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도 유독 더웠고 비가 많이 왔다. 구멍이 숭숭 뚫린 운동화를 사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어물거리다보니 지나갔다. 그리고 좀 길었다. 길게 느껴진것 같기도 하다.
여름이 길게 느껴졌던 것은 작년말부터 여름전까지가 너무도 빠르게 지나갔기 때문이 아니였을까. 그때의 나는 에너지가 넘쳤고, 넘치는 에너지는 쓰일곳이 많았다. 지금은 좀 다른것 같고.
달리다가 잠시 쉬어갈 수 있었던 덕분에 이것저것 알게된게 많다. 내가 잘하는 것과 잘 못하는 것, 잘 해야 하는 것과 좀 못해도 되는 것 등을 알게 되었다. 스스로에게 테두리를 짓는건 별로 좋은 일은 아니지만, 적어도 있다는건 알아야 나중에 넘어보든 말든 하지.
가장 강하게 떠오르는 장면은 의외로 넷플릭스에서 본 드라마의 한 장면이다. 어떤 결과를 맞게될거라고 알게된 주인공이 일말의 망설임이나 돌아봄 없이 중요한것을 챙기고, 정리하고, 다음을 준비하는 이야기다. 상황은 언제나 주어지기 때문에 (또는 만들기 때문에) 그 다음은 중요한걸 찍고, 달리면 된다. 그런데 아직 그걸 머리로만 알아서 잘 못하고 있다. 이제는 좀 잘하려고.
정신이 없고 시간이 없으면 중요한걸 잘 못찍게 된다. 그래서 여유가 있을때나 여유를 만들어서 정리해야 하는것 같다. 안그러면 바쁠때 몸이 달아 이상한 선택을 하고, 그게 망해야 중요한게 무엇인지 떠오른다. 취준 시작하기 전에 엑셀에 아는 회사 이름을 다 쓰고 가고 싶은 순서대로 줄을세웠다. 그리고 정신 없이 몰아치는 동안 그게 도움이 많이 되었다. 표를 하나 새로 만들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