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그렇듯 저도 제 몸을 싫어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십대부터 20대초반을 지날때까지의 저는 정말 콤플렉스 덩어리였어요. 당시엔 부러질 듯 가녀린 몸매의 연예인들이 워너비였어요. 당시 인기있었던 연예인들이 아이유, 윤아. 미디어에서 보여지는 아이돌들의 모습은 전부 44 사이즈도 헐렁해보이는 마른 연예인들이었어요. 그게 아니면 슈퍼모델 같이 길쭉길쭉한 몸에 가슴만 큰 모델들이었죠.
저는 상체는 마르고 엉덩이와 허벅지가 큰 체형이었어요. 상체는 44사이즈인데, 허벅지에 맞춰 바지를 입으려면 27사이즈를 입어야해서 항상 수선이 필요했어요. 제 허벅지가 남들에게 보이는 게 창피했기 때문에, 20대의 전 절대 바지를 입지 않았어요. 하물며 동네 주변을 산책할 때 입을 수 있는 편한 츄리닝 바지 한 벌이 없었습니다. 허벅지를 가리고 위해 항상 원피스를 입었고, 조금이라고 비율이 좋아보이기 위해 하이힐을 신었어요. 빈약한 가슴에 가슴골을 만들고 싶어 항상 코르셋처럼 몸을 옥죄는 뽕이 잔뜩 들어간 브레지어를 입었습니다.
꽉끼는 속옷 때문에 여름이면 가슴사이에 땀이차고, 10cm가 넘는 하이힐로 하루종일 데이트를 하고 집에 돌아오면, 다음날은 발을 바닥에 디딜수도 없이 발이 붓곤 했어요. 그래도 그땐 그게 불편한지도 몰랐어요. (한 번도 내 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편하게 입어본적이 없었거든요. ) 편한 옷을 입었을 때, 다른 사람들이 내 몸을 평가하고 비웃을까봐 그게 더 신경쓰였거든요.
가슴이 커보이는 속옷, 가슴이 커지는 마사지제품, 허벅지 얇아지는 운동과 식단. 세상에 대한 넘치는 호기심으로 나를 가득가득 채워나가야 할 시기에 그런 쓸데없는 것들을 검색며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한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 저는 30대가 되었고, 비로소 제 몸을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남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바디이미지로 저를 평가하고 깎아내리지 않아요. 이렇게 되기까지 작은 생각의 변화들이 10년간 켜켜이 쌓여왔지만, 아마 가장 큰 변화는 제가 운동을 시작하고 몸에 대해 공부하게 되면서 였던것 같습니다.
20대 중반,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어요. 눈바디와 인바디 지수에 병적으로 집착하던 시기를 지나 점차 운동하는 것 자체에 재미를 느끼게 되었어요. 운동이 제 습관이 되면서 더 건강하고 안전하게 운동을 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기능해부학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지금 전, 다른 사람에게 운동을 지도하는 필라테스 강사로 살고 있어요.
개개인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가 있듯이, 우리 몸에 있는 근육들도 모두 존재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나쁜 근육, 좋은 근육은 없어요. 다만, 특정 근육이 더 강해지게 되면 몸의 밸런스가 깨지면서 우리가 아플수 있는 것이지요.
우리 몸은 정말 많은 근육과 근막, 신경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팔을 뻗어 물건을 집고, 걷고, 뛰고 앉고. 언뜻 생각하기에 정말 단순해보이는 이런 움직임들을 이뤄내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근육, 관절, 신경이 힘을 합해야 하는지 알게되면 지금의 내 몸에 대해 좀 더 감사하게 될거에요.
그리고 몸을 좀 더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됩니다. 우리가 angel wing이라며 부러워하는 게 사실은 ‘익상견갑’이라는 병증이라는 것을, 넓은 골반으로 thigh gap이 있는 경우 얼마나 대퇴골이 불안정할 수 있는지 알게 된다면 더 이상 부러워지지 않을거에요.
제가 들려드리는 몸의 이야기가 여러분들이 스스로의 몸을 더 잘 돌보고 사랑할 수 있게 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내 몸이 아픈데 도대체 왜 아픈지,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해결의 단초가 될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