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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인하트 Mar 22. 2020

28. 스마트워크, 카니발라이제이션함정에 빠지다

카니발라이제이션 (Cannibalization)의 개요

   카니발라이제이션은 식인 풍습을 뜻하는 카니발 (Cannibal)에서 유래한 마케팅 용어입니다. 식인종이 자기 종족을 잡아먹는 것을 빚대어 자기 잠식 또는 제살 깎아먹기라고도 합니다. 신제품이나 신기술이 기업의 기존의 제품이나 기술을 침범하여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을 비유합니다. 예를 들면, 오뚜기의 프리미엄 짜장라면인 진짜장이 출시되면서 기존 짜장라면 브랜드인 '짜장면'의 매출 하락을 가져왔습니다. 기업들은 저가 라면 시장과 고가 라면 시장이 완전히 분리된 시장이라고 판단할 수 있지만, 일부 고객들은 같은 시장으로 인식합니다.   


   많은 기업들이 신제품이나 신기술에 의한 카니발라이제이션을 두려워 잘못된 선택을 합니다. 예를 들면, 전 세계 필름 시장의 90%를 장악했던 코닥은 1975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카메라를 만들었습니다. 디지털카메라가 출시되면 필름을 더 이상 팔 수 없기 때문에 심각한 카니발라이제이션이 발생했습니다. 코닥은 카니발라이제이션을 피하기 위해 신기술을 비밀에 부치고 제품화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다른 기업이 디지털카메라를 출시하였고, 코닥은  2012년 파산 신청을 했습니다.  

   


   카니발라이제이션은 단기적으로 기존 시장에 파괴적인 효과를 가져옵니다. 혁신적인 기술일수록 단기적으로 파괴적이지만 장기적으로 시장의 파이를 키웁니다. 의사결정권자들은 카니발라이제이션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짧은 기간 안에 성과를 보여주어야 하는 조직일수록 카니발라이제이션을 회피하는 의사결정을 합니다. 



스마트폰 출시 이후 협업 시장의 카니발라이제이션

   애플은 2007년 아이폰을 출시하였고, 한국의 통신업체들과 아이폰 출시를 협상하였습니다. KT는 2009년 11월 28일에, SKT는 2011년 4월, LGU+는 2014년 10월에 출시하였습니다. 스마트폰은 휴대폰 생태계를 바꾸었고 삼성전자는 2009년 4월 27일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삼성 갤럭시 시리즈를 출시하였습니다. 스마트폰은 새로운 시장 환경과 경쟁구도를 만들었습니다. 한국의 수많은 기업들이 카니발라이제이션 상황에 내몰렸습니다.  


1)  문자 메시지와 채팅의 경쟁 

   스마트폰은 문자 메시지에 새로운 경쟁 구도를 만들었습니다. 이동통신사들의 문자메시지 서비스는 최고의 효자상품으로 단문 메시지, 장문 메시지, 멀티미디어 메시지 등이었습니다. 스마트폰은 통신사에서 비싼 가격에 제공하는 메시지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할 수 있는 앱을 배포할 수 있습니다. 이동통신사들은 계열사들이 만든 문자와 채팅 서비스 앱을 카니발라이제이션을 이유로 출시하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예를 들면, PC의 대표적인 메신저인 네이트온과 싸이월드는 스마트폰이 대중화될 때까지도 모바일 앱을 만들지 못했습니다. 


  결국 2010년 3월 카카오톡이 출시되면서 모든 통신사들은 문자메시지를 통한 매출이 급감하였습니다. 이동통신사들은 카카오톡에 대항하기 위해 채팅앱을 만들었지만 초기 시장 진입에 실패하였습니다. SK 그룹은  한국의 대표적인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였던 네이트온과 싸이월드를 잃어버렸습니다. 네이트온과 싸이월드는 페이스북과 페이스북 메신저가 될 수 있었던 기회를 잃었습니다.   




2) 통화 서비스와 인터넷 전화 앱의 경쟁

   스마트폰은 3G 망 환경에서 문자 메시지를 무력화하였고, LTE 망 환경에서 전화 및 영상 통화 서비스를 위협하였습니다. 스카이프는 PC와 랩탑에서 무료 통화 서비스를 제공하였습니다. 스마트폰의 대중화에 발맞추어 모바일앱을 출시하였습니다. 전화 및 영상 통화 서비스는 데이터 사용량이 많았기 때문에 통신사들은 데이터 사용료를 더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2012년 7월 카카오톡이 보이스톡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통신사들은 본격적으로 위기감을 느꼈습니다. 다른 전화 및 영상 통화 서비스는 사용자가 제한적이었지만, 카카오톡은 전 국민이 사용하였기 때문에 실제로 전화 통화 서비스를 대체할 수도 있었습니다. 이동통신사들은 트래픽 과부하를 명분으로 보이스톡 서비스를 제한하려고 하였지만, 여론전에서 밀렸습니다. 카카오톡은 '보이스톡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절대로 무료 통화 서비스가 아니며 전화를 대신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고, 전화 서비스가 아닌 음성 채팅이라고 하였습니다. 


