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d Jun 19. 2017

우리는 무엇을 하는 회사일까 #lotd

나는 뭐하는 사람일까

 학교 행정실에서 일할때, 화장실 가는 복도에는 '우리의 비전과 미션은 무엇이다'라는 액자가 걸려있었다. 잘은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초록색으로 기둥을 세개 그려서 미션을 상징하고, 그것들이 거대한 삼각형 비전을 받치고 있었던거 같다. 그때는 그런게 그냥 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아무도 그걸 생각하지 않으니까.


 회사에 와서도 비슷했다. 우리 회사 비전을 정하고, 일하는 방법을 정했지만 그냥 그건 자석에 붙어 있는 덩어리였으니까. 그래서 '그런건 많이 안중요한가'라고 생각했다. 가끔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조직이라는 것은 개인을 이상하게 묶어버리는 경향이 있어서, 앞을 보던 개인의 시야를 옆으로 돌린다. 다같이 옆만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앞을보라!고 말할때 이런 비전이나 미션같은게 쉬운 당근이자 채찍이 되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그건 그냥 시야만 돌렸을뿐이었다.


 그래서 그런건 안중요한가? 라고 계속 생각했다. 퇴근길에 우연히 링크 두 개를 만나기 전까지.


 첫번째 유튭 영상은 이케아에서 만든 "Cook this Page"의 소개 영상이다. 아이디어 자체도 참신한데,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는 효과 + 들고있는 음식 비즈니스를 녹여내는 것까지 생각하면 참으로 놀랍지 않은가? 게다가 영상은 흠잡을데 없이 아름답다. 스크린만 주구장창 처다보고 살았는데, 이게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는걸 다시 느끼게 한다.


 다른 링크도 마찬가지로 이케아에서 만들었다. "Life at Home Report"라는 소비자 조사 리포트다. 이케아가 여러 나라의 소비자를 만나서 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고 그 내용을 정리했다. 뻔한 리포트가 아닐까 싶지만 "Extended home" "Touch" 같은 개념을 짚어낸걸 보면 만든 사람들의 고민이 느껴진다. 그게 무슨 뜻이냐고? 읽어보자. (사실 나도 덜 읽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자. 우연히 두 링크를 연속으로 접하면서 '비전이나 미션같은거'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케아는 사람이 사는 방법에 관심이 많은것 같다.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고, 좀 잘 살았으면 좋겠고, 잘 사는데 도움이 되면 좋겠고, 그러면서 돈도 (많이) 벌면 좋겠고. 그래서 쉬운데 있어 보이는 요리를 무지 쉽게 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너네 잘 살고 있니? 라고 질문하며 세상을 돌아다니고 결과를 정리하는게 아닐까.


 어쩌면 이케아에 다니고 있는 사람은 이런 생각을 안할지도 모른다. 겉이랑 속은 항상 다르니까. 자연스럽게 내가 다니는 회사를 생각하게 된다. 복잡하고 답답한 생각 카드들이 머리에 떠다닌다. 평소같으면 '비전이나 미션같은거..ㅋ'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그런데 그냥 조금 세련되고 게릴라 같은 방법으로 내가 믿는 것들은 해내도록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걸 해내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누구를 끌여들여 어떻게 하면 될까? 이런 질문들이 떠오른다. 크게, 많이 바꾸지 않아도 될것 같다.


 질문이 하나 더 남는다. 내가 회사라면, 나는 뭐 하는 회사일까? 나는 뭘 하는 사람이여야 할까?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모여있는 덩어리는 뭐 하는 덩어리가 되어야 할까? 회사의 구조에 대해 고민할때 '사람도 같은 구조로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개인이 삶을 만들기 위해서는 CEO, CMO, CHO, CTO, CBO, COO의 역할들을 고민하고 정의해야한다 뭐 그런 생각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실 인터페이스의 역사는 #lotd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