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실력은 저절로 드러난다 - 브라질 땅콩 효과
브라질 땅콩 효과와 낭중지추의 고사
브라질 땅콩 효과
서양식 시리얼은 다양한 종류의 마른 과일, 잡곡, 견과류를 혼합하여 판매하고, 혼합 견과류(Mixed Nuts)는 다양한 종류의 땅콩을 캔에 넣어서 판매합니다.
공장에서 출하될 당시에는 잘 혼합되어 출하되는 제품들이 시간이 지나면 알갱이가 큰 것들이 항상 맨 위에 올라가 있습니다. 특히 혼합 견과류 캔은 뚜껑을 열면 알갱이가 가장 큰 브라질 땅콩이 맨 위에 있습니다. 땅콩류 중에 알갱이가 가장 큰 브라질 땅콩이 맨 위에 올라가 있기 때문에 브라질 땅콩 효과라고 합니다. 브라질 땅콩 효과는 다양한 크기의 고체물질이 썩인 혼합물을 흔들면 기체와 같은 대류 현상이 발생하여 큰 알갱이는 위로 올라가고 작은 알갱이는 밑으로 내려가는 현상입니다.
비슷한 사례는 일상생활에서 쉽게 경험할 수 있습니다. 제약회사가 잘 썩은 가루약을 자동차로 운반할 때 크기별로 층이 나누어집니다. 레미콘 트럭은 시멘트, 모래, 자갈, 물 등을 잘 썩어서 운반할 때 크기별로 나누어지지 않도록 이동하면서 혼합합니다. 녹차 잎을 담아둔 통은 밑바닥은 가루가 맨 위에는 큰 알갱이의 찻잎이 있습니다. 설탕이나 코코아와 같은 파우더 제품들은 알갱이진 것들이 맨 위에 있습니다. 고체 혼합물로 된 모든 제품에서 중력을 무시한 듯한 브라질 땅콩 효과가 발생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이 시도 됩니다.
낭중지추의 고사
전국시대 진의 수도인 한단이 포위되어 위기에 처하자 조나라의 평원군은 초나라에 가서 구원병을 청하기로 하였습니다. 평원군은 휘하에 머무르는 수천 명의 식객 중에 문무를 겸비한 20여 명을 모아 함께 가기로 하였으나 쉽게 사람을 모으지 못했습니다. 식객 중에 모수라는 자가 자신이 함께 하고 싶다고 청하였습니다.
모수 :공자께서는 어찌 문무를 겸비한 인물만 뽑으려 하십니까? 이 모수가 가면 어려움이 없을 것입니다.
평원군 : 선생은 저희 집에서 식객으로 머무른지 얼마나 되셨소?
모수 : 3년이 넘었습니다.
평원군 : 무릇 현명한 선비의 처세라고 하는 것은 비유하자면 주머니 속에 있는 송곳과 같아서 당장에 그 끝이 드러나 보이는 법입니다. 선생은 나의 휘하에 있은 지 3년이 넘었지만 선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습니다. 이는 선생님에게 뛰어난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모수 : 저는 오늘에서야 선생의 주머니 속에 있기를 청합니다. 저를 주머니 속에 있게 했다면 자루까지도 밖으로 나왔을 것입니다. 단지 그 끝만 보이지 않았을 것입니다.
결국, 모수는 평원군을 따라 초나라에 가서 순망치한을 부르짖어 초왕을 설득합니다. 순망치한은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뜻으로 진이 없으면 초가 위험하다는 것을 강조하여 구원병을 파견하게 하였습니다.
동등한 조건이라는 무서운 함정
동등한 실력을 보유한 사람들 중에 자신을 잘 포장한 사람이 선택된다.
동등한 실력을 보유한 사람들 중에 학벌이 좋은 사람이 선택된다.
동등한 실력을 보유한 사람들 중에 인맥이 좋은 사람이 선택된다.
