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랑 살아도 안 맞아"

나는 혼자 살아야 하는 사람인가 봐

by 이정화

한 친구가 그랬다.


"나는 혼자 살아야 하는 사람인가 봐. 누구랑 살아도 안 맞아."


이 친구는 대학 동기와 1년을 학교 근처에서 같이 살았던 적이 있고 20대 후반에 열렬히 사랑했던 남자 친구와 6개월 같이 살았고 30대 초반에 '멋진 남자'와 결혼을 했고 3년 후 이혼했다.


'다른 사람과 같이 살아본 경험'이 있는 지인들에게 이런 말들을 들었다.

- 사람은 겪어봐야 알아, 역시. 같이 살아보기 전에는 그런 사람인지 몰랐어.

- 연애 때는 안 그랬는데 결혼하니까 영 다른 사람이 되는 거 있지.

- 회사에서 볼 때는 사람이 참 깔끔했는데 같이 살아보니 어찌나 지저분한지.

- 어떻게 100원도 손해 안 보려고 하니. 그 친구와는 같이 살다가 서로 의만 상하고 헤어졌어.

- 침대에서 과자를 먹더라. 침대에서 밥도 먹어.

- 세면대에 발 씻는 사람이랑 어떻게 같이 사니.

- 그 사람은 화가 날 때면 입을 꾹 닫고 며칠이고 말을 안 해. 미치겠더라.

- 내 여자 친구는 화가 나면 그 자리에서 하고 싶은 말을 다 해야 해. 잠도 못 자게 해.

- 친구들과 술자리 뭐 그리 잦은 지. 그러려면 결혼을 왜 했는지 모르겠더라.


각각 다른 얘기들이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살아 보니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니었어'

'사귈 때는 안 그랬는데 살아보니 다른 사람이었어'



누군가에게 호감이 생기면 희한하게 보고 싶은 것만 눈에 들어올 때가 있다. 제3자의 눈에는 명확하게 보이는 그 사람의 단점이 내 눈에는 전혀 보이지도 않고 다른 사람들이 말해줘도 '네가 잘 몰라서 그래' 하며 안 좋은 얘기들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고. 도파민이 분비되면서 그렇다, 사람이 좋아지면 원래 그렇다, 여기에 관한 이론도 많고 낭설도 많고.


사람이 좋아져서 '좋게만 보이는 것'은 어찌할 도리가 없는 듯하다. 상대방의 매력에 흠뻑 빠져서 온전히 이성적인 사고가 안 되는 시간들이 우리의 일생에 아주 자주 찾아오는 건 아니니 그냥 거기에 그대로 빠져 있는 것은 퍽 아름다운 일이다. 꼭 연인 사이가 아니더라도 호감이 가고 마음에 들고 같이 보내는 시간이 즐거운 사람을 만나게 되는 건 언제나 늘 아름답다. 그런데 이 만남이 진지해져서 결혼을 하거나 같이 살게 되는 건 조오오오금 다른 문제다.


우리가 보통 같이 살기를 결정할 때 가장 먼저 유심히 보는 부분은 '저 사람이 나와 같이 살기에 괜찮은 사람인가' 아닐까. 그 사람의 평소 사소한 행동도 허투루 보지 않고 가벼운 농담 하나에도 이런 사람일까 저런 사람일까 고민을 잔뜩 하게 된다. 그러다가 결론을 내린다.


'아 이런 사람이구나'

'같이 살기에 좋은 사람이겠다'



동거는 현실이다. 현실을 함께 공유하는 동안에 알게 되는 상대방의 모습은 살아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들이 많다. 그래서 동거라는 중대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 내가 그 상대방에 대해 '파악'하는 건 내 눈에 보이는 그 사람을 내 방식으로 이해하고 나머지, 아직 아직 겪어보지 못하거나 보지 못한 부분은 각자의 상상으로 채우게 된다. 그래서 굳이 따지자면 살다가 '몰랐던 상대방'의 부분을 알게 된다는 건 내가 파악하지 못한 부분, 그 상상으로 채워 넣은 그 부분이 실제 상대방의 모습과 달랐음을 알게 되는 과정인 것 같다. 때문에 '내가 알던 그 사람이 아니었어'는 '내가 그 당시는 알 수 없었던, 그때는 보지 못했던 상대방의 모습이 내가 상상했던 것과는 달랐어'라 생각한다.


살아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들, 상상으로 채워 넣어야 하는 그 자리 어떻게 하면 좋을까? 다른 걸 담으면 된다. 무엇을 담을꼬? 바로 '나'이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인가?


- 나는 다른 사람과 함께 살기를 원하는 사람인가?: 무언가로부터 회피하기 위해 혹은 때가 되어서, 남들 다 그러고 사니까, 부모님이 원해서, 경제적인 이유로 등의 이유로 동거를 결정하는 건 아닌가?

- 나는 진심으로 저 사람과 같이 살기를 원하는가?:상대방이 원해서 나도 그리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 나는 무엇을 할 때 즐거운 사람인가?: 그걸 상대방과 함께 할 수 있는가? 혹은, 적어도 내가 누릴 즐거움을 인정하고 존중해줄 수 있는 사람인가? 내가 즐거워하는 일을 부정하는 상대는 아닌가?

- 내가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것들 최소 10가지: 상대방이 이 중 3가지 이상을 하게 될 가능성이 있지는 않은지? 기회가 된다면 직구를 던져 물어보는 것도 좋더라.

- 한집에 같이 사는 데 있어서 나의 우선 순위: 상대방도 비슷할지?



동거를 결정하기 전 '나와의 대화'에 무척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언제 즐거워하는 사람인지, 내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등에 대해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답하고 왜 그 답이 나왔는지 생각해보고. '스스로에게 질문하기'를 습관으로 가지게 되는 것이 나에 대해 알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인 듯하다. 습관적으로 '나는 이게 좋은가? 정말로 좋은가? 나는 언제 즐겁지? 나는 지금 정말 즐거운가? 나는 진심으로 이걸 원하는 건가? 다른 사람들이 하기 때문에 나도 그냥 하는 건 아닌가?' 류의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또 던지다 보면 묘하게도 때때로, 내가 생각했던 것과 조금 다른 나를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나는 혼자 살아야 하는 사람인가 봐. 누구랑 살아도 안 맞아."


혼자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절대 꼭 필히 반드시 혼자 사는 게 인류의 평화를 위한 일인 사람들이 있긴 있더라. 그런데 생각보다 드물다.


"나는 혼자 살아야 하는 사람인가 봐"


당신은 '나는 어떤 사람과 살아야 잘 맞는 사람인지 충분히 생각하고 동거인을 선택한 사람'이 아닐 수 있다.


"사람은 겪어봐야 알아, 역시. 같이 살아보기 전에는 그런 사람인지 몰랐어."


당신이 몰랐던 건 '그 사람'이 아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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