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양증의 어택
37주가 되던 즈음, 갑자기 온몸이 이상하게 가렵기 시작했다.
자꾸 손이가서 미드와이프에게 이야기했더니, 임산부에게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라며 병원에 가서 의사를 만나보라고 했다.
의사는 아주 친절하게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담즙(bile)이 혈액으로 조금씩 흘러 들어가 전신을 돌아다녀서 생기는 증상이라고 했다.
영국에서는 이 증상을 임신성 소양증(Obstetric Cholestasis) 으로 보고 증세가 심각한 산모들은 모니터링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약을 처방받아 증상을 완화시킬 수도 있지만, 출산과 함께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선택은 내게 맡긴다는 설명이었다.
은근히 계속 가렵긴 했지만 잠을 못 잘 정도는 아니었고, 출산까지 3주가 남았기에 그냥 버티기로 했다.
육아 경험도 없었고, 주변에 임신한 친구들은 멀리 살다 보니 기본적인 아기 케어도 배우고,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도 만나보고 싶었다.
국가 의료 시스템인 NHS (National Heath Service)에서 무료 산전교육을 제공하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서 NCT(National Childbirth Trust)에 유료로 산전교육을 신청했다.
NCT는 영국에서 꽤 잘 알려진 민간 산전 교육 프로그램으로, 비슷한 주수의 가족들이 모여 출산·육아 기본기를 배우고 커뮤니티를 만드는 과정에 초점을 둔다.
우리반(?)은 대여섯 커플 정도로 작은 규모였는데,
아기 목욕시키는 법
기저귀 가는 법
트림 시키는 법
출산 가방 싸는 법 같은 기본적인 것들을 함께 배웠다.
첫 만남은 약간 어색했지만, 첫 임신이라는 공통점과 비슷한 나이대 덕분에 금방 분위기가 풀렸다.
가끔 주말에 만나 차를 마시며 출산 준비에 대한 고민도 공유하면서 작은 연대감이 생겨 든든했다.
시간이 지나 출산 예정일이 다가오자, 미드와이프를 주 1회 만나는 단계로 들어갔다.
첫아이는 대체로 예정일보다 좀 늦게 나오는 경우가 많고 42주가 넘으면 아기가 너무 크게 자랄 수 있기 때문에 그 전에 유도 분만을 한다는 설명도 들었다.
내 출산 예정일은 12월 말이었고, 예정일 당일에는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배는 이미 많이 커져서 일상이 불편했고, 하루라도 빨리 출산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걷는 것이 출산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많이 걸으라고 했는데 집 주변에 적당한 산책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날씨도 안좋고, 겨울이라 혹시 미끄러질까 봐 조심스러웠다.
그렇게 예정일을 넘기고, 어느덧 1월 1일이 되었다.
새해를 맞아 집 안팎을 정리하고, 아기를 맞을 마음의 준비도 하고 싶어서 뒷마당에 쌓여 있던 낙엽을 치우기 시작했다.
배가 나온 상태라 어설픈 스쿼트 자세로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고 그렇게 몸을 잠시 움직인 뒤 집으로 돌아왔다.
낙엽을 치우는 노동이 분만 유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노동이 바로 '진통'을 불러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