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d Jul 24. 2018

악수하던 손

 그것은 기억에 남아있는 첫 악수였다. 스물...몇살쯤인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학교 강당앞 언덕이었던 것은 정확하다. 그는 아마도 보좌관이던 사람이랑 건물을 나오던 참이었고, 나는 그 직전까지 진행되었던 강연인지 토론회인지에서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왜 내가 먼저 밖에 있었을까.


 내용같은건 기억나지 않지만, 별다른 슬라이드나 원고도 없이 한시간 넘게 지속되는 강연을 보면서, 정치인은 저런 직업인가? 어떤 시간을 보냈길래 몸에 이야기가 새겨진걸까? 그런 생각을 했던것 같다. 그 시절은 새 대통령이 뽑힌 직후이자, 주말이면 광화문에서 사람들이 모였던 또다른 시간이었거나 그 직후였을 것이다. 그런 답답한 날이어서 그런지 그 몸에서 뿜어나오는 에너지나, 열을내면서도 유쾌한 농담을 던지는 모습이 좋았다.


 건물 앞에서 악수를 하는데, 손이 정말 크고 두꺼웠다. 나만한 키인데 내 두배만하고 단단한 손아귀가 깊숙히 들어와 굵고 짧게 힘을 주었다. 그 느낌이 놀라웠다. 아마 나는 감사 인사를 했을거고, 그 사람도 뭐라고 하면서 명함을 주었겠지. 그리고 나는 그 사람을 지나쳐 언덕을 마져 올라 후문을 향했을 것이고, 그는 아마 뒷풀이에 갔거나 차를 타고 다음 스케줄로 향했을 것이다. 그 뒤에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티비에서나 뉴스에서 종종 그를 볼 때 마다 그날의 악수하던 느낌이 떠오르곤 했다. 그리고 오늘도 그의 뉴스를 보는데 악수하던 날이 떠올랐다. 그래서인지 더 찾아보고 더 황망하게 느껴지나.

작가의 이전글 여름이 지나가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