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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 Feb 26. 2018

잠들지 못하는 밤에는

 새벽까지 잠들지 못하는 날이 종종 있다. 그런 밤에는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썼다가 몸을 이리저리 뒤척인다. 어디서 읽은 '잠 잘오는 법'을 떠올리며 가만히 누워 왼손을 살짝 쥐고 숨소리에 온 정신을 집중하지만 이내 생각은 다른 방향으로 가지를 뻗치기 시작한다. 이렇게 잠들지 못하는 밤에는 종종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내가 떠올리는 죽음은 대부분 나의 죽음이다. 타인의 죽음이나 내가 죽은 이후의 세상을 떠올리기도 하지만, 대부분 내가 죽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 방법은 보통 두 가지다. 하나는 약간 자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주로 높은층에서 자려고 누웠을때, 창문을 열고 뛰어 내리는 느낌이 머리에 그려진다. 아찔한 충동이 머리를 덮치면 페이스북에서 작은 스크린으로만 보았던 스카이다이빙 영상들이 떠오르고 손에는 땀이 맺힌다. 잠결에 뛰면 어떡하나 걱정되기도 하지만, 사실 스스로가 그러지 못할 위인이라는 것을 안다.


 다른 방법은, 방법이라고 하기엔 좀 이상하다. 그냥 심장이 멈추는 생각을 한다. 신체 작동이 정지해가고 나는 무엇인가를 시도하려고하는데 시간은 부족하다. 부족한 시간을 잘게 쪼개서 사용하지만 끝에 닿아버린다.  


 잠못드는 새벽에 죽음을 떠올리는 이유는 실제로 나만 살아있기 때문인것 같다. 세상은 멈춘것 같고, 닿으려고 해도 잠들어 닿을 수 없는 사람들만 있다. 아침이 올때까지는 어떻게든 혼자서 버텨야만 한다. 그런 상황이라서 나는 어쩌면 죽음을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결혼한 부부가 한 침대를 쓰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혼자 지내는 밤이 늘어나는 요즘은 어쩐지 그런 것을 생각하게 된다.


 어제는 낮잠을 너무 잘 자버려서 밤새 뒤척였다. 이곳은 해가 조금 일찍 뜨는데, 새벽부터 뜨는 해를 바라보다 일곱시가 되어서 퍼붓는 광선을 보며 겨우 한시간 잠들었다. 오늘은 아무 생각 없이 너를 생각하며 잘 잘 수 있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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