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교회에 다녀왔다. 짧은 한국 일정이라 평소같으면 고려하지 않았겠지만 다녀왔던 것은 (공항과 가까워서...가 아니고) 엄마아빠의 이임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다녔던 교회는 조금 일반적이지 않은 교회이다. 목사님이 교회를 만들고 운영하는 일반적인 모델과 달리, 교인들이 모여서 교회를 만들고 목사님을 모셨다. 그래서 일반 교인들이 교회를 운영한다. 그 사람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교회를 만든다.
교회를 운영한다는 것에는 아주 많은 할일들이 포함되지만, 뭉뚱그려 말하자면 '공동체를 운영한다'는 개념이 된다. 회사와는 다르게 경제적이거나 생활에 연결되어 있지도 않고, 정치집단과는 다르게 특정 아젠다를 통해 모이지도 않았다. 교회지만 신앙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강하게 모인 느낌도 그렇게 들지는 않는다. 그렇게 특수하게 벌써 삼십년 넘게 이것을 운영해오고 있다. 삼십년동안 나도 여기에 속해서 함께한 것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나도 어릴때부터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동안 해왔던 일이나 모든 것에서 어떤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어 했다. 연극이든, 캠페인이든 무엇인가를 주제로 모이지만 사실은 다같이 어떻게 살면 좋을지도 이야기하고, 같이 술마시고 놀면서 재미있게 사는걸 만들고 싶었다. 어릴때부터 장래희망이 무엇이냐고 하면 '내 마을'을 만드는거라고 이야기도 했으니까. 공유경제같은데 관심이 생겼던 것도 결국은 그런 마음에서였던것 같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마음이 많이 옅어졌다. 회사에 오고서는 '어떻게 한다'보다는 '무엇을 해난다'에 방점이 많이 찍혔어서 그런게 아닐까. 요즘은 고민이 많다. 일들을 제안받는데 하고싶다는 마음이 들지 않는 것은 일에 대한 매력이 아니라, 그 사람이랑 그런 것들을 하는 것이 재미있지 않을것 같아서라는 생각이 든다. 친구들과 이야기하면 가장 개인주의적인 사람으로 꼽히는 내가 사실 이런 생각을 한다는게 재미있기도 하다. 여튼 요즘은 이래저래 고민이 많다.
오랜만에 교회에 가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가까운 김포공항까지 택시를 타고 갔다. 하지만 택시비는 가깝지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