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브런치가 알려준 필자의 게으른 글쓰기
카카오 브런치는 작가가 글쓰기를 게을리할 때 즈음 글쓰기를 독려합니다. 마지막 글을 올린 지 15일, 30일, 60일이 경과한 시점에 알림을 보냅니다. 아마도 90일이나 120일이나도 지속적으로 보낼 것입니다. 카카오 브런치는 알림으로 필자의 게으름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30일 알림은 별반 감흥이 없었지만, 60일 알림은 필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습니다. 글을 많이 쓸 때도 있고 적게 쓸 때도 있지만, 이렇게 긴 기간 동안 브런치에 글을 쓰지 않은 적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두 달 전 7월 10일 "이직자는 조직문화의 충돌을 쉽게 간과한다"와 7월 15일 "디지털 혁신 사례를 찾아서"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글을 포스팅하지 못했습니다. 카카오 브런치에 글을 포스팅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티스토리의 '줌인줌(Zoom In Zoom)' 블로그에는 지난 2 달 간 줌과 관련된 기술 관련 글을 7개 정도 포스팅하였습니다.
필자가 브런치에 글 쓰는 즐거움을 잊은 것은 아닙니다. 글 한 편을 쓰기 위해서는 최소 2시간 이상의 여유가 필요하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필요한 일들이 많아지면서 시간 배분에 실패하였습니다. 업무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퇴근 후에도 일을 하거나 저녁 약속이 많아졌습니다. 지난 몇 달간 주 당 3회에서 4회의 저녁 약속과 주말을 포함한 업무도 많았습니다. 여유 있는 주말에는 대학원 박사과정 수업을 하였습니다. 그래도 저녁 시간에 짬을 내어 골프 연습과 달리기를 하였습니다. 시간은 쪼갤수록 남는 것이라 피곤하다는 핑계로 넥플릭스 (Netflex)와 유튜브를 보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지난 몇 달간 필자가 하는 일들의 우선순위가 바뀌었습니다. 글쓰기가 우선순위가 높았을 때를 돌이켜봅니다. 넷플릭스나 유튜브에 시간을 보내지 않았고, 달리기를 할 때 글쓰기 주제를 생각했고, 업무 중이나 학교에서 짬날 때마다 글을 정리하였고, 시작한 글을 마무리 짓지 않고 잠들지 않았습니다
글 쓰는 즐거움을 잊은 것이 아니라
우선순위가 바뀌었다.
하루에 글 하나씩 쓰다가, 일주일에 두세 개의 글을 쓰다가, 일주일에 한 편에 만족하다가 지금은 한 달에 두 세편으로 만족합니다. 글을 쓰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다른 일에 좀 더 시간을 쓰지만, 쓸데없이 보내는 시간도 많아졌습니다. 우선순위의 변화는 핑계일 뿐입니다. 넥플릭스나 유튜브를 보지 않았다면, 글쓰기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우선순위가 바뀐 것이 아니라
단지 게을러졌을 뿐이다
필자가 글 쓰는 이유를 다시금 생각해 보니다. '책 쓰는 엔지니어' 매거진에서 '나는 왜 글을 쓰는가?'글에서 필자는 글 쓰는 이유를 '순수한 이기심'이라고 밝혔습니다. 순수한 이기심은 조지 오웰의 글 쓰는 이유 네 가지 중에 하나로 똑똑해 보이고 싶고, 사람들의 이야깃거리가 되고 싶고, 죽어서도 누군가에게 기억되고 싶은 욕구를 가리킵니다. 순수한 이기심은 글쓰기를 시작하는 좋은 동기지만 꾸준히 유지하기에 부족합니다.
꾸준한 글쓰기는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누구나 한 달, 두 달, 6 개월, 1년은 할 수 있지만, 작가를 직업으로 하지 않는 사람들이 5년 10년을 하기란 정말 어렵습니다. 또한, 직장과 학업을 병행하면서 다른 것들도 꾸준히 하기란 정말 어렵습니다. 꾸준히 글 쓰지 못한 이유는 일의 우선순위가 바뀐 것도 게을러진 것도 있습니다. 작지만, 한 가지를 더 보태자면 일과 학교에 집중한 정해진 경험만을 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하는 시간을 갖지를 못했습니다. 새로운 경험이 없다면 좋은 글을 쓸 수 없습니다.
새로운 경험이라는 날개가 있어야
비로소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정리하자면, 두 달간 카카오 브런치는 글을 쓰지 못한 이유는 어느 정도의 과도한 업무량과 어느 정도의 게으름과 새로운 경험에 도전하지 않는 정신이 적당히 버무려져 있습니다. 필자는 카카오 브런치에 60일 넘게 글을 쓰지 않았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보통 일주일 동안 글을 포스팅하지 못하면 불안감이 밀려왔지만, 필자의 글쓰기 시계가 고장 난 듯합니다. 지난주 내내 고장 난 글쓰기 시계를 만지작 거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