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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고래 Aug 04. 2018

취준생의 월드컵 하반기 공채 D-30

하반기 공채를 한달여 남긴 지금, 무엇을 준비하면 좋을까?

 채용방식이 많이 바뀌어서 공채도 변해가고 있다지만, 아직까지 한국 기업들은 공채를 많이 진행한다. 그리고 다들 알다시피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많은 수의 기업이 채용을 진행한다. 그래서 9~11월 경에 진행되는 주요기업의 하반기 공채는 사실상 취준생에게는 월드컵 같은 빅 이벤트다.

 내가 이맘때쯤 어떤 기분이었는지 돌이켜서 생각해보면, 첫 취준때는 뭔가 준비는 안하면서 근거없는 장밋빛 희망만 가득했던 것 같다. (가진건 아무것도 없었었는데..) 그리고 취업 재수, 삼수를 거듭하면서는 뭔가 열심히 하면서도 막연한 불안감과 걱정도 있었던 것 같다. 시간이 가야 공고가 뜨고 지원을 할 수 있는데, 시간이 가는게 무서운 이중적인 느낌이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이렇게 막연하게 불안한데 인턴 같은 큰 일을 새로 시작하기는 애매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한달의 시간동안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면 좋을까?


철저한 준비만이 살길! 그런데 무엇을 준비하죠?


 뜬금없지만 잠깐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서, 만약 지금 내가 요리를 한다고 가정해보자. 요리를 시작하려면 일단 백종원 레시피가 되었건, 엄마 레시피가 되었건 어떤 재료가 필요한지부터 파악을 해야할 것이다. 그리고 냉장고와 주방에서 그 재료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볼 것이다. 또, 요리에 필요한 조리도구 중에 집에 없는것은 없는지도 체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필요한 재료와 조리도구를 사오든지, 아니면 다른 것들로 대체하거나 해야할 것이다. 막연히 무언가를 요리하겠다고 생각만 하면 애매하지만, 당장 지금 내가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하는 상황이 되면 필요한 것들이 구체적으로 떠오르기 마련이다.


 공채시장에 필요한 1차적인 결과물이 무엇일까? 일단은 지원을 해야 면접이든 뭐든 볼 수 있으니, 1차적인 결과물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다. 그리고 위의 요리의 예처럼, 우리는 9월에 실제 이력서를 작성하기 시작하면 그제서야 필요한 것들이 하나씩 생각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공채시즌은 정말 눈깜짝할새에 지나간다. 수 없이 많은 채용공고가 동시에 나오기 때문에, 시간이 부족해서 원하는 기업에 지원조차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즉, 실전이 닥쳤을 때 후회없이 기민하게 대응하려면, 지금 미리 레시피를 보고 준비해야 한다. 서론이 길었는데 요약하자면 결국 딱 한마디다.


"지금 바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해보자."


이력서를 써보자!


 검색을 해보거나 채용사이트, 취업카페등을 들어가보면 전년도나 상반기 때 관심가는 기업에서 올린 채용공고와 자소서 문항들을 미리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이력서를 써보면 챙길것들이 하나씩 눈에 보일 것이다. 

 우선, 어디에 지원해야할까? 부터 걸린다. 나에게 맞는, 내가 가고 싶은 회사는 어디일까? 나는 어떤 직무로 지원할 것인가? 사실 필자는 어떤 산업, 어떤 회사, 어떤 직무를 고를지가 구직활동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분량 관계상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다루도록 하겠다. 

 일단 한국에서 가장 큰 기업 중 하나인 H자동차를 지원한다고 가정하고 이력서를 한번 만들어보자. 우선 공고를 열어보면 전형과정이 나와있다. 인적성 검사와 면접 등이 있어서, 장기적으로 이런것들도 준비해놔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다음 지원 페이지를 열어보면 사진부터 눈에 걸린다. 그 다음 경력사항에는 어떤 것들을 적을지, 기간과 업무는 어떻게 쓸지, 주요활동 사항에는 어떤 것들을 어떻게 쓸지도 결정해야 한다. 외국어 공인성적은 시험날짜와 점수를 정확히 체크해두어야 한다. 자격증은 발급기관과 번호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으니 이또한 빨리 찾을 수 있도록 정리해두어야 할 것이다. 

