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중 분만이라니...
욕조 안의 물은 아주 따뜻했다.
NHS 분만실의 욕조는 다양한 체형의 산모가 사용할 수 있도록 큰 편인데, 나에게는 발끝이 겨우 닿을 정도로 넉넉한 크기였다.
물속에서 몸이 약간 떠 있어 통증이 조금은 완화되는 느낌이 있었다. (물론 없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물의 온도와 진통이 겹쳐 땀이 나기 시작했고, 안경에 김이 서려 시야가 흐릿해졌다.
그래서 안경을 벗고 거의 장님 상태로 진통을 겪었다.
물속에 있어도 아기는 모니터가 가능한데, 다행이 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이미 진행이 많이 되어서 무통 주사를 맞을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에도 laughing gas를 흡입하며 진통을 견뎠다.
두 번째 출산이라 힘 주는 방식은 더 익숙했지만 까치발로 욕조 끝을 디디고 힘을 주다 보니 다리가 점점 피로해졌다.
아기 머리를 겨우 조금 밀어냈을 때쯤은 기운이 빠져 더이상 힘을 주기 힘들었다.
미드와이프는 즉시 판단을 내렸다.
“욕조에서 나와서 바닥에 누워볼게요.”
진통 사이의 짧은 틈을 이용해 욕조에서 어그적 거리면서 나와 바닥에 누웠고 바닥에 눕자 미드와이프 세 명이 동시에 움직였다.
두 명이 내 다리를 잡고 몸 쪽으로 누르고, 한 명이 밑에서 아이를 받았다.
욕조에서 나온지 약 4분만에 아기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아기를 받은 미드와이프 중 한 명이 곧장 신생아 체크를 위해 자리를 이동했고, 다른 미드와이프는 나와 함께 태반 배출을 진행했다.
첫째 때는 의사가 태반을 빠르게 처리해 주었지만, 이번에는 내가 직접 힘을 줘서 밀어내야 했다.
다리에 힘이 남아있지 않아서 힘을 주기가 너무 힘들었지만 출산을 마무리 해야 겠다는 일념으로 힘껏 밀어냈다.
태반이 완전히 나왔는지 확인한 뒤, 간단히 옷을 입고 침대에 누웠다.
이번에는 회음부 절개가 없어서 그런지 없어 몸이 첫째 때보다 훨씬 덜 아팠다.
분만실에 들어간 시각이 오후 4~5시였고, 아이는 밤 9시 반쯤 태어났으니 첫째 때보다 확실히 빠른 출산이었다.
모든 처치가 끝나고 분만실을 나와 모자동실로 걸어서 이동했다는 사실이 이번 출산이 지난번에 비해 비교적 순조로웠는지를 잘 보여주는 것 같았다.
아기는 바퀴 달린 작은 침대에서 아주 평화롭게 잠들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