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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고래 Jan 19. 2019

브랜드로 세상을 이해하기

한달에 한권, Magazine B를 읽으며 느낀점

개인적으로 나에게 잡지라는 단어가 가지는 의미는 '미용실에서만 읽는 그림 가득한 책' 이었다. (Hair shop 이란 단어를 써야 요즘 사람일텐데..이상하게 미용실이란 단어가 입에 붙는다. 아 옛날 사람..) 그랬던 내가 Magazine B 라는 잡지를 읽기 시작한지 벌써 2년 하고도 3개월이 지났다. 무언가를 그렇게 꾸준하게 하는 편은 아니라 어찌보면 인생에서 가장 지속적으로 오래 한 일 목록 TOP10 에 넣을 수 있을 정도다. 최근에 핫하다는 카페들을 가보면 이 잡지로 인테리어를 해놓은 곳도 있던데, 나도 30권이 넘는 Magazine B 잡지로 집안 인테리어에 한 축을 담당 할 수 있어서 뿌듯하다.


잡지는 훌륭한 인테리어 도구입니다


2년전 이 잡지를 처음 접했을 때의 나를 돌이켜보면 브랜드란 단어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사실 지금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브랜드'란 단어를 하루에도 500번은 접하는 회사를 다니기는 하지만, 하는 일도 주로 숫자를 다루는 것이었고 라이프스타일도 딱히 브랜드 친화적이지는 않아서, 회사에서도 "우리가 벤치마킹할만한 브랜드가 뭐가 있을까?, 요새 핫한 브랜드는 뭐지?" 따위의 질문이 나오면 대충 생각나는대로 말하고 말았던 기억이 난다. 그러던 어느날 당시 있던 팀의 팀장님을 통해 Magazine B 잡지를 접하게 되었고, '그래도 브랜드를 다루는 회사에서 일하는데, 이 참에 책으로라도 브랜드를 한번 배워보자'는 생각에 읽기를 시작했다.


원래 꾸준함과는 거리가 멀다보니,  혼자서 읽다보면 100% 한 권도 채 읽지 못할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엉성한 형태였지만 이 잡지를 함께 읽는 독서모임을 만들었는데, 놀랍게도 여태까지 잘 운영이 되고 있는데다가 그 덕분에 부족한 의지를 계속 채워나갈 수 있었다.


형형색색의 이쁜 표지인데다가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보니, 재미있게 술술읽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이를 어렵게 하는 한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일단 나에게는 여기에 소개되는 브랜드들이 너무나 생소한 것들이 많았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외계어 처럼 느껴지는 순간도 많았는데, 이를 테면 MAISON MARGIELA 편은 '패알못'인 나에게는 잠을 부르는 마법의 책이었다. 마치 비쥬얼 디자이너에게 프로그래밍 책을 내민 느낌이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다행히) 독서 모임을 운영하는 리더의 입장이다보니 억지로라도 계속해서 책을 읽어왔는데, 그런 시간들이 쌓이면서 생각치도 못했던 부분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표지가 예쁘다고 내용도 마냥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편견입니다


일단 내가 인식하는 세계가 넓어지는 느낌이 있었다. 항상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로 출퇴근하여 정해진 업무를 수행하는 평범한 회사원으로서, 사고의 폭이 제한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늘 만나던 사람만 만나고, 늘 쓰는 물건만 쓰는 것이 효율적이고 당연한 일이니까. 그러다가 Magazine B 를 통해 내가 전혀 모르던 분야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때로는 외계어 같았지만 굉장히 신선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PANTONE 편을 읽으면서 디자이너들이 일할때 색과 관련해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었고, MAISON MARGIELA, ACNE STUDIOS 편을 읽으면서 '패잘알' 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간접 경험할 수 있었다. 잡지 한권 읽은 것으로 그 분야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적어도 그곳에 어떤 세상이 존재하는지 한번 본 것만으로도 큰 공부가 되는 느낌이 있었다.


취준생 시절에 무척 가고싶었던 한 카드회사가 있었는데, 그 회사는 럭셔리마케팅이 중요하기 때문에 문화/예술에 대해 조예가 깊은 사람 위주로 채용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었다.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그렇다면 나의 경우는 애시당초 기회가 없다는 뜻이었으니 참 아쉬웠는데, 회사생활을 하다가 나중에 돌이켜 생각해보니 좀 냉정하지만 나름 이유있는 결정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처럼 사유만으로 엄청난 결과물을 만든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사실 인간은 사고는 경험의 폭을 벗어나기 힘들다. 일반적인 생활용품이 아닌 명품/럭셔리 서비스를 파는 사람이라면, 사람들이 왜 명품에 돈을 쓰는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당연히 확률적으로 평소에 이런 서비스를 자주 접해본 사람이 그 마음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 판매방식을 개발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의미에서 소비생활 자체를 많이 안 해본 나는 '브랜드'가 중요한 이 업계에서 핸디캡이 있다고 생각했었다. 기본적인 감각이나 안목은 쉽게 길러지는 것이 아니니까. 하지만 Magazine B 라는 잡지가 가지는 독특한 구성 덕분에, 이런 핸디캡을 조금이나마 극복하고 최소한 남들 말하는게 무슨 소리인지는 알아들을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Magazine B가 브랜드를 다루는 잡지이다보니, 브랜드에 대한 소개가 처음부터 많은 분량을 차지할것 같지만 실제로 책의 첫 부분에는 대부분 그 브랜드를 소비하는 고객들의 인터뷰가 담겨있다. 어떤 직업과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사람이, 어떤 TPO에서 이 브랜드를 소비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기쁨을 느끼고 아쉬워하는 부분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느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 나에게 있어 '자동차'는 그저 이동수단일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만, 프리미엄/럭셔리카를 좋아하고 스포틱한 드라이빙을 즐기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에 대해서 PORSCHE 편을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었다.


사실 돈만 있으면 사고 싶긴 합니다


마지막으로 사랑받는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공통점은 무엇인지, 추상적인 브랜드 이미지가 아니라 실제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들이 들어가는지도 생각해볼 수 있었다. 사실 '브랜드'는 누구나 쉽게 접하지만 아무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단어다. 브랜드가 중요하다고 누구나 말할 수 있지만 그럼 어떻게 좋은 브랜드를 만들것인지, 좋은 브랜드는 무엇인지 명확하게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최소한 사랑받는 브랜드들은 나름의 원칙과 기준이 있으며, 이것이 공허한 슬로건이 아니라 진짜 제품과 서비스에 연결되도록 하는 집착에 가까운 노력이 있다는 것은 확인할 수 있었다. 매번 독서모임을 할 때마다, 나는 이런 브랜드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는 하는데, 그때마다 스스로에게 많은 부족함을 느끼고 계속해서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는 한다.


브랜드가 중요한 업계에서 뒤쳐지기 싫어서 브랜드 잡지를 읽기 시작해 어느덧 2년이 넘게 지났다. 사실 이 2년의 시간동안 얻은 가장 큰 것은 '사는 재미'가 아닐까 한다. 내가 몰랐던 많은 브랜드들에 대해 알고나니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 더 흥미롭고 삶이 다채로워졌다. 마치 소고기는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소고기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설명해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먹으면 더 맛있는,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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