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나다
이제 꽤 안정적인 직장을 얻으니 여유가 생겼다.
정직원은 아닌 알바생이었지만 주 40시간 풀타임으로 일을 해서 월세를 내고 나면 저축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수입이 되었다. (월세가 싸기도 했다)
카페는 밴쿠버 다운타운에 위치해 있었는데 근처의 직장인들이 단골손님으로 왔다.
거의 매일 커피를 사 마시다니, 돈이 많다고 생각했다.
다운타운에는 어학원들도 꽤 있어서 한국에서 온 어학연수생들도 가끔 왔었다. (가격 때문에 자주는 못 왔을 것이다)
속으로는 참 반가웠지만 한국어를 쓰기엔 서로 어색해서 서로의 영어발전을 위해 나도 그들도 영어를 썼다.
카페에서 일을 하며 나름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의 차이, 라테와 카푸치노의 차이도 알게 되었다.
이런 것도 알게 되다니 나름 세련된 도시 여자가 된 것 같아서 꽤 뿌듯했다.
물론 손님을 대상으로 하는 영어에는 한계가 있었다.
인사말이나 스몰톡은 자연스러워졌지만 대화의 패턴은 거의 비슷했다.
그리고 손님은 주문을 하고 커피를 받고 떠난다.
일을 하러 오긴 했지만 영어 실력도 늘리고 싶었기 때문에 하루에 새로운 단어 하나씩 외우기 같은 아주 작은 목표를 세웠다.
영어 환경에 살다 보면 내가 공부한 그 단어가 들리고 자연스럽게 쓰게 되는데 그러면 그 단어가 100% 내 것이 된다.
아주 짜릿한 경험이다.
매일 영어를 쓰고 살았기 때문에 당연히 영어가 자연스럽게 입에 붙었다.
문장을 만들 때 머릿속에서 한국어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순간이 늘어났고 농담도 제법 잘 알아듣고 잘할 수 있게 되었다.
남들은 모르지만 나만 아는 나의 성장이 아주 자랑스러웠다.
대신 나의 영어실력은 같이 일하던 캐나다 동료들 덕분에 많이 늘었다.
밴쿠버의 특징인지 모르겠으나 내가 만난 사람들은 참 여유롭고 친절했다.
내 얘기도 잘 들어주고, 틀린 영어로 말하면 내가 민망하지 않게 살짝 고쳐주었다.
같은 카페에서 일하던 영국 남자와 (이 친구도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왔다) 연애를 시작했다.
각자의 비자 기간이 만료되어서 어쩔 수 없이 롱디를 하다가 결혼을 하게 되어 나는 영국으로 이민을 왔다.
외국에서 살게 되면 당연히 미국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미국도 캐나다도 아닌 영국에서 살게 되다니 인생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