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헤아려보다
요즘 집값이 뚝뚝 떨어지고 있지요.
명절에 어르신들을 만나거나, 뉴스에 집값이 거론될 때마다
저희 부부는 서로 말을 아끼고 있어요.
가장 비쌀 때 샀고, 끝이 없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예요.
무주택자였던 저희는 ..
제가 사는게 낫지 않느냐고 얘기하는 쪽이었고,
남편이 다른 대안이 없을까 고민하던 쪽이었어요.
어쨋든 남편은 제 의견을 수용했고,
어렵게 어렵게 대출을 받아 겨우 집을 샀는데,
지금은 대출 받은 금액만큼 떨어졌어요.
저는 그렇긴 해도
'파견을 복귀하던 그 시점에 집을 얻기는 해야했고
당시에 어느 집을 전세로 들어가든 불안한 상황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정도로 위안하고 있었죠.
남편도 그런 생각은 있지만, 노동으로 벌어들인 돈을 까먹고 있는 지금이 힘들고 아쉬운 모양이었어요.
저는 이사람이 내탓을 하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들어 불쑥불쑥 화가 났고요.
그런데 어젯밤에 주말에도 출근하기 위해 일찌감치 잠든 그를 보며,
생각을 고쳐먹었어요.
남편은 그 현금을 모으기 위해
주말부부를 하는 동안 고시원 생활도 전전하고,
후배들과 모여살기도 하는 등 고생을 했어요.
그러는 동안에도 제가 편히 살기를 바라고, 응원했죠.
요즘 불경기다 뭐다 해서
회사에서 언제쯤 쫒겨나갈지 불안한데,
그렇게 벌어온 현금들이 한 순간의 선택으로 날아가는 것들이 씁쓸했겠다 싶더라구요.
아, 저는 이 사람이
당연히 화낼 수 있는 것들에
화낼 기회도, 서운함을 토로할 찬스도 주지 않았던 것이 미안해졌어요.
아침 나서는 길에는
안해주던 아침도 좀 해주고,
엉덩이도 토닥거려주었습니다.
서운한 것을 입밖으로 내지 않고ㅡ
그저 꽁해있는 수준에 그쳐주어서 고맙고.
여기까지 노력해주어서 고마워.
조금 더 노력해서 노년에 지금보다는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줄께.