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IT 엔지니어의 길을 찾다
IT 엔지니어의 길을 묻다
어릴 적 막연하게 꿈을 꾸다
고등학교 때 컴퓨터 관련 월간 잡지를 보면서 컴퓨터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은 꿈을 키웠습니다. 아버지에게 컴퓨터를 사달라고 졸랐지만 컴퓨터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아버지를 설득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모부가 컴퓨터 판매점을 시작하자 도와준다는 명분으로 아버지는 컴퓨터를 샀습니다. 둘째 동생과 함께 컴퓨터로 게임도 하고 프로그래밍 공부도 하면서 꿈을 키워나갔습니다. 대학에 진학할 때 즈음 컴퓨터를 공부할 수 있는 정보통신공학과를 선택하였습니다.
국제 공인 자격증 공부를 시작하다
군입대를 하기 전까지 공부를 하지 않고 놀다 보니 성적이 좋지 않았습니다. 군 제대 후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막연하게 컴퓨터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습니다. 군 제대 후에 프로그래밍을 다시 공부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둘째 동생은 대학교에서 프로그래밍을 전문적으로 공부하였습니다. 둘째는 필자에게 프로그래밍보다는 MCSE라는 자격증을 공부할 것을 조언하였습니다.
국제 공인 자격증은 다국적 IT 기업들이 발행하는 자격증으로 자사의 제품을 얼마나 알고 있는 지를 인정해 줍니다. 다국적 기업의 자격증이라 국가 공인 자격증과 달리 거의 모든 나라에서 통용이 됩니다. 마이크로소프트, HP, 시스코, 3Com 등의 기업이 자격증 보유자에 대한 해택을 강화하고 협력업체의 기술력을 자격증 보유자의 수로 판단하였습니다. 1990년대 말 다국적 IT 기업들의 자격증은 인기기 좋았습니다.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으로 MCSE(마이크로소프트 공인 시스템 엔지니어 자격증, Microsoft Certified System Engineer)를 취득하기 학원을 다니면서 공부하였습니다. MCSE 자격증을 취득하고 공부를 하면서 시장 상황을 보게 되었습니다. 한국에 MCSE가 만 명을 넘으면서 가치가 많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시장의 수요보다 공급이 많았으므로 대학 졸업 시점에는 의미가 없었습니다.
MCSE 자격증을 취득하자마자 마이크로소프트 2000 서버 소프트웨어가 출시되면서 새로운 기술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MCSE 2000을 준비하기 위해 사람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네트워크 장비 엔지니어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과 CCNA (시스코 공인 네트워크 입문자, Cisco Certified Netwrok Associator)가 미래가 밝은 네트워크 자격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CCNA 자격증 공부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습니다. 단지 마이크로소프트 관련 자격증 서적은 한글이었지만, 시스코 관련 자격증 서적은 영문이었습니다.
필자는 네트워크 공부가 프로그래밍보다 훨씬 재미있었습니다. 대학교 졸업까지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시스코 네트워크 자격증 공부를 시작하기로 하였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MCSE를 공부하지 않았다면 IT에 관심 있는 친구들을 사귀지 못했을 것입니다. 친구들을 사귀지 못했다면 한국 IT 시장의 트렌드를 읽지 못했을 것입니다.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야 꿈을 향해 갈 수 있습니다.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었기에 꿈을 찾아간다.
스터디 그룹을 결성하다
아프리카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혼자서 시스코 네트워크 공부를 2년 가까이 공부하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IT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서 정보를 습득하는 것도 중요했습니다. 대학에 복학한 후에 함께 공부할 친구들을 모으기로 하였습니다.
대학교 과 친구들은 교수님들이 추천하는 국가 공인 자격증인 정보통신기사 자격증과 무선통신 기사 자격증을 공부했습니다. IT 업계의 네트워크 시장에 대해 관심 있는 친구들도 거의 없었습니다. 정보통신공학과에서 같이 공부할 사람들을 찾기 시작했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았습니다. 대학교 때에 혼자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면서 보낸 시간이 많았기에 사람을 모으기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이미 한물간 MCSE 공부를 혼자 독학하던 친구, 컴퓨터에 관심은 많지만 수학과를 다니던 친구, 그리고 네트워크가 무엇인지는 알지만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를 몰랐던 2 명의 친구를 모았습니다. 결국 5명의 친구들이 모여서 시스코 네트워크 스타디 그룹을 결성했습니다.
