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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 Oct 29. 2017

디테일이 살아있었다.

 나는 그림을 잘 못그리는데, 이유는 머리속에 있는 이미지를 그려내기에는 세세한 설정들이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슬라이드를 그리거나 기획서를 쓸때야 조금 생각이 나지만, 여전히 이미지로 표현해내야 할 때는 어려움을 겪고 도움이 필요하다. 그래서 보통 꿈을 꾸더라도 아는 사람/공간이나 어디서 본적이 있는 이미지가 떠오르기 마련이다.

 그런데 어제는 좀 달랐던것 같다. 꿈의 배경은 교실같은 흰 방이였고, 외국인들과 함께 기타를 치고 놀고 있었다. 외국인들중에는 부부와 자녀인 가족이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그들의 얼굴은 어디서도 본적이 없는 (또는 언젠가 봤지만 나는 완벽히 잊어버린) 것이였고, 엄마+아빠를 섞은 모습이 아들이였다. (그걸 보면서 머신러닝으로 부모 이미지를 합성해 자녀의 얼굴을 만들어내는 인공지능...같은걸 생각했던거 같다) 그리고 흰색 문틀이 계단식으로 울룩불룩하게 장식되어 있던게 선명하게 보였다. 잠시후 장소가 오키나와로 바뀌었는데, 오키나와에 갔을때나 이미지로 본적이 없는 병원스럽게 생긴 석조 건물이 내 앞에 서있었다. 건물이 서 있는 검은 절벽의 구조와 꿈속의 지도를 비교해보니 이상하게 완벽하게 좌우대칭되어 맞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지도에는 왼쪽 해안선 중간에 움푹 길게 들어간 공간이 있었는데, 실제로는 그게 반대 방향이였다.

 이런 이상한 꿈들을 꾸면서 '디테일이 너무 잘 생각나네 신기하네..'라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꿈에서도 식사하던 테이블이나 비행기의 공간을 일부러 뜯어보곤 했던거같다. 보통은 꿈을 꾸고나면 그동안 했던 생각의 어떤 부분이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미쳤나 기억을 꺼내보곤했는데, 이번만은 이 장면들을 그림으로 그려두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왠지 그릴수 있을것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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