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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인하트 Aug 08. 2021

62. 늙은 엔지니어는 죽지 않고 단지 사라질 뿐이다.

   얼마 전 선배 엔지니어가 IOS 기반의 음성 게이트웨이에서 가상의 호를 테스트하는 명령어를 물어보았습니다. 막상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지만, 입이 저절로 답을 하였습니다. 


선배 : csim start 명령어가 IOS에서 기반의 음성 게이트웨이에서 실행이 안되네?

필자 : 하하. 음성 게이트웨이에 콘솔로 접속한 지 10년이 넘은 저에게 물어보다니요?

선배 : 그렇지. 그래도 넌 알지 않을까 싶어서..

필자 : csim start 명령어가 있었다는 것도 방금 생각났습니다. csim start는 히든 명령어 (숨겨진 명령어)입니다. IOS는 히든 명령어를 사용할 수 있게 활성화하는 명령어가 있습니다.  service internal 명령어를 먼저 쳐보시지요.

선배 : 하하. IOS는 sevice를 쳐도 다음 칠 수 있는 명령어 리스트에 internal 이 없는데..

필자 : service internal도 히든 명령어일 것입니다. 그냥 명령어를 치면 입력됩니다. 

선배 : 된다. 야! 아직 안 죽었네.


  통화를 마치고 더글라스 맥아더의 명언이 떠올랐습니다. "노병은 결코 죽지 않고 단지 사라질 뿐이다. (Old soldiers never die, they just fade away)" 병사를 엔지니어라는 말을 바꾸어 보았습니다. 


Old   engineers never die, they just fade away
늙은 엔지니어는 죽지 않는다. 단지 사라질 뿐이다.  


   필자는 10년 전에 사용했던 CLI (Command Line Interface) 기반의 명령어를 아직도 기억했습니다. 수 천 수 만 번 사용했던 명령어를 머리는 잊은 지 오래지만, 몸은 기억을 합니다. 한 번 엔지니어는 생각하는 방식도 여전히 엔지니어입니다. 


   필자는 20년 경력의 IT 엔지니어입니다. 필자는 지금까지 여러 기술과 제품을 다루었습니다. 2000년 데이터크래프트 코리아 (현 NTT)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했을 때, 하나로 텔레콤(현 SKBB)에서 백본 라우터와 스위치를 구축하고 유지보수를 하였습니다. VoIP (Voice over IP) 기술이 퍼지면서 음성 게이트웨이 (Voice Gateway)를 주로 구축하였습니다. 


   시스코 라우터는 CLI 기반의 IOS (Internetworking Operating System) 운영 체제를 사용하였고, 시스코 스위치는 CLI 기반의 CatOS를 사용했습니다. CLI는 Command Line Interface의 약자로 명령어를 직접 명령어 창에 직접 입력하는 방식입니다. 명령어를 빠르게 입력하고 장비의 자원을 적게 사용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2010년을 전후로 인터넷 전화 기술이 일반화되면서 IP Telephony 기술이 도입되었습니다. 시스코는 이 분야의 선두주자로 IP PBX인 CUCM (Cisco Unified Communications Manager)을 사용하였습니다. CUCM은 웹 기반의 GUI(Graphic User Interface) 인터페이스입니다. 마우스를 이용하여 아이콘을 클릭하여 실행합니다. CLI보다 직관적이지만, 명령어 입력이 느리고 장비의 자원을 많이 사용합니다. 전문가들은 CLI 방식을 선호하고 초보자들은 GUI 방식을 선호합니다. 하지만, 시대는 CLI에서 GUI로 빠르게 전환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필자는 인터넷 전화를 넘어 영상 회의 및 채팅 서비스까지 담당합니다. 인터넷 전화 기술도 구축형에서 클라우드 서비스로 빠르게 전환하기 시작했습니다. 필자가 지금까지 수많은 종류의 장비를 다루었습니다. 장비의 세세한 설정은 기억나지 않지만, 막상 장비를 연결하면 무엇을 설정해야 하는 지를 손이 알고 움직입니다. 누군가가 어떻게 설정하는 것이냐고 묻는다면 막상 답하기는 곤란합니다. 


   장비를 구성하는 방식이 CLI나 GUI와 상관없이 조금만 시간이 주어지면 쉽게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고 설정을 할 수 있습니다. 설정하는 방식이 잘 기억나지 않더라도 필자의 한창 시절에 정리했던 블로그 글을 찾아보면 금방 설정을 할 수 있습니다. 필자가 인터넷에 적은 많은 글들이 필자에게 다시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필자는 엔지니어입니다. 필자는 블로그에 글을 쓰고 가끔 책을 쓰는 엔지니어입니다. 시간이 지나서 필자가 장비를 설정하거나 장애처리를 할 때 잘 기억나지 않더라도 과거의 글을 다시 뒤져보면 금방 과거의 기억을 소환해서 문제를 처리합니다. 나이 많은 엔지니어는 기억을 소환하는 소환사입니다. 블로그를 하나면 소환사에게 한 가지 능력이 더 추가될 것입니다. 바로 과거의 글과 기억 두 가지를 소환하는 것입니다. 



   나이 많은 엔지니어는 기억을 소환하는 소환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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