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미드에 미치다

Friends 와 Sex and the City

by 링고빙고 LingoBingo

대학교에 진학했다.
근데 막상 대학 생활은 생각만큼 재미있지 않았다.

미국 생황을 짧게나마 했으니 언젠가는 다시 가서 학업을 이어나가야 겠다는 생각을 쭉 했었던 것 같다.
그래서 혹시나 올 수 있는 기회를 잡으려 영어 공부에 더더욱 매진하게 되었다.


그 당시 유행하던 시트콤이 있었으니, 바로 Friends.

나는 이 시리즈를 통째로 다운받아서 음성만 추출한 뒤, 그걸 mp3 파일로 만들어 mp3 플레이어에 넣고 다니며 하루에 꼬박 4–6시간씩 들었다.

시트콤 특성상 대사가 비는 순간이 거의 없어서 쉬지않고 대사를 들을 수 있었다.

계속 듣다보니 어느 순간 귀가 더 트였고 자연 스러운 영어 표현을 익힐 수 있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인터넷에서 대본을 구해 프린트를 한 뒤 제본까지 했다.

귀로 들으면서 눈으로 대본을 따라 읽고, 또 화면으로 보면서 웃다 보니 Friends 전 시리즈를 거의 외우다시피 돌려봤다.

시트콤 자체도 너무 재미있었고, 센스 있는 유머도 좋았지만 당시 여자 주인공이었던 Rachel의 모습이 세련됨 자체여서 그녀를 구경하는 재미도 상당했다.

Friends.jpg


내 또래 여자이고, 패션을 좋아한다면 모를 수가 없는 그 드라마 Sex and the City.

주인공 Carrie Bradshaw와 그녀의 친구들이 세상에서 제일 힙한 도시인 뉴욕에서 살면서 겪는 일들을 그린 이야기인데, 그녀들의 우정과 커리어, 연애까지 뭐 하나 빠짐없이 다 멋있어 보였다.

(지금 40대의 눈으로 보면, 그저 철이 없고 체력이 좋은 여성들인 것 같다.)

제목에서 눈치챌 수 있듯이, 어디에서도 정식으로 가르쳐 주지 않는 성인용 영어 표현들을 이 드라마에서 많이 배웠다.

sex and the city.jpg 캬 젊다 젊어!

20대 초반의 나는 정말 가리는 것 없이 미드를 봤다.

어릴 때 TV를 거의 못 본것의 반동이었을까.

나는 국민 드라마인 모래시계도 인기 절정이던 순풍 산부인과도 못 보고 자랐다.

대학에 들어가 맘껏 티비를 볼 수 있어서 좋기도 했고, “나 영어 공부하는 거야”라고 합리화를 하며 정주행을 거듭했다.


자막 없이 에피소드를 보면서 "나 이제 네이티브네" 하면서 우쭐해 하던 기억도 있고 미드를 잔뜩 보고 미국물 많이 먹은 사람처럼 행동했던 기억도 난다.


이 시기에 놀면서 공부했던 영어 덕분에 별도로 토익 공부를 한 번도 하지 않았는데도 960점을 받았다.

그래서 지금 돌이켜보면, 그 수많은 미드 정주행과 자발적 영어 덕질은 대학시절 꽤 알찬 투자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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