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영국 출산기 6

대망의 그날!

by 링고빙고 LingoBingo

예정일을 3일 넘긴 1월 2일 새벽 4시,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허리 통증이 찾아왔다.
평소 생리통도 없던 터라, 그 낯선 통증이 시작되자마자 '드디어 오늘이구나!' 하고 직감했습니다.

5시 반쯤 남편에게 “오늘 회사 못 갈 것 같아”라고 말한 것이 하루의 시작이었다.

6시쯤, 출전하는 장수의 마음으로 아침을 든든하게 먹어야겠다 싶어 밥과 미역국을 데워 먹었다.
눈에 먼지가 보여 자연스럽게 청소기를 돌리기까지 했을 정도이니 아직은 통증도 약하고 마음의 여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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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통증은 간헐적으로 왔고 그 주기도 꽤 길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통증은 점점 강해졌고 집에 있는 진통제를 먹으며 버텼다.

산전 교육에서 진통이 오면 목욕이 도움이 된다고 했지만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영국에서는 진통이 충분히 진행되기 전에는 병원에 오지 말라고 안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침대와 인력이 한정되어 있고, 자궁문이 충분히 열리지 않으면 다시 집으로 돌려보내기 때문이다.


10시쯤 출산 예정 병원으로 전화를 걸어 병원에 가도 되는지 물어보았다.

설명 중 통증이 심해 말을 잇지 못해 숨만 고르고 있었는데 듣고있던 미드와이프는 “진통 주기가 아직 너무 길다”며 오지 말라고 했다. 자궁문이 4cm 이하로 열려있으면 집으로 돌려보낸다는 말도 덧붙였다.

진통이 계속 느껴졌지만 진통제를 먹은지 얼마 되지 않아 추가로 먹을 수도 없었다.
11시 반쯤 너무 아파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돌아온 대답은 똑같았다.“아직 아니야.”

그 말이 얼마나 실망스러웠는지.

몸에서는 분명 무언가 시작되고 있는데, 병원은 “아직”이라고 하니 답답하고 무서웠다.


오후 1시까지 계속 진통을 견디다가 도저히 참기 어려워져 다시 병원에 전화했다.

전화를 받던 미드와이프가 통증 주기를 듣더니, 그제야 오라고 했다.
출산 가방을 챙겨서 서둘러 병원에 갔다.

잠시 대기하다가 오후 2시 반경 드디어 분만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내진을 하니 자궁문이 5cm 열렸다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너무 기뻤다, 집에 안가도 되는구나!!!
그리고 "이제 정말 시작되는구나” 하는 안도감도 들었다.


영국에서는 흔히 말하는 ‘산모 굴욕 3종세트’ 중 제모와 관장을 하지 않는다.
제모는 혹시 필요하면 간호사가 해주고, 관장은 애초에 하지 않는다고 했다.

내진은 불편하긴 했지만 통증에 비하면 견딜만 했다.


배에는 아기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줄이 여러 개 연결됐다.

내 통증과는 별개로 아기는 아주 건강하다고 했다.

미드와이프는 통증이 올 때 눈을 감으면 통증이 더 크게 느껴지니 눈을 뜨고 소리를 지르면 체력이 금방 떨어지니 최대한 조용히 호흡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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