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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인하트 Nov 09. 2021

57. 나는 왜 글을 쓰는가?

이직 중에 찾아온 한 달의 휴가에도 글을 쓰다   

   10월 중순 경 회사에 퇴사를 통보했습니다. 업무 인수인계와 동료들과의 작별을 위해 한 달 간의 여유를 두었지만, 회사는 랩탑 반납과 퇴사 절차를 빠르게 일주일 만에 마무리하였습니다.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하지만 그렇게나 원하던 한 달간의 휴가가 생겼습니다. 


   COVID-19 바이러스 대유행으로 해외여행도 불가능하고,  아이들은 학교를 다니므로 국내 여행도 어렵습니다. 집에서 한 달간의 휴가를 즐기기로 했습니다. 처음 일주일은 동료와 친구들끼리 술잔을 기울이며 보냈고, 이번 일주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빈둥빈둥거릴 계획을 세웠습니다. 노트북을 덮고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을 뒤적거렸습니다. 넷플릭스에서 '슬기로운 의사생활' 드라마 시즌 1과 시즌 2를 정주행 하였습니다. 오후에 하루 10Km 정도 달리거나 걷기도 꾸준히 하였습니다. 



   한 달간의 휴가를 시작한 지 2주 만에 지루해졌습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일주일을 지내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시작한 지 이틀 만에 포기하고 다시 책상에 앉았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가장 하고 싶은 욕구가 튀어나왔습니다. 그냥 책상에 앉아서 노트북을 열고 브런치에 접속하여 글을 끄적이는 것입니다. 


나는 왜 글을 쓰는 가?

   2007년 11월 티스토리에서 '넥스퍼트(Nexpert)' 블로그를 5명의 동료들과 함께 시작했고, 2018년 8월에 카카오 브런치를 시작하였습니다. 넥스퍼트 블로그는 IT기술을 다루었고, 브런치는 신변잡기와 MBA 등의 이야기를 다루었습니다. 브런치를 하면서 맞춤형 소량 출판 (PoD, Publish on Demand)으로 세 권의 책을 출판하였습니다. 필자는 지난 14년간 꾸준히 글을 쓰면서 몇 가지 달라진 것이 있습니다. 새로운 경험을 정리하고, 브런치를 방문하는 사람들과 교감하고, 지금까지 세 권의 책을 출판하였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좋은 작가가 될 것이라는 작은 꿈도 생겼습니다. 


   필자는 지금까지 글을 썼고, 앞으로도 글을 쓸 것입니다. 필자가 글을 쓰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필자는 매일 달리기를 하듯 매일 글을 씁니다.  매일 달리거나 걸으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책상에 앉아 글을 씁니다. 글의 주제는 공부하는 내용을 정리하거나 일상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이야기입니다. 새로운 경험이 없더라도 따분하고 반복되는 일상에서 느끼는 작은 경험에 다양한 생각을 연결합니다. 글쓰기는 일상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것과 같습니다. 스쳐 지나가는 생각을 잡고 글로 연결합니다. 일상을 다르게 바라봅니다. 


글을 쓰면서
일상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다 

   브런치에 방문하는 독자는 1,200명 정도이지만, 글을 읽는 사람은 몇 명뿐입니다. 사실 필자의 글을 가장 자주 읽는 사람은 필자입니다. 필자는 방문객과 소통하는 것보다 자신과 소통하는 것이 더 큽니다. 필자는 글을 쓰고 포스팅한 후에도 여러 번 수정을 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글의 단초가 된 생각들을 좀 더 깊게 바라봅니다. 글쓰기는 자신과 소통하는 길일지도 모릅니다. 


 글을 쓰면서
자신과 깊게 소통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마음 깊은 곳에서 솟아오르는 단 하나의 욕구가 있습니다. 책상에 앉아 끄적끄적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것입니다. 필자가 자신과 소통하고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수록 지금과 다른 세상이 열릴 것입니다. 새로운 세상이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아마도 글을 쓰는 이유는 그것일 것입니다.  


조지 오웰이 글을 쓰는 이유와 비교하다

   조지 오웰은 '동물농장'과 '1984'라는 책으로 유명한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이다. 조지 오웰은 '나는 왜 쓰는가?'라는 에세이에서 글을 쓰는 이유를 네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순수한 이기심입니다. 똑똑해 보이고 싶고, 사람들의 이야깃거리가 되고 싶고, 죽어서도 누군가에게 기억되고 싶은 욕구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미학적 열정입니다. 외부 세계의 아름다움과 단어와 단어의 배열이 갖는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입니다. 세 번째 이유는 역사적 충동입니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고 진실을 알아내고 후세를 위해 보존하려는 욕구입니다. 네 번째 이유는 정치적 목적입니다. 세상을 특정 방향으로 움직이기 위해 타인의 생각을 변화시키려는 욕구입니다. 



  조지 오웰의 네 가지 이유 중에서 필자의 생각과 비슷한 것은 순수한 이기심입니다. 필자는 미학적 아름다움을 추구하거나 역사적 증거를 남기거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지 않습니다. 위대한 작가의 글쓰기는 생각의 깊이와 경험의 넓이만큼의 이유가 있지만,  글쓰기가 충분히 무르익지 않은 필자는 이유가 단순합니다. 


   먼 훗날 글 쓰는 이유를 조지 오웰이 느끼는 만큼 필자도 느끼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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