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새 아이폰이 나온다. 뉴스에는 '혁신은 없었다'는 내용이나 '디스플레이의 스펙이...'라는 내용들이 모레 아침이면 가득하겠지. 그런 기사들을 보면 '과연 누가 저런 숫자들을 이해하고, 비교해서 구매할까?'라는 생각을 한다. 카메라가 밤에도 잘 찍히면 좋지, 적당히 얇고 가벼우면 좋지. 그런데 92그램이나 102그램이나 그렇게 크게 느껴질까? 92그램과 102그램을 보고 10그램의 차이를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최근에 본 짤중에 '이미지와 실제가 다른 연애인'이라는게 있었다. 거기에 어떤 힙합 아티스트가 '의외로 갤럭시를 쓰는 사람'이라고 써있더라. 그런 힙쟁이들은 아이폰을 쓸거라는 인식인데, 의외로! 갤럭시를 쓰기 때문이겠지? 사람들이 아이폰을 사는데는 -물론 진짜 편하기도 하지만- 그런 힙쟁이들이 되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겠다. 나도 아이폰을 쓴다면 그런 힙쟁이가 될 수 있어! 라는 생각과 느낌을 사는것이라고. 그런데 의외로 그런 생각을 처음으로 실현해낸것이 펩시라고 한다.
이런 이미지가 극단적으로 밀려나가면 두 가지 방향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 하나는 그 회사를 만든 사람. 또는 그 회사의 아이코닉한 사람과 본인을 동일시하는 것이다. 또 아이폰 이야기를 하지만, 아이폰을 사는 사람들 중에는 잡스를 생각하고 잡스의 괴짜스럽지만 창의적인 면모를 동경하는 사람이 많을것이다. 일상 속 자신의 모습 어딘가에서 그런 부분을 찾아내고 싶겠지. 맥북쓰면서 잡스 터틀넥+청바지+뉴발란스+안경 쓰고 발표하던 친구는 뭐하고 있을까... 반대로는 우버를 생각해보면 어떨까? 우버의 CEO는 갈아치워졌지만, (업계의) 많은 사람들은 창업자인 칼라닉을 떠올린다. 우버는 실로 대단한 회사이지만, 칼라닉은 잡스같은 칭송을 받을까? 잡스의 주변이나 칼라닉의 주변이나 모두 어떤 의미로 괴롭긴 매한가지였을텐데, '나는 우버 쓰는 사람이야'라고 말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한국에서 유흥업소에 가고, 사람들을 마구 자르고, 밀어붙인 그 모습을 사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을것이다.
다른 방향은 정치적인 색깔이다. 나이키는 콜린 캐퍼닉을 광고 모델로 삼았다. 인종차별에 항의하기 위해 NFL 경기에서 국가 제창에 한쪽 무릎을 꿇고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었던 선수이다. 나이키가 '순수하게 올바름을 추구하기 위해' 그를 모델로 삼았다기 보다는, '이제는 그런 목소리를 내는 것이 나이키를 신는 사람들스러운' 이미지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해야 팔리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겠지. 광고를 내놓고 불매운동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오히려 나이키의 주가는 오르고 있다. 가장 날카롭게 판단하고 이상하게 매매하는 투자자들도 장기적인 방향에 동의하는 것이 아닐까. 한편으로는 정치적이지 않아야 하는 색깔이기도 하다.
여튼 그렇다. 닮고 싶은 사람을 만드는 브랜드는 성공하고, 그렇지 못한 브랜드는 이상한 스펙 비교의 늪에 빠져들게 된다. 내가 만드는 브랜드는 어떨까? 고민을 해보게 되지만 자세하게 쓰면 잡혀가니까. 여튼 오랜만의 a link of the 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