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빼기의 기술

삶에서도 운동에서도 필요한 건 힘 빼기다.

by 운동지도자 앤지

야구, 수영,테니스,골프. 어떤 운동이던 배우다 보면 항상 듣게 되는 말이 있다.


힘 빼세요.


힘빼기는 초보자와 숙련자를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다. 초보자는 죽어라 노력해도 힘이 빠지지 않는다. 그래서 운동을 조금만 해도 숨이 가쁘고, 팔꿈치가 아프고, 몸은 제멋대로 움직인다. 그리고 힘을 빼야 다치지 않는다.



웨이트 트레이닝 같은 근력운동은 힘빼기와 거리가 멀어보인다. 그건 있는 힘껏 해야하는 운동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근력운동을 할 때도 힘빼기의 기술은 아주 중요하다.



| 내 허리는 왜 아플까? 통증과 두려움의 관계



질문 하나! 어떤 사람의 허리 엑스레이를 찍었다. 추간판디스크가 손상된 흔적이 있다. 이 사람은 만성적인 허리 통증이 있을까?


정답은 ‘알 수 없다’이다.


많은 사람들이 허리 디스크가 통증을 유발한다고 생각하지만, 디스크가 있어서 허리 통증이 있을 확률은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올 확률과 비슷하다. 만성 허리통증과 허리 디스크는 생각보다 큰 관련이 없다. (물론 급성으로 터진 경우는 예외다)




그렇다면, 엑스레이 말고 이 사람이 허리 통증이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간단하다. 질문을 해보면 된다.


이 통증이 오래 갈 것 같나요?


세계적인 의학저널 Lancet에서는 만성허리통증(non-specific low back pain)과 관련된 17개의 논문을 고찰하여 종합리뷰논문을 작성했다. 이 논문에서는 급성 허리통증 환자들의 나쁜 예후(만성으로 가는)를 예측할 수 있는 주된 요인으로 심리사회적 요소를 꼽는다. 또한 의사들에게 만성통증으로 이행할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선별할 수 있는 설문지(SF-ÖMSPQ)를 제시한다.


이 설문지는 총 5가지에 대한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통증 수준

기능적 제한 (ex. 통증으로 일을 하지 못한 기간은 얼마나 됩니까?)

회복에 대한 기대 (ex. 통증이 몇달 동안 계속될 것 같나요?)

심리적 스트레스 (ex.최근에 불안한 기분이 드는 일이 많았나요?)

통증이나 움직임에 대한 두려움 (ex. 일하면 통증이 심해질 거 같나요?)


논문에서는 해당 질문지에서 50점 이상을 받는 경우, 만성 허리통증을 경험할 확률이 높다고 이야기한다.

(참고: Maher 등(2017), "Non-specific low back pain", The Lancet, Vol. 389, pp.736–747)



실제로 통증을 경험하는 회원들을 가르치다보면 ‘아파요’란 말보다 ‘아플것 같아요’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통증은 두려움을 만든다. 그리고 두려움은 뻣뻣함을 만든다.


우리가 두려움을 느낄 때, 우리의 뇌는 우리 몸을 보호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다치지 않기 위해서 우리 몸은 근육을 뻣뻣하게 강화시킨다. 누가 내 배를 주먹으로 때리려고 한다고 생각해보자. 우리 몸은 맞았을 때 장기가 손상되지 않게 하기 위해 힘을 빡 주고 근육을 단단하게 만든다.




| 당신이 아픈 건 복근이 약해서가 아니다.



허리가 아프다고 하면 한 번쯤 이런 말을 주변에서 한 사람들이 있었을 거다.


코어(복근)가 약해서 그래.


*실제로 코어 = 복근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에 대한 사람들이 코어=복근으로 이해하고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여기서는 그 표현을 그대로 사용했다.


땡! 틀렸다.


당신의 허리가 아픈 이유는 오히려 복부에 너무 많은 힘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복근을 단련시켜야 허리가 아프지 않다는 생각에 많은 사람들이 허리가 아프면 플랭크 같은 동작을 한다.


플랭크를 하게 되면 몸통의 앞뒷면이 기둥처럼 딱딱해진다. 이를 근육의 동시수축(co-contraction)이라고 말한다. 근육의 동시 수축은 우리가 외부 충격에 대비해 자세를 유지하려 할 때 도움이 된다.


하지만, 동시수축은 에너지 대사의 관점으로 봤을 때 비효율적인 움직임이다. 몸통 주변의 모든 근육들이 다 최대의 힘을 쓰고 있기 때문에 동작을 유지하기 위해서 같은 동작을 하는데 더 많은 에너지가 들어간다. 근육이 쉽게 피로해지기 때문에 오래 동작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우리가 플랭크를 오래 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렇게 과도한 동시수축을 하는 경우 관절에 가해지는 압박력이 높아지고, 비자연스러운 움직임 패턴이 고착되어 오히려 부상의 위험이 높아지기도 한다.


| 뻣뻣함이 통증을 만든다.


다시 허리통증 환자 이야기로 돌아와보자.


일반적인 사람들은 상체를 숙일 때 골반이 먼저 접히고 이어서 허리를 자연스럽게 구부려지게 된다. 이런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요추골반리듬’이라고 한다.


그런데 허리가 아픈 사람들은 허리를 굽히는게 두렵기 때문에 허리를 세운채 상체를 숙이려고 한다. 이런 움직임은 허리의 부담을 증가시킨다. 혹은 복부 앞뒷면의 근육이 모두 긴장된 상태에서(근육의 동시수축) 허리를 숙이게 된다.




꼭 말해주고 싶은 게 있다. 허리를 굽힌다고 디스크가 터지지 않는다. 디스크에 압박력이 증가하기 위해서는 1) 척추가 굴곡된 상태에서 2)높은 부하가 가해져야한다. (예-무거운 걸 들기)


구부린 상태에서 큰 힘을 주면 척추사이 척추원반(디스크)가 뒤로 밀리는 압박을 받게 된다.


근육의 동시수축이 있는 상태에서는 당연히 허리에 가해지는 부하가 높아진다. 허리를 보호하려고 힘을 주는 것이 오히려 통증을 악화시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강화해야 할 진짜 코어는 무엇일까? 그 이야기는 2탄에서 풀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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