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d Jun 26. 2017

페이스북의 새 비전과 발등의 불? #lotd

 주커버그가 페이스북의 새로운 비전을 내놓았다. "Bringing the world closer together." 주커버그가 지난 몇 년째 해오는 Challenge of the year이나 올해 하버드대 졸업식 축사를 통해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와 일맥상통한다. 페이스북의 비전은 주커버그가 꿈꾸는 세상이기도 하다. 


 그리고 함께 발표한 몇몇 기능들이 있다. 바로 페이스북 그룹 관리자의 권한툴이다. 페이스북은 그룹 관리자들이 그룹의 활동 통계를 보고, 가입자를 한 번에 관리하고, 일정을 관리하고, 악성 사용자를 차단할 수 있는 권한을 내놓았다. 


 둘은 같은 장소에서 발표된 별개의 사건이다. 하지만 그동안 페북의 고민을 생각해보면 어쩐지 둘은 연결된다. 페이스북은 그룹을 강조하는 서비스가 된다. (사실 같은 장소에서 동시에 발표했다.)


 페이스북은 원래 개인을 위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였다. 그리고 현실의 관계를 기반으로 한다. 학교 친구들이 페북에서 친구가 되고, 학교에서 떠들던 이야기를 페북으로 가져왔고, 페북에서 떠들던 이야기를 학교로 다시 가져갔다. 친구가 페북에 가입하면 새 친구가 늘었고, 새로운 친구를 만나면 먼저 페북 친구를 맺었다. 그렇게 페북은 무시무시하게 성장했다. 세상의 모든 사람의 관계만큼 친구 신청이 들어왔을 때까지. 


 요즘의 페북은 위기감이 엄청나다. 아무도 페북에 글을 올리지 않는다. 글을 올리더라도 홍보할 거리가 있는 사람이거나, 그냥 많이 올리던 사람들뿐이다. 그래서 페북은 뉴스와 스팸과 웃긴 동영상과 고양이가 엉킨 거대한 덩어리가 되었다. 라이브 방송을 내놓고, 웃긴 얼굴 필터를 내놓았지만,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새로운 연결이 없으면, 새로운 글이 없고, 새로운 글이 없으면 광고를 붙일 자리가 없다. 페북은 (쌓아둔 현금이 많지만) 앞으로를 위해 계속 성장해야 하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성을 쌓아 올리던 페북은 드디어 한계에 부딪혔다. 


 그리고 페북은 다른 방향을 보기 시작한 것 같다. "더 이상 땡겨올 오프라인에 관계가 없어? 그럼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주면 어때? 페북에서 새로운 친구를 만나라고 해. 그리고 그 친구들과 글을 나누라고 해. 그 사람들만 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자.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 거기서는 그래도 활발하게 활동하지 않을까?"


"우리 그런 거 있어"


"응?"


"그룹!"


"!!!!"


그런 의미에서 페이스북의 새로운 비전과 함께 발표된 게 그룹을 관리하는 기능이라는 것은 일맥상통한다. "Bringing the world closer together."라는 비전 뒤에는 "with Facebook Groups"라는 말이 숨어있지 않을까?


 그동안 페북은 활발히 생겨나는 페북 그룹을 관찰해왔을 거다. 학교 팀플을 위해 생긴 그룹도 있겠지만, 실제로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이 취미나 공유하는 가치를 중심으로 만들고 활동하는 그룹들을 주시했을 것이다. 아마 페북을 가장 열심히 사용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룹에서 활동했을 것이고, 광고나 소환성 댓글이 아닌 건강한 댓글이 달리는 곳도 그룹에 올라온 포스팅들이었을 거다. 그리고 페북에 글을 열심히 올리는 사람에게 좋아요를 주는 사람들에게도 보이지 않는 그룹이 있다는 걸 찾아내지 않았을까. 


 그래서 페북에게 그룹은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을지도 모른다.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낼 수 있는 공간. '소셜 네트워크'를 새롭게 정의하고 창조할 수 있는 기반으로 그룹을 지목했을지도 모른다. 소셜 네트워크가 새로 생겨난다면, 새로운 글들이 다시 나타날 것이고, 광고를 할 수 있는 지면도 늘어나게 된다. 심지어 이 글을 보는 사람들의 관심사는 너무나 명확하다. 한숨 돌릴 수 있다. 


 그런데 페북은 여기서 더 나아간다. '그룹을 열심히 써줘'에서 한 칸 더 나아간다. '어떤 그룹에 들어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우리가 추천해줄게. 인공지능을 사용하면 더 정확히 찾아줄 수 있어.' 그리고 하나 더 나아간다. '정말 의미 있는 그룹을 만들어봐. 우리가 도와줄게.' 그리고 의미 있는 그룹이 되기 위한 툴들을 하나하나 내놓고, 그들을 알리고, 에코시스템이라는 걸 또 만들기 시작한다. 시작은 '의미 있는 그룹의 리더'들을 위한 툴이다. 


  세상이 바뀐다면 가장 먼저 바뀌는 것은 사람들이 사는 방법일 것이다. 사람이 사람과 관계를 맺고 이야기하는 방법이 바뀔 것이다. 지금까지의 사람들에게 관계란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범주'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만큼이 그의 세상의 범주였을 거다. 앞으로의 사람들은 좀 다를지도 모르겠다. 세상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데 두 가지가 생각났다. 종교가 생겨나고 하는 역할이 저것과 비슷하지 않나? 그리고 어떤 나라에서는 카페라는 이름으로 이미 저런 서비스가 엄청 고도화되어있지 않나? 그 나라는 신인류가 살고 있을지 모른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름다움을 만들기 #lotd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