필자가 IT 엔지니어로 살아오면서 자주 듣는 이야기입니다. 자신의 매니저에게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면, 보통 사람들은 많이 흔들립니다. 이 말은 월등히 뛰어난 실력을 갖지 않는다면 다른 잣대가 기준이 될 것이다라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자신을 포장하는 기술을 배워야 한다고 말하고, 가끔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사람을 만나기도 합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수있지만, 사람들은 이런 말에 쉽게 현혹됩니다.
필자는 20년간 엔지니어 생활을 하면서 느낀 것이 있습니다. 학벌, 인맥, 그리고 자신을 잘 포장한 사람들이 선택된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습니다. 직장 경력을 20년이라는 긴 시간을 기준으로 보면 20년 전에 졸업한 학교가 아직도 영향을 미치고, 엔지니어가 정치력으로 평가받고, 알맹이보다는 포장지로 인정받다고 믿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력이 없으면 졸업한 학교를 입 밖으로 내는 것이 부끄럽고, 실력이 없으면 정치력은 사람만 좋을 뿐이고, 실력이 없으면 껍데기만 번지르한 것입니다.
경력은 대학 입학 때 결정되지 않는다
경력은 사람 좋은 것으로 되지 않는다.
경력은 겉포장지로 결정되지 않는다.
필자는 동등한 실력이라는 말에 더 큰 의미를 둡니다. 멀리서 바라보면 모두가 사람이고 고만고만하지만, 가까이에서 바라보면 모두 다르고 고유한 능력과 가치가 있습니다. 필자는 한 번도 비슷하거나 동등한 조건의 엔지니어를 만난 적이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입니다. 살아온 인생 경험과 각자의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조건의 사람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필자가 함께 일하는 팀에는 세 명의 엔지니어가 있습니다. 멀리서 보면 모두 협업 솔루션 엔지니어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전혀 다른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한 명은 컨택 센터를, 다른 한 명은 비디오를, 또 다른 한 명은 UC를 담당합니다. 동등한 조건은 서류에 적혀 있는 한 명의 엔지니어라는 의미의 숫자일 뿐입니다. 숫자에 의해 모든 것이 가려져 있을 뿐입니다. 엔지니어들 간에 가끔씩 승진을 두고 경쟁하기도 하지만, 각 기업의 인사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고 가끔 누군가 먼저 가기도 하고 나중에 가기도 합니다. 짧은 시간 속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만, 20년이라는 긴 시간에서는 의미가 없습니다.
동등한 조건이라는 무서운 함정에 우리는 쉽게 현혹된다.
세상에 동등한 조건도 동등한 실력도 없습니다. 단지 다를 뿐
재주가 뛰어난 사람은 저절로 드러난다.
브라질 땅콩 효과와 낭중지추의 고사에서 배울 수 있습니다. 재주가 뛰어난 사람은 브라질 땅콩처럼 흔들릴수록 저절로 맨 위로 솟아오르고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튀어나옵니다. 스스로 맨 위로 올라가기 위해 몸부림치지 않아도 주머니 속에서 튀어나오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낭중지추의 모수처럼 단지 자신이 평원군의 주머니에 들어가 있지 않은 것뿐입니다. 언제나 자신을 필요로 하는 순간과 자신이 역량이 발휘되는 기회는 항상 옵니다. 이런 순간과 기회는 학벌로 인맥으로 포장지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자신의 역량과 실력을 늘리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하고 준비하는 사람들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이런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가끔 짧은 시간에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수를 두는 사람들을 봅니다. 어떤 일이든 20년간 하면 재주가 뛰어난 사람이 됩니다. 실력을 쌓는 일에 게을리하지 않는 다면 재주가 뛰어난 사람은 저절로 드러납니다.
이미 결정된 인맥과 학벌에 신경 쓸 것이 아니라
결정되지 않은 것을 쌓아야 합니다.
시간은 많고 기회는 언제나 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