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 홀리데이
졸업을 한 학기 앞두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나 세상 경험이 너무 없네…?”
아빠는 늘 말씀하셨지, 알바할 시간에 공부 열심히 해서 장학금을 받으라고.
하지만 부끄럽게도 나는 4년 내내 한 번도 장학금을 받아본 적이 없었고, 긴 방학은 미드를 정주행하거나 게임 하면서 꽤나 잉여롭게 지냈다.
졸업 하기 전, 진짜 세상을 경험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 결과가 바로 워킹홀리데이 비자 신청이었다.
그 당시에도 호주나 뉴질랜드 워홀은 꽤 유명했는데 후기를 보면 좀 망설여졌다.
“농장에서 허리도 못 피고 일만 한다더라.”
“시골이라 영어가 안 는다더라.”
등등의 이야기를 듣고, 도시 여자였던 나는 과감히 캐나다행을 선택했다.
내가 신청했던 2004년은 캐나다와 워홀 비자 협약을 맺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라 모집 인원이 고작 500명 정도였다고 알고 있다.
지원 동기를 쓰는 에세이가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그 에세이는 꽤 잘 썼다.
“배낭여행으로 많은 나라를 다녀봤지만 너무 짧게 머물러서 깊이 있게 느끼지 못했다.
기회를 준다면 캐나다를 깊이있게 느껴보고 싶다.”
대충 이런 내용이었는데, 어쨌든 합격했다.
솔직히 아직도 어떻게 붙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중요한 건, 난 선택되어 비자를 받았고 이미 벤쿠버행 비행기 표를 쥐고 있었다는 것.
아빠가 벤쿠버행 항공권과 두 달 치 홈스테이 비용을 지원해 주셨다.
벤쿠버에 도착해서는, 운 좋게 교회를 통해 알게 된 선교사 노부부 댁에서 홈스테이를 하게 되었다.
벤쿠버 외곽에 있는 방 4개짜리 2층 집이었고, 집 근처에 버스 정류장이 있어서 교통도 나쁘지 않았다.
처음에는 한인이 운영하는 일식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하지만 메뉴 외우는 것도 쉽지 않았고, 밥을 먹으러 온 손님들과는 스몰톡에는 한계가 있었으며 무엇보다 영어가 전혀 늘지 않았다.
그래서 한 달 만에 과감히 그만두었다.
그동안의 모든 단기 알바 경험들을 싹 끌어모아 이력서를 그럴듯하게 만든 뒤 무작정 벤쿠버 다운타운으로 향했다.
카페를 전전하며 "혹시 사람 뽑으시나요?" 하면서 이력서를 뿌렸다.
그러다 운 좋게 한 카페에서 매니저와 바로 면접을 보게 되었고, 그 자리에서 다음날 출근 약속까지 받아냈다.
그렇게 해서, 나의 벤쿠버 카페 알바 + 영어 실전 연습기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