빌딩의 몇 개층을 임대하고 직원들은 부서 및 팀별로 정해진 자리에서 일을 하는 지정좌석제로 운영하였습니다. 공유 오피스는 오피스의 자원을 SK 직원들 모두가 활용할 수 있도록 계열사 구분 없이 직원들이 자신의 업무 스타일에 따라 본사 빌딩에서 자유롭게 일하는 것입니다.
SK 서린 빌딩의 몇 개층을 공유 오피스로 전환하는 리노베이션이 끝나고 SK 계열사들이 입주를 하였습니다. SK는 서린빌딩을 시작으로 다른 빌딩들도 공유 오피스 환경으로 바꿀 예정입니다. SK 서린 빌딩의 공유 오피스 환경을 적용한 층에서는 직원들의 일하는 방식이 어떻게 바뀌었는 지를 살펴보겠습니다.
SK 직원들은 서린 빌딩의 공유 오피스에서 로그인하는 순간 자기 회사 네트워크에 접속한 것과 똑같은 IT 환경이 제공됩니다. SK 화학 직원과 SK 이노베이션 직원이 같은 책상에서 일을 할지라도 회사와 업무가 다르기 때문에 서로 다른 접속 권한이 필요합니다. 과거에는 IT 기술이 지원할 수 없었기 때문에 회사별로 독립된 사무공간이 필요했지만, SDN (Software Define Nework, 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크) 기술로 사람마다 또는 기기마다 서로 다른 네트워크 환경을 제공합니다.
라우터나 스위치와 같은 네트워크 장비는 크게 장비를 제어하는 부분과 패킷을 전송하는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라우터나 스위치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관리자가 장비 앞에서 콘솔 케이블을 연결하거나 원격에서 텔넷으로 접속하여 직접 명령어를 입력해야 합니다. 장비를 관리하는 명령어는 장비마다 제조사마다 모두 다르기 때문에 네트워크 관리자가 설정을 자주 바꾸기 어려웠습니다. SDN은 네트워크 장비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사용자마다 또는 애플리케이션마다 원하는 네트워크 환경을 네트워크 관리자의 도움 없이 적용할 수 있게 합니다. 물리적인 IT 환경과 상관없이 사용자마다 기기마다 논리적으로 완벽하게 다른 네트워크 환경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SK 서린 빌딩 직원들은 출근 시간 30분 전부터 자신이 원하는 책상을 예약을 할 수 있습니다. 만일 탁상 전화기가 있는 책상을 예약한 경우, 직원의 전화번호가 전화기에 자동으로 등록됩니다. 직원이 책상에 노트북을 꺼낼즈음에는 전화기는 예약한 직원의 전화기로 바뀌어 있고, 클릭 투 콜 (Click to Call) 기능으로 PC의 메신저나 포털에서 전화번호를 클릭하면 책상 전화기가 전화를 자동으로 걸어줍니다.
또한, 모든 직원들은 노트북과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하여 회사 전화번호로 오는 모든 통화를 받을 수 있습니다. 팀원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더라도 그룹채팅을 통해 주요 업무 내용을 공유합니다.
공유 오피스는 다른 빌딩에 비해 많은 회의실을 갖추었습니다. 팀 회의를 하더라도 한 곳에 모이지 않고 각 빌딩에 흩어져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1-2인을 위한 Huddle 회의실도 많습니다. 흩어진 직원들이 팀 회의를 영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드웨어 기반의 영상회의실과 소프트웨어 기반의 영상회의 솔루션을 갖추었습니다. 스마트폰을 활용하여 장비를 제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국은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들과 달리 독특한 기업 문화가 있습니다. 직원을 결과보다는 과정으로 평가합니다.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원은 결과에 상관없이 회사에 충성도가 높고 일을 잘한다고 평가합니다. 또 하나는 한국 기업은 보안을 매우 높은 수준으로 유지합니다. 회사의 말단 직원에게도 임원 수준의 보안 정책과 완벽한 망분리를 적용합니다. 모든 직원들은 회사에 출근을 해야만 업무를 할 수 있고 퇴근하는 순간 업무를 할 수 없는 IT 환경에 있습니다. 이런 업무 평가 문화와 보안 문화는 재택근무나 원격근무와 같은 스마트워크를 어렵게 합니다.
외국 기업들이 스마트워크 환경을 구축하여 뛰어다닐 때 한국 기업들은 기존 업무 방식을 고수하여 걸어 다닙니다. 업무 평가 문화와 보안 문화가 쉽게 바뀔 수 없다면, SK가 시도하는 공유 오피스는 스마트워크의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은 SK 본사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자신이 원하는 층이나 책상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본사와 동일한 IT 환경을 다른 건물에 적용하면, 본사가 아닌 분당이나 다른 지역의 SK 건물로 출근해도 같은 IT 서비스를 제공받습니다. 직원들은 복잡한 종로의 서린 빌딩이 아니라 집에서 가까운 SK 빌딩으로 출퇴근이 가능해집니다. 직원들은 지금처럼 출퇴근을 정확히 준수하면서도 망분리와 같은 보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SK와 같은 대기업들은 전국에 흩어져있는 건물을 활용하는 것은 보안에 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전국의 회사 빌딩 어디에서나 일을 할 수 있다면,
망분리와 같은 보안 문제와 업무 평가 문화를 해결할 수 있다.
참조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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