시스코 네트워크를 공부하면서 자격증 공부를 위한 책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누군가 책을 한 권 가지고 있으면 여러 사람들이 복사해서 보곤 하였습니다. MCSE를 같이 공부했던 친구를 통해 CCNA 책을 어렵게 구했습니다. 필자가 가장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주로 강의를 하였지만, 서로 분담하여 함께 공부하였습니다.
다음 단계로 나아가다
공부를 시작한 지 3개월이 지나면서 5명 전원이 CCNA를 취득하였습니다. 또한, CCNA를 취득한 친구 중 한 명이 IMF로 어지러운 상황에서도 좋은 회사에 취직하였습니다. 공부는 어려웠지만 공부를 마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CCNA의 다음 단계는 CCNP (시스코 공인 네트워크 전문가 Cisco Certified Network Professional)였습니다. CCNP는 총 4개 과목으로 이뤄져 있고, 모든 책은 원서였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론 공부가 아니라 장비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시스코 라우터 및 스위치 장비가 없어서 에물 레이터로 공부해야 했습니다. 스타디 그룹 멤버들은 힘든 과정이라는 것을 인지했지만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믿고 공부를 계속하기로 하였습니다. 힘든 공부를 참고 이긴 사람은 2명뿐이었습니다.
같은 꿈을 꾸었던 친구들은 늘 서로의 곁에 남다.
스터디 그룹 멤버들은 대학교를 졸업한 지 20년이 되도록 가장 친한 대학 친구입니다. IT 업계에 남아 있는 사람은 CCNP를 취득했던 2명만 남아 있고 나머지는 각자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1명은 경찰이 되었고, 두 명은 영업사원이 되었고, CCNP를 취득 2명만이 IT 엔지니어가 되었습니다.
스터디 그룹 멤버들과 가끔 만나면 이야기합니다.
필자 : 대학교에서 스터디 그룹을 같이 했던 게 큰 자산이야. 기억나는 것은 밤에 공부 마치고 술 먹었던 기억밖에 없지만 사람이 남았잖아. 박군: 맞아, 그때 내가 취직하지 않고 대학교에 남아서 CCNP까지 마저 공부했으면 어땠을 까? 지금 즈음 멋진 엔지니어가 되었을 텐데. 필자 : 하하, IMF 직후라 취직 못한 사람들이 태반이었는 데 무슨 소리야? 넌 그때 취직하고 인생에서 가장 즐겁게 놀았던 게 문제야. 돈도 있고 시간도 있고. 박군 : 하하, 대학 방송국 국장을 마치고 취직을 할려니 앞이 깜깜했지. 그때 같이 공부했던 것이 다행이야. 이군 : 저는 형님들 모두 졸업하시고 혼자 공부할려니 어려웠습니다. 뭐든지 같이 할 때 뒤쳐진 말고 가야 했습니다.
평생 하고 싶은 일을 찾다
인생에서 자기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는다는 것은 쉬워 보이면서도 쉽지 않습니다. 대학교에서 스터디 그룹을 했던 5명 중에 어릴 적 꿈이 IT 엔지니어인 사람은 한 명도 없었고, IT와 밀접한 정보통신공학과를 오면서도 컴퓨터 관련 일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만 있었습니다. 스타디 그룹 통해 네트워크라는 분야를 깊이 공부하면서 재미를 느꼈습니다. 스타디 그룹 멤버들 모두 군대를 갔다 오고 졸업이 다가오면서 절박한 상황에서 꿈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꿈은 자신을 들여다보고 찾기도 하고
친구들과 어울리다가 찾기도 한다
필자의 어릴 적 꿈은 과학자였습니다. 과학자가 되는 방법을 알려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정답은 알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과학자는 아니더라도 과학적으로 사고하는 IT 엔지니어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꿈을 가지려고 노력해도 찾기 어렵기도 하지만, 친구를 만나고 인연이 스치면서 손쉽게 얻기도 합니다. 꿈은 언제나 잃어버리지만 옆에 있습니다. 찾기만 하면 찾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