 이력서를 다 채웠다면 이제 시작이다. 자소서 문항을 보면 생각이 더 많아진다. 해당 문항들을 채울려면 일단 내 경험을 정리해두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성장과정부터 지금까지 내가 했던 활동들, 배웠던 것들을 모두 정리하고 그 안에 있는 에피소드들을 정리해두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다시 자소서에 녹여 쓰는 연습도 해보아야 할 것이다. 위의 언급한 것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이력서 양식을 보고 정리해본 준비필요사항


1. 팩트만 확인하고 정리해두면 되는것

 이 부분은 '서술 없이 결과로 증명되는 나에 대한 사항' 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 새로운 액션을 취하지 않으면 바뀌지 않는 결과값들이므로, 여기에 신경쓰기보다는 이력서를 쓸 때 관련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자기만의 방식으로 정리해놓는 것이 중요하다. 여러번 강조하겠지만, 공채 시즌은 시간이 없다. 이력서를 한번 쓸때마다 이런 정보를 뒤지고 찾으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시간도 중요한 자원이므로 반복적인 작업은 최대한 단순화시켜서 빠르게 서류를 제출할 수 있도록 하자. 


2. 공채 시작전까지 보강할 것.

 여기는 사실상 우리가 흔히 말하는 '스펙'의 영역이다. 아무리 스토리가 중요하고 직무역량이 중요한 시대라지만, 넘쳐나는 지원자들을 분류하기 위해 기업은 스펙을 어느정도는 참고할 수 밖에 없다. 무리해서 스펙만 쌓는 것도 아니지만, 가능한 수준까지는 내 스펙을 최대로 끌어올려놓는 것 또한 필요하다. 

 어학의 경우 사실 한달내에 내가 어디까지 점수를 만들 수 있을지는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기에, 그 효율성을 생각해서 임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이미 오픽 IH 점수를 가지고 있는데 본인이 순수 국내파 학생이라면, 한달내에 AL점수를 만드는 것은 조금 힘들 수도 있다. 그러나 이 학생이 해외 경험이 있고 본인이 생각해봤을 때 지난 시험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 생각이 들면 지금 바로 시험을 등록하는 것이 후회없는 결정일것이다. 또 다른 예로 본인이 문과생이고 대기업이나 그에 준하는 중견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반드시 토익 900점 이상이나 그에 준하는 영어 스피킹 점수를 획득하기를 권장한다. 이 한달의 노력이 서류합격률을 눈에 띄게 바꾸게 된다.

 자격증의 경우는 취득하기 어려운 것일수록 가치가 높은 것이기 때문에 (예 : CPA와 컴활의 차이) 사실 한달내에 딸 수 있는 자격증은 당락을 결정하는데 크게 의미가 없다. 다만, 내가 가고자 하는 직무에 대한 관심을 보여줄 수 있는 수단으로만 생각한다면 취득해서 활용해볼만하다.


3. 지금부터 시작해서 공채 진행기간동안 계속 업그레이드 해야하는 것

 필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사실 이 부분이다. 기업에서 직원을 뽑을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은 '직무적합성'이다. 즉, 아무리 스펙이나 언변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직무에 적합하지 않으면 뽑지 않는다. 이것이 SKY 졸업생도 취업을 못하는 경우가 생기는 이유다. (스펙만 보고 뽑는다면 당연히 SKY졸업생은 모두 취업무패여야 한다.) 산업/회사/직무에 대해 파악하고, 나 자신의 장점과 성향을 파악해서 어떤 분야에 나를 매치시킬지 결정하는 것이 자소서, 면접 준비보다 훨씬 중요하다. 즉, 지원전략의 수립이다. 그리고 이런 지원전략을 단기간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정보를 모으고 생각하면서 업그레이드 시켜나가야 한다. 이 파트는 워낙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별도의 글을 통해 다시 설명하도록 하겠다.

