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d Oct 30. 2017

내일 돌아간다.

 오늘밤을 마지막으로 서현집을 떠나 본가로 돌아간다. 지키지 못한 집들이 약속들과 긴밤을 위해 뜯었던 와인 코르크들, 욕실에 쏟은 촛농자국을 두고 떠난다. 내일 아침이면 이사트럭이 아파트 일층에 도착하고 아저씨들이 문을 두드리겠지. 그러면 정신없이 짐을 싸고 버리고 나르다 어느새 서울일거다. 다음 사람이 들어오기까지 하루이틀의 여유는 있겠지만 뭐, 비어버린 공간은 더이상 지금과 같지 않겠다.


 파리 집을 떠날때는 다녀보지 못한 곳들이 눈에 밟혀서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딱히 그런 마음은 없다. 있는동안 너무 재미있었고, 즐거운 일들이 많았고, 뜨겁게 사랑했기 때문이겠다. 이곳에 살며 쌓은 추억이나, 지난 이년간 누렸던 기회들, 앞으로의 소회는 굳이 따지지 않아도 될것같다.


 섭섭하다. 라는 단어는 내게 ‘기대만큼 해주지 않아서 속상하다’는 의미인데, 오늘은 다른 의미로 섭섭하다. 아쉽지는 않고 섭섭하고 서운하다. 내일은 일찍 일어나야겠지만 좀 섭섭하니, 시끄러운 보일러 소리와 조명을 받아 얼룩이 보이는 거실을 푹 꺼진 소파에서 좀 느끼다 자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디테일이 살아있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