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문과로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철고래 Jul 31. 2018

취업하려면 에베레스트 정도는 가야하는 걸까?

#자소서 #경험정리의 원칙

'열심히 살았는데 자소서에 쓸 말이 없어요.'

'남들은 대단한 경험도 많이 했던데 제가 했던 것들은 너무 초라해요.'

'제가 한 정도는 남들도 하지 않았을까요?'


 필자가 취준생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면 가장 많이 듣는 말들이 아닐까 한다. 한민족이 워낙 겸손을 좋아하다보니 어느정도는 겸양의 의미로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다른 사람이 한 경험과 나의 경험을 비교하는 일들은 비일비재 하다. 국토대장정을 다녀온 사람은 해외봉사활동을 다녀온 사람을 부러워하고, 해외 봉사를 다녀온 사람은 에베레스트 산을 올라갔다 온 사람의 경험을 가지고 싶어 한다. 그리고 에베레스트 산을 다녀온 사람은 실무 경험이 있는 인턴 출신들은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경험 타이틀' 경쟁전에서 상대적으로 평범하게 보이는 봉사활동이나 아르바이트를 한 학생들은 특히나 더 큰 소외감 같은 것들을 느끼는 것 같다.

 이런 '경험 타이틀'전은 비단 사람간 비교가 아닌 사람 內 비교에서도 나오곤 한다. 예를 들어 봉사활동을 2년 했던 친구가 1개월 정도 대기업과 관련된 경험을 했다면, 자소서에서 더 많이, 힘주어 등장하는 소재는 당연히 대기업 관련 경험이다. 조금이라도 대기업과 관련이 되어있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간절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이 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우리가 우리끼리 리그를 만들고 경쟁하는 '경험 타이틀전'이 과연 취업시장에서 정말 그만한 의미가 있을까??


이번 경험타이틀 전의 승자는 누구인가?


 이미 이런 질문을 던지는 시점에서 눈치챘겠지만, 사실 누가누가 무슨무슨 경험을 했는지 겨루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 그 이유는 아래 2가지로 요약해볼 수 있겠다.


1. 회사는 '사람'을 뽑는 것이지 '경험'을 뽑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이력서와 자소서에서 경험을 언급하는 것은 내가 가진 경험을 뽑아 달라는 것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을 돋보이게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서 사용하는 것이다. 반대로 뒤집어서 생각하면, 회사-그 중에서도 면접관은 경험을 통해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은 것이지, 이 경험이 얼마나 독특하고 새로운지는 사실 궁금할 수는 있어도 채용과 직결되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즉, 아무리 타이틀이 유별난 경험이라 할지라도 그 안에 녹아있는 나의 캐릭터를 보여줄 수 없다면 크게 의미가 없는 것이다.


2. 인사담당자들은 1년에만 몇백~몇천명의 자소서를 본다.

 필자가 보기에도 눈에 띄는 경험이 가끔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한 경험은 세부적인 내용만 다를뿐 큰 맥락은 비슷비슷하다. 대외활동, 기자단, 아이디어그룹 등등 1년에만 적게는 몇백에서 몇천개의 자소서를 검토하는 인사담당자들에게 단순히 경험의 타이틀만 가지고 본인의 매력을 소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면 될 것이다.

회사는 경험이 아니라 사람을 채용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내 경험을 활용해야 하는 것일까? 우리가 가진 경험들은 어차피 비슷비슷하니 정말 이렇게 의미가 없어지는 것일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내가 이 글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우리가 가진 경험이 의미가 없다가 아니라, 그 경험을 어떻게 분류하고 활용할지 패러다임을 바꾸고자 하는 것이다. 핵심 메세지는 다음과 같다.


"경험의 타이틀이 아니라, '투입시간' 에 집중하자."


 예를 들어 초두에 언급했던 한 학생의 사례처럼, 봉사활동을 2년 하고 대기업 대외활동을 한달 한 학생이 있다면, 당연히 대기업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이를 많이 활용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필자라면 봉사활동 경험을 전면에 내세우고 활용 할 것이다. 그 이유는 앞에서 오랜 시간을 투자한 경험일 수록 높은 확률로 나의 캐릭터를 드러내기 좋기 때문이다.

 첫째, 시간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오랜시간을 들여서 한 일들은 당연히 부딪혔던 상황, 해결했던 일화들이 풍부하다. 이 모든 것들이 곧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해주고 나를 드러내는 소스가 된다.