 어디에 지원할지 정하는 지원전략이 있다면, 다음은 그곳에 나를 어떻게 어필할지 설계하는 마케팅전략이 필요하다. 전공으로 명확히 구분되는 이과나 예술계열이 아닌 문과생에게 반드시 활용해야 하는 마케팅 소스는 바로 '경험' 이다. 내가 가진 경험이 어떤 것이 있는지, 여기에서 뽑아낼 수 있는 마케팅 포인트 (예 : 문제해결력, 기획력, 끈기)는 어떤 것이 있는지 정리해두는 작업은 채용기간 동안 반드시 해야하는 것이다.

 위의 작업들을 진행하면서, 가고자 하는 기업의 자소서 문항들은 미리 스캔하고 어느정도 자소서의 내용들을 실제 글로 풀어 정리해놓는 것이 좋다. 필자는 이것을 RTW자소서라고 부르는데(Ready-To Write), 예를 들어 대외활동을 했다면 에피소드를 하나 뽑아서 어떤 일들이 있었고, 어떻게 해결했으며 그 안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그리고 이것이 내가 직무를 수행하는데 어떻게 도움이 될지에 대해 줄글로 풀어놓는 형태이다. 그리고 실제 자소서를 쓸때는 이 소스를 가져다가 글자수와 맥락에 맞게 바꾸는 작업만 하는 것이다.

 

어떤 곳이 나에게 맞는 곳일까? 지원전략을 세우는 것이 취업의 처음과 끝을 결정한다.


4. 이번 시즌을 넘어 장기적인 나의 커리어 설계 관점에서 생각해볼것

 마지막으로, 단순히 이번 채용시즌을 넘어 장기적으로 나의 커리어를 어떻게 설계해 나갈지 고민해보는 것이 있다. 사실 이건 지금 회사 생활을 하고 있는 필자도 계속 하고 있는 고민이고, 정확한 정답은 없는 분야이다. 또, 당장 취업을 앞둔 취준생들이 여기까지는 신경쓰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다만 완벽하지 않더라도 먼 미래를 바라보면서 인생을 설계해보는 것은 장기적인 나의 커리어와 인생의 행복을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이 지금 어떤 상황에 있든 여력이 닿는 한도내에서 글도 많이 읽어보고 사람도 만나보면서 시야를 넓히기를 권장한다. 그리고 본인이 생각했을 때 그 방향에 맞는 경력이나 역량이 없다면 관련된 분야에서 경험을 쌓는 것도 좋은 방향이다. 

 필자가 아는 한 후배는 대학교 2,3학년 시절부터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많았고, 여러 선배들을 만나서 조언도 구하고 함께 일해보기도 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분야를 찾기 위해 애썼다. 그리고 지금은 유튜버로 개인방송을 하고 있는데, 최근에 들었을 때 거의 대기업 신입보다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들었다. 이런 친구들을 볼 때마다 필자도 많이 배우는 느낌이 들어서 굉장히 기분이 좋다.


 위의 언급한 것들이 아니더라도, 본인이 생각하기에 필요한 것이라면 지금 당장 실행해서 준비하기를 권한다. 한달의 짧은 시간이지만 이 기간동안의 준비가 공채기간에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과 공채기간은 '시간의 밀도' 가 다르다. 지금 준비를 함으로써 절약하는 1시간은 공채기간동안 10시간, 100시간의 가치를 가질 것이다. 물론 인간은 지금 당장 피드백이 없으면 쉽게 지치고 흥미를 잃는다. 그렇기에 당장의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준비'라는 개념은 말처럼 쉬운것도 아니고 꽤나 재미없고 고된 작업이다. 그래서 다시 한번 서두에 언급했던 이야기를 하면서 글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일단, 지금 당장, 이력서부터 써보자.



*문과로드 홈페이지 : https://www.facebook.com/yourcareerro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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