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년, 겨울 방학이다
서울종합과학대학원은 다른 대학원에서 3년의 코스워크 과정을 2년에 마무리짓습니다. 2년 과정의 코스워크 과정도 국가가 정한 수업 시간을 맞추기 위해 수업 기간은 길고 방학 기간은 짧습니다. 여름 방학과 겨울 방학이 약 한 달 정도에 불과합니다. 학생이 방학을 기다리는 것은 인지상정입니다. 방학에 학생들은 오롯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학업 스트레스가 많이 줄어듭니다. 직장인 박사 과정은 학업과 업무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박사 과정을 시작한 지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지난 2021년은 정말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박사 과정도 시작했고, 삼성전자 수원 캠퍼스를 드나들며 빅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시스코에서 줌으로 이직했고, 논문 초안도 완성했습니다. COVID-19 판데믹으로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개인적인 여유가 많아졌기 때문에 많은 것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중에 박사 과정은 여유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박사 과정을 하지 않았다면 스트레스는 훨씬 적었겠지만, 많은 시간을 쓸모없이 보냈을 것입니다.
동기생 중에 박사과정을 합격하자마자 교통사고를 크게 당하신 분이 있습니다. 지난 1년간 투병 생활을 하면서 학업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는 병상에서 수업을 듣고 리포트를 제출하고 부족한 공부를 하였습니다. 그는 지난 1년간 박사 과정을 포기하지 않고 버티었습니다. 그는 2021년을 병원에서 보낸 한 해가 아니라 박사과정을 보낸 한 해로 기억할 것입니다.
그만큼은 아니지만, 필자도 여러 유혹이 많았고 멈추고 싶던 순간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난 1년을 버티고 공부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겨울 방학을 시작하는 오늘, 필자는 지난 1년을 버틴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박사 과정 1년,
잘 버티었다
박사과정은 마라톤이다
동기생들은 박사 과정 코스워크를 빨리 끝내고 학업 스트레스가 줄어들길 바랍니다. 동기생들은 코스워크를 마치면 바로 논문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논문 주제를 정하지도 못하고 논문을 충분히 읽지도 못했고, 논문을 쓰지도 못했습니다. 현실은 냉정하지만, 졸업이라는 막연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습니다. 직장인 박사 과정을 다니는 모든 분들은 대단합니다. 박사 논문을 끝내지 못하고 마음고생만 하다가 박사과정 수료생(Ph. D Candidate)으로 끝날 확률이 너무 높습니다. 박사 과정 수료생은 석사와 동일하고 어떤 성취도 없습니다. 그래도 박사 과정을 다니는 분들은 꿈이 있습니다.
박사 과정 1년 차에 논문을 쓰신 한 분이 "박사 과정은 마라톤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마라톤 선수는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서가 중요하지만, 일반 마라톤 참가자들은 결승선을 통과한 사람과 통과하지 않은 사람으로 나뉩니다. 박사 과정은 먼저 통과한 사람과 꼴찌로 통과한 사람들 간의 차이가 없습니다. 박사 과정이라는 마라톤은 3년이든 5년이든 7년이든 상관없이 완주하는 것이 중요할 뿐입니다.
박사과정은 마라톤이다
절대로 휴학하지 마라
박사과정 마라톤을 뛰는 학생들은 저마다 생각이 다릅니다. 2년의 코스워크를 끝내면서 동시에 졸업을 원하는 학생, 코스워크를 마치고 1년 정도 논문에만 집중하려는 학생, 논문과 상관없이 박사 과정에서 배우는 것을 즐기는 학생 등입니다.
모든 교수님들은 반드시 학생들에게 하는 조언이 있습니다. 박사 과정을 졸업할 때까지 절대 휴학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많은 학생들이 코스워크가 끝나면 논문 초고를 완료할 때까지 휴학합니다. 하지만, 업무에 파묻힌 학생들은 다시 학교로 다시 돌아오지 못합니다. 복학생 비율이 너무 낮고, 복학생들 중에 졸업생 비율은 더 낮기 때문입니다.
절대로 휴학하지 말라.
휴학한 학생은 다시 학교로 돌아올 수 없다
달리기를 하다가 걷기 시작하면 다시 달리기 어렵습니다. 천천히 달리더라도 멈추지 말고 달려야 합니다. 박사과정은 마라톤이고, 지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담 - 내 머릿속의 돌덩이
모든 학생들은 직장에서 뛰어난 인재들입니다. 모두들 직장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공부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입니다. 자신의 꿈을 좇아 대학원에 왔을 뿐입니다. 지난 1년간 함께 공부한 동기생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배울수록 모르겠다.
신기하게도 수업을 들을수록 아는 것이 느는 것이 아니라 모르는 것이 늘어납니다. 배우는 것이 많을수록 공부해야 할 것도 많아집니다. 논문을 읽을수록 전문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바보가 되는 듯합니다. 지금까지 업계에서 쌓은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지식을 합쳐 전문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업계에서 쌓은 지식은 상식보다 못한 경험들 뿐이었습니다. 체계적으로 정리하지 못한 지식들은 돌덩이일 뿐이었습니다.
2022년에는 새로운 지식을 쌓는 것보다 내 머릿속의 돌덩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작은 돌탑을 만들고 싶습니다. 드넓은 내 머릿속의 돌덩이를 모아서 제대로 아는 것, 이론과 경험을 결합한 것, 차리리 있어 보이기라도 한 것 하나라도 찾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