 둘째, 대학생활의 최대 장점은 내가 하는 활동을 어느정도는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궁무진한 활동들을 선택 할 수 있는 대학생활에서 유독 어떤 것에 더 많은 시간을 들였다면, 그건 일정 부분 나의 자유의지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내가 스스로 선택해서 했다는 이야기이다. 내가 선택해서 한 일인만큼 타성에 젖어서 했던 활동보다 열의를 가지고 했을 가능성이 높고, 그만큼 풍부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시간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꽤 많은 학생들이 서울시의 동행'봉사단을 해봤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했던 것이기에 차별성이없고, 직무와 관계가 없다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명확한 이득이 없음에도, 이 활동을 오래했던 후배들을 보면 모두 자기 나름대로의 역량을 쌓아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똑같은 교육 봉사를 하니까 모두 똑같은 경험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필자가 만났던 학생들은 다들 나름대로의 노하우와 방법들을 가지고 있었다. 정해진 교재를 바탕으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커리큘럼을 체계적으로 짜는 경우도 있었고, 아니면 아예 본인만의 새로운 수업방식을 개발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는 친화력을 바탕으로 거부감이 많던 중/고등학생들과 좋은 유대감을 맺은 사례도 있었다.

같은 경험을 해도 그 안에서 보여지는 모습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


 내 경험의 결, 나란 사람의 캐릭터를 찾아냈다면 다음은 이를 직무와 연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인턴이나 실제 회사 경험이 아니고서야 면접관들이 알아서 나의 경험을 직무와 연결시켜줄리는 없기 때문에, 내가 어떻게 이 회사에서 활약할 수 있는 사람인지 근거를 만들어서 그들의 언어로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동행 봉사단의 예로 돌아가자면, 커리큘럼을 체계적으로 짜는 스타일의 사람이라면 영업지원이나 경영지원 쪽에서 프로세스를 효율화 하는 쪽에 잘 맞을 수 있고,  새롭고 다양한 방식의 교안을 만들던 사람이라면 직접적으로는 교육기획 업무, 간접적으로는 각종 기획업무와 그 맥이 닿아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직무와 나의 경험을 연결시키는 법을 알게 되면, 단순히 자소서만 잘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원 가능한 분야를 넓히는 것 또한 가능하다. 예를 들어 최근 유튜브로 대표되는 영상 붐 덕분에 학생들도 영상 관련된 경험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단순히 이것을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지원할 때만 활용하는 것은 충분히 활용을 못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영상의 컨셉을 기획하고, 필요한 제반 사항들을 준비하고(장소/출연진/스탭/소품 등), 실제 촬영/편집 하여 결과물을 내는 일련의 과정은 마케팅기획으로 대표되는 모든 기획의 프로세스와 거의 완전히 동일하다. 다루는 아이템을 영상에서 마케팅캠페인, SNS마케팅, 신상품, 신규서비스 등으로 바꾸기만 하면, 세부적인 업무는 다르겠지만 결국 필요로 하는 역량은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경험 그 자체가 얼마나 독특하고 대단해보이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경험 속에서 나란 사람이 어떤 모습을 보여왔고, 이를 어떻게 매력적으로 회사에 어필하는지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세부적인 에피소드, 주변 사람의 평판 같은 것들을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내 경험에 들어있는 본질과 회사 직무를 연결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지금은 고인이 된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잡스가 스탠포드대학 졸업식에서 연설을 한적이 있다. 필자는 이 연설문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그 주제가 바로 "Connecting the dot"이다. 이 연설 1부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그가 어린시절 미혼모의 자식으로 입양이 되는데, 그 때 양부모와 친모가 한 약속 덕분에 대학을 가게 되었고, 대학을 갔는데 전공이 안 맞아서 전혀 상관없는 서예 수업만 들었는데, 이것이 후에 매킨토시를 만들며 컴퓨터에 처음으로 서체를 도입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점(dot) 같았던 일련의 경험들이 하나로 이어져(Connecting)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는 인사이트를 담고 있다. 우리가 해왔던 일련의 활동들이 지금 취업하고자 하는 회사에 착착 맞아들어가는 좋은 타이틀을 가지고 있으면 정말 좋겠지만, 당연히 그럴리가 없고, 사실 그래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인생이 특정 회사에서 근무하는 것만을 최종 목적지로 하고 있다면 너무 재미없고 우울하지 않을까?


취업은 하나의 수단이며 커리어의 한 단계일 뿐, 인생의 목적은 아니다. 많은 취준생들이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온 나 자신에게 칭찬 한번 해주고, 그 속에서 나라는 사람의 장점을 잘 캐내어 취업에 잘 활용했으면 좋겠다. 스스로를 돌아봤을 때 최선을 다했다면, 스스로를 믿어라. 답은 이미 당신이 가지고 있다.



*문과로드 홈페이지 : https://www.facebook.com/yourcareerroad/

길을 찾는 문과생들의 커리어파트너, 문과로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