   

   결국, mVoIP 서비스는 망 중립성 규제에 대한 이슈가 부상했습니다. 이동 통신사들은 전화통화 서비스가 무력화될 경우 기존 매출 하락에 대한 대비책이 없었습니다. 결국 이동통신사들은 전화 통화 서비스를 무료 또는 값싸게 제공하는 대신에 데이터 사용료를 높게 받습니다.  


    통신사들은 단기 매출 하락을 일으키는 카니발라이제이션 효과 때문에 적극적으로 시장에 뛰어들지 않았습니다. 시장을 관망하고 걱정만 하다가 시장을 잃었습니다. 지금은 각 통신사마다 별도의 통화 앱을 무료로 서비스 중입니다. 국민 채팅 서비스라 불리는 카카오톡이 차지한 시장을 쉽게 되찾지 못할 것입니다.



스마트워크가 없는 이유 - 카니발라이제이션

   기업 집단인 재벌 그룹은 IT 게이트키퍼 컴퍼니를 두고 있습니다. 삼성은 삼성 SDS, LG는 LG CNS, SK는 SK C&C, 롯데는 롯데 정보통신, 현대자동차는 오토에버, 포스코는 포스코 I&C 등입니다. 이런 게이트 키퍼 컴퍼니들은 그룹사들의 IT 관련 제품을 납품하고 유지 보수를 합니다. 대기업에 IT 관련 제품을 납품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게이트키퍼 컴퍼니를 거쳐야 합니다. 재벌 그룹의 게이트키퍼 컴퍼니는  IT강국인 대한민국에 변변한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기업이 없는 가장 큰 원인입니다. 그들은 그룹 계열사라는 확실한 시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낮은 가격에 사서 비싸게 납품합니다. 땅 짚고 헤엄치는 영업은 최고의 납품이 아닌 최고의 마진을 남기는 솔루션을 선택합니다. 한국 시장에 좋은 소프트웨어는 사라졌습니다.   


   우리나라의 스마트워크가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크게 뒤쳐지는 이유도 그룹의 게이트키퍼 컴퍼니들 때문입니다. 스마트워크 솔루션은 원거리에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 서로 협업할 수 있도록 채팅, 음성, 영상 통화 및 회의 서비스를 직원 간, 직원과 협력업체 간, 직원과 고객사간에 제공합니다. 게이트키퍼 컴퍼니들은 이미 계열사에 채팅, 음성, 영상 통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축형 솔루션을 직접 개발하거나 구축하였습니다. 단지 직원들끼리 사용합니다. 기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유지 보수하기 위한 엄청난 인력들과 조직을 갖추고 있습니다. 카니발라이제이션으로 인한 단기 매출 하락을 견딜 수 있는 여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룹 계열사들은 시대의 변화와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스마트워크 제품과 서비스를 도입이 필요합니다. 계열상들의 요구가 거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신기술과 클라우드 서비스 도입 테스트에서 보안과 기능이 미흡하다고 판단합니다. 전세계의 모든 기업이 사용해도 기업 문화와 사용 환경에 맞지 않다고 말합니다. 땅 짚고 헤엄치면서 천년만년 유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지라도 카니발라이제이션을 견딜 수 없기 때문입니다. 기존 서비스보다 훨씬 저렴하고 강력한 클라우드 솔루션을 도입할 때 생기는 단기적 매출 하락과 충격을 감당합니다.


   사람들은 보안이 취약하고 서비스가 복잡해서 클라우드 기반 스마트워크 서비스를 사용할 수 없다고 합니다. 이번 코로나 19 사태가 터지면서 강제 재택근무가 시작되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앞다투어 관련 솔루션들을 무료로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19 사태가 지나고 나면 많은 기업들이 클라우드 기반의 스마트워크 서비스에 익숙해질 것입니다. 그리고, IT 게이트키퍼 컴퍼니들에서 용기 있는 사람들은 카니발라이제이션 이슈를 덮을 수 있는 용기와 추진력을 얻을 것입니다. 이 칼럼의 제목을 바꾸는 날을 기대해 봅니다. '스마트워크는 있다'


코로나 19 사태가 지나고 나면
스마트워크가 일상 되는 세상이 열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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