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문과로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철고래 Jul 27. 2018

취업삼수생이 취준생에게

#문과로드 #이야기 #시작

"엄마, 나 합격했어."


 이 한마디를 위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던가. 

 2013년 11월의 종로 거리,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오가던 그 거리에서 통화하면서 눈물을 흘렸던 날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지금이야 불평도 많이 하고 그저 생활이 되어버린 회사이지만, 그 시절 나에게 취업은 그렇게 가슴벅찬 순간이었다.

 100번이 넘는 자소서를 쓰고, 30개가 넘는 기업의 면접을 봤고, 최종면접만 7번을 떨어졌었다. 그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했고, 그만큼 좌절도 많이 느꼈다. 그 때의 어려움이 있어서일까, 취준생 후배들의 모습을 보면 남의 일 같지가 않았고 이런저런 루트를 통해 취업 멘토링을 진행하다보니 어느덧 100명이 넘는 후배들을 만나왔다. 

 후배들을 만날때 마다 느끼는 점은, 내가 부끄러울 정도로 그들이 정말 열심히 산다는 것이었다. 또 한편으로는, 정말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것을 잘 활용하는 법을 모르는 것이 느껴졌다. 요약하자면, '열심히 막막하다' 라는 말이 적절할 것 같다. 이렇게 되는 이유를 내 나름대로 분석해보면, 크게 두 가지인것 같다. 한 가지는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고 또 하나는 우리나라 정서의 문제다. 


우리는 방향을 알고 뛰고 있는 걸까?


 첫째, 우리나라의 교육은 모두 최대한 빨리 '정답'을 찾아내는데 최적화 되어 있다. 나날이 번성하는 사교육 시장이 이를 증명한다. 그런데, 취업, 특히 문과생들의 취업은 정답을 찾아내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똑같은 기업에서 똑같은 스펙을 가지고 똑같은 모범답안을 이야기해도 채용상황에 따라서, 면접관의 성향에 따라서, 그날의 지원자의 컨디션에 따라서 등등 수없이 많은 변수가 개입하게 된다. 그러나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정답 찾기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에, 구직활동에서도 똑같은 패턴으로 답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멘토링을 해줬던 후배들도 나에게 '정답'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질문을 유독 많이 해서 곤란했던 기억이 있다. 예를 들자면 군대경험은 자소서에서 쓰지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정말 쓰지 말아야 하냐고 물어보는데, 사실 여기에 대한 대답은 '그때그때 달라요' 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지겨워서 이야기하지 말라는 군대경험이라지만, 만약 장교출신들에게 군대 이야기 하지 말라고 한다면 그것은 경력직에게 전 직장 이야기를 하지 말라는 것과 같을 것이다. 즉, 취업시장에서는 그때그때 처해진 상황을 빠르게 분석하고 내가 가진 소스를 최대한도로 활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답은 처음부터 없다.

구직 시장에 정답은 처음부터 없다


 둘째, 우리나라 정서는 기업에 대해 알지 못하도록 막는다. 한강의 기적, 세계에 유래없는 경제성장을 언급하지만 이상하리만치 개인이 부를 추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드러내놓고 이야기 하기를 꺼리는 분위기가 있다. 최근에는 재테크/스타트업 열풍이 불면서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기업가들의 위상이 미국이나 여타 다른 나라와는 다른것이 사실이다. 이런 부분들은 청년들, 특히 상경계가 아닌 인문계 출신들이 기업에 대해 아는 것을 가로 막는다. 사실 졸업이 코앞에 닥치기 전까지 비즈니스가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 그 안에서 일하는 다양한 직무의 사람들이 하는 일은 정확히 무엇인지 아는 취준생은 많지 않다. 하지만 잘못된 방식으로 돈을 버는 기업이 잘못된 것이지 기업과 그 활동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돈을 번다는 것은, 하나의 독립된 개인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왕이면 당연히 잘 버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돈의 생리, 그리고 기업의 생리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위에서 밝혔듯이 인문계 학생들은 특히 이런 부분이 부족한 편인데, 그러다보니 본인들이 충분히 많은 강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거나 잘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위의 두 가지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해보고 싶어서 시작한 프로젝트가 바로 문과로드다. 지금 나는 한명의 직장인으로 매우 현실적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사실 내가 생각할 때 나는 이상주의자다. 조금 요령이 없더라도 주어진 현실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온 사람이 좋은 직장에서 잘 나가는 모습이 보고 싶다. 정말 열심히 살아왔지만, 취업이라는 현실앞에 당황한 문과생들에게 어떤 길이 있는지 들려주고, 함께 걸어주는 사람이 되어보고자 한다. 내가 쓰는 한 편의 글이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문과로드 홈페이지 : https://www.facebook.com/yourcareerroad/


길을 찾는 문과 취준생들의 커리어 파트너, 문과로드



매거진의 이전글 취준생이 책 읽을 시간이 어디있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