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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 Dec 05. 2017

해골물

 아마도 가장 먼저 깨달은 인생의 진리는 '원효대사 해골물'이지 싶다. 대충 모든건 생각하기 나름이다라는 주제로 멘탈 컨트롤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실제로도 선택했던것들을 돌아보면 후회했든, 좋아했든, 모두 '해골물'이라는 잣대를 갖다대면 모든게 설명하기 편하고, 실수를 인정하기 쉽고, 다음에 잘할수 있다는 희망을 갖기에 좋았다. 마음이 좋지 않은 날들에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로 요약되는 친구가 해준 이야기를 떠올렸고, 실제로도 덕분에 지나가기도 했으니까. 근래 가장 스트레스 받았던 날에는 덩케르크를 봤는데, 목숨을 걸고 불붙은 기름이 넘실거리는 바다를 헤엄치는 그들을 보면서 오타 몇개에 괴로워하던 마음에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생각을 한다. 이러나 저러나 해골물은 해골물이고, 맛이 없는건 맛이 없는거라고. 힘들었던건 힘들었던거고, 즐거웠던건 즐거웠다고. 굳이 의미까지 부여해서 해골물이 어쩌니 저쩌니 안해도 될 때가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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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십칠년 팔월에 써둔 것을 서랍에서 찾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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