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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인하트 Jun 07. 2020

A9. 엔지니어도 MBA를 지원할까요? (상)


   MBA 비즈니스 스쿨에는 어떤 직업이 가장 많을 까요? 비즈니스 스쿨의 아버지 격인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Harvard Business School)의 2016년 졸업생들의 직업 분포에 따르면, 임원, 영업, 마케팅, 인사, 교육 및 재무 분야의 사람들이 주로 다닙니다. 임원이 많은 이유는 MBA 과정의 목적에 따라 기업에서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금융 MBA 코스가 경력 전환의 기회로 활용되면서 재무 및 회계 분야의 직장인들도 많습니다. 이런 직업 분포는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만의 현상이 아니라 다른 MBA 과정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납니다. 물론, 금융 MBA, 물류 MBA 등 특화된 전문 분야를 가르치는 MBA는 예외입니다.   


   MBA 비즈니스 스쿨에 유난히 관심이 없는 직업은 연구원과 엔지니어입니다. 그들은 주로 공대를 졸업하고 기술 및 제품 개발 부서에서 일합니다.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싶다면 공학 석사의 길을 선택합니다. 기술을 더 깊게 파고들어 공학 박사과정을 밟아도 먹고 사는 문제에 지장이 없습니다. 연구원과 엔지니어가 비즈니스 스쿨에 관심이 없는 것은 당연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비즈니스 스쿨은 엔지니어를 새로운 수요자로 봅니다. 비즈니스 스쿨 간의 치열한 경쟁으로 임원, 재무, 마케팅 분야의 지원자들만으로는 기존의 공급을 충족할 수 없습니다. 많은 비즈니스 스쿨들이 엔지니어를 대상으로 최신 기술을 접목한 MBA 과정을 만들었습니다. 대표적으로 ‘테크노 MBA’, ‘CTO 과정’, ‘빅데이터 MBA 과정’ 등입니다. 최근 기술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4차 산업, 빅데이터, 인공지능 (AI, Artificial Intelligence), 사물 인터넷 (IoT, Internet of Things) 등의 조미료는 빠지지 않습니다. 새로운 트렌드는 임원에게 기술을 가르치는 과정이 아니라 엔지니어에게 경영을 가르칩니다. 


   대기업에서 이공계 출신의 임원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2014년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서 시가총액 10조원 이상의 상장사 중에서 금융과 유통을 제외한 12개 제조업체의 사장 이상의 임원들의 전공학과를 조사했습니다. 71명의 임원 중에 43명이 이공계 출신으로 전체의 60.6%를 차지 했습니다. 



   그리고, 엔지니어의 역할이 확대되었습니다. 기업의 의사결정 방식이 경험과 직관에 의지하기 보다 데이터에 의지합니다. 임원들은 데이터를 가공하여 의미 있는 정보를 찾아내고 시각화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기업 경영 전반에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AI와 머신 러닝 기술이 퍼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경영환경의 변화입니다. AI가 빠르게 기업 현장에 도입되면서 사람을 관리하는 임원의 시대가 저물고 있습니다. 기업은 사람과 로봇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바뀔 것입니다. 기존의 경영자에게 새로운 기술을 가르치는 것보다 새로운 기술을 갖춘 사람들에게 경영을 가르치는 것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경영을 가르치는 방식은 지난 수십 년간 진화를 거듭하였지만, AI와 머신 러닝을 임원에게 가르치는 방식은 아직 초보적인 수준입니다.  


   경영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엔지니어들의 역할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과거의 공돌이 이미지를 벗고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임원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에 발맞추어 기업의 인재상이 바뀌었습니다.  최근의 화두는 융합형 인재입니다. 융합형 인재의 대표적인 사례는 아이폰을 만든 스티브 잡스입니다.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공학자나 개발자가 세상을 바꿉니다. 우리나라는 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해 이공계 학생에게 인문학적 소양을 가르치고, 인문계 학생에게 과학을 가르칩니다. 


   기업의 인재상은 시대에 따라 바뀝니다. 한 때 음악, 체육 등의 예술적 소양을 배양한 전문가들을 양성하기 위해 전인 교육 세대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 명이 천재가 수 만명을 먹여 살린다는 삼성 이건희 회장의 천재론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서로 협력하여 뛰어난 성과를 내는 집단 이성의 시대입니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서로 다른 용어를 사용하고 일하는 방식이 달라서 협력이 쉽지 않습니다. 전문가들 중재하고 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코디네이터들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융합형 인재는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또는 융합형 인재는 어떻게 찾아야 할까요? 융합형 인재는 어떤 사람일까요? 어떤 기업은 지원자들에게 그룹 프로젝트를 주고 어떻게 일을 하는 지를 지켜봅니다. 그렇게 사람들을 잘 협력하게 만드는 융합형 인재를 찾으려고 합니다. 아무도 정답을 알지 못합니다. 단지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엔지니어의 모습인 스티브잡스를 떠올릴 뿐입니다. 


   인터넷 게시판에 떠돌던 퇴직한 대기업 인사 담당자의 글이 크게 회자된 적이 있습니다. 그  글은 기업이 원하는 인재에 대한 통찰력을 보여주었고 융합형 인재의 조건을 명료하게 제시했습니다. 긴 내용을 요약하면, 융합형 인재는 공학적 지식, 경영 마인드, 영어, 그리고 인간관계를 갖춘 직원입니다. 공학적 지식은 인과론에 의한 합리적 판단을 내리고 기술과 데이터에 익숙하다는 것이고, 경영 마인드는 기업의 운영 방식을 이해하고 올바른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것이고, 영어는 외국인들과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이고, 마지막으로 인간 관계는 적을 만들지 않고 사람들과 잘 협업하는 능력입니다. 우리가 융합형 인재가 되고자 한다, 네 가지 능력을 키우고 남들이 인정할 수 있는 확실한 근거도 갖추어야 합니다. 


   엔지니어나 연구원들은 융합형 인재가 되기 위한 첫 번째 능력을 갖추었습니다. 첫 번째 공학적 지식의 근거는 공대나 자연대를 졸업한  엔지니어라는 경력입니다. 두 번째 어학 능력의 근거는 토익 점수가 아닌 영어 회화를 잘하는 것입니다. 업무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영어와 함께 중국어나 일본어 등도 잘 한다면 금상첨화 입니다. 세 번째 경영마인드의 근거는 MBA 학위입니다. 엔지니어가 경영 마인드 를 증명하는 것이 가장 어렵지만, MBA 졸업장은 객관적인 증명 방법입니다.  네 번째 인간관계는 팀원과 잘 어울리고 좋은 평판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엔지니어들은 경영 마인드를 갖춘 융합형 인재가 되기 위해 MBA 비즈니스 스쿨에 갑니다. MBA 졸업장은 경영 마인드를 가진 엔지 니어라는 가장 확실한 증명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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