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영국 출산기 4

조용하게 지나간 임신기간 및 3번째 초음파

by 링고빙고 LingoBingo

큰 이벤트 없이 평온한 시간들이 지나갔다.


동네 의원영국에서는 초음파나 임당 검사처럼 병원 장비가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동네 의원(GP)에서 미드와이프를 만난다.
미드와이프는 진료실에 있는 작은 휴대용 도플러(doppler) 기계로 아기의 심장 소리를 들려주었다.
아직 성별도 모르는 작은 생명이 내 배 속에서 열심히 자라고 있다는 사실은 경이로웠다.

심장 소리는 꽤 빠르고 건강해서 들을 때 마다 벅찼다. (뱃속 아기들의 심박수는 성인보다 높다)

그리고 영국의 임신 관리에서 빠질 수 없는 절차가 있으니 바로 줄자로 배 둘레(자궁저높이, fundal height)를 재는 것이다.

21세기에 줄자라니, 속으로 많이 놀랐었는데 이 방식이 오랜 기간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주수 대비 태아 성장 패턴을 모니터링하는 전통적인 검사라는 설명을 들은 뒤에는 그저 ‘이 나라의 방식이 그렇구나’ 하고 받아들였다.


tempImage6jPYLe.heic 줄자로 배 크기를 잰다.

드디어 20주가 되어 두 번째 초음파를 보러 갔다.
이때는 아기의 뼈와 장기 발달 상태를 세세하게 확인한다.

척추가 곧은지, 머리 크기가 주수에 맞는지, 전체적으로 잘 자라고 있는지 점검하는 중요한 검사였다.
그리고 드디어 이 시기에 성별도 알 수 있다.

아기의 방을 어떻게 꾸밀지, 옷은 어떤 색으로 준비할지, 이름은 무엇으로 정할지 결정하고 싶어서 성별을 알려달라고 했다. 결과는 여자아이.

아기가 건강하게 잘 크고 있다고 하니 그저 감사했다.

20주 초음파 이후 몇 주 (24주 - 28주) 뒤 임당 검사 (Glucose Tolerance Test)가 이어졌다. 임당 검사는 GP가 아닌 병원에서 진행한다.
전날 저녁 6시부터 금식을 하고, 다음날 아침 병원에서 주는 달콤한 음료 500ml를 마신 뒤 일정시간 후에 혈액 검사를 한다.
이것도 다행히 무사히 통과했다.
나는 나이도 상대적으로 젊고 단태아이기도 해서 위험요소가 거의 없는 low risk 산모로 분류되었다.


30주쯤 되었을 때 미드와이프를 만났다.
미드와이프는 진료실 침대에 누워 있는 나의 배를 줄자로 잰 뒤, 주수에 비해 배가 조금 작은 것 같다고 초음파가 한 번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아기 심장 소리도 규칙적이고 태동도 잘 느껴져서 크게 걱정되지는 않았지만, 권유대로 추가 초음파 예약을 잡았다.

며칠 뒤 병원에서 다시 초음파를 확인한 결과, “아시안 산모라서 배가 더 작은 것 같다”는 결론을 들었다.

체형·유전적 요소 때문에 그런 경우가 종종 있다고 했다.

추가 검사를 할 만큼의 상황이었기에 마음 한켠이 살짝 불안했는데, 아기가 잘 크고 있다는 말에 마음이 금세 편안해졌다.

별다른 생각 없이 ‘초음파 한 번 더 보게 돼서 오히려 좋다’고 생각했던 건, 아마도 첫 임신이라 무지한 데서 오는 여유였을지도 모른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차라리 무던하게 넘어갔던게 오히려 정신